손에 잡히는 대로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게 좋기만 한 당신. 수익활동이든 취미든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도래한 ‘호모 메이커스’의 시대. 제조업 르네상스가 움트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기록적인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이 땅에서 마음 편히 내 물건을 만들 공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기술력을 갖춘 도구와 장비는 희소하고, 구매 혹은 이용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만들고 싶고 만들 것도 있는데,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죠.
다행히 최근 정부 주도의 메이커 문화 확산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 곳곳에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생겨나는 중입니다. 이곳에서는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과 같은 메이커들과 함께 어울리며 정보 교류와 작업물에 대한 공유도 가능합니다.
당신은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곳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첨단 장비와 수공구가 마련돼 있으니까. 할로윈에 쓰고 갈 아이언맨 마스크부터 진열장에 놓을 장식품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신이 만든 것을 팔아 돈을 벌고 싶다면?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홍보를 위한 카탈로그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지적재산권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지도 알아둬야 한다. 불행히도 이런 제반적인 것들은 메이커 스페이스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 지금 소개할 단 한 곳을 제외하면.
|공간이 넓다는 건, 공간의 활용도가 넓다는 것
경기콘텐츠진흥원(부천시 원미구) 10층에 위치한 ‘부천 메이커 스페이스’. 지난 7월 문을 연 싱싱한 공간인 만큼, 3D프린터·레이저 커터·CNC 등 고가의 장비들부터 작업대, 회의실까지 모두 ‘새 것’이다.
대체로 오밀조밀한 여느 메이커 스페이스들과 달리 440평의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덕분에 개별 작업 공간과 동선의 폭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 한 번에 많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작업 혹은 교육이 가능한 규모다. 간단히 말해 ‘널찍널찍’하다.
공간이 넓다보니 편의시설도 다양하다. 여럿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테라스부터 개인 사물함, 무인 택배함까지 두루 마련돼 있다.
이용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온전히 갖췄다. 각종 장비별로 월 1회 정기 교육이 이뤄지며, 원하는 이들이 있을 경우 상시적으로도 진행한다. 숙련 정도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 함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교육도 병행한다.
교육은 완전 무료다. 교육이 무료인 대신 공간 사용료와 재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다른 메이커 스페이스들과 달리 3D프린터에 들어가는 재료도 일정량을 무료로 제공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면 주목하라, ‘창업가 프렌들리’
사실 여기까지 소개한 내용들은 여타 메이커 스페이스와 대동소이하다. 부천 메이커 스페이스의 진정한 차별점은 바로 ‘스타트업 프렌들리’다.
이곳에는 작업대와 회의실, 코워킹 플레이스 외에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스튜디오를 보유한 메이커 스페이스라니, 이 얼마나 신선한가. 스튜디오에는 카메라와 반사판, 삼각대, 조명레일 등 각종 촬영 장비들이 구비돼 있다. 창업가는 자신이 만든 시제품을 들고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스튜디오에서 홍보 영상과 사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영상을 만들었다면 그 다음 작업은 편집. 이를 위한 영상 편집실도 있다. 고사양의 맥북을 사용할 수 있으며, 오디오 편집도 따로 가능하다.
창업 관련 교육도 여느 인큐베이팅 센터 못지않다. 지난 28일부터 3주 일정으로 진행 중인 ‘메이커 창업스쿨’ 교육이 대표적이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부터 나만의 지식재산권 확보하기, 시제품 개발 전략, 정부지원 창업제도의 이해와 활용, 사업계획서 작성까지 외부 전문 강사진들의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일까. 부천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하드웨어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속속 입주 중이다. 당장 9월 안으로 11개사가 입주할 예정. 이들 중에는 메이커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나우썸’도 있다. 한국 메이커 문화에서 여전히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공유’ 문화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큐베이팅 전문 기관만큼은 아니지만,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만큼은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미비된 부분을 보완해, 내년부터는 가히 하드웨어 창업가들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갈 계획입니다.”(이유경 부천 메이커 스페이스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