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란 오명, 현재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 필자도 한때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견디는 삶’이 아닌 ‘사는 삶’을 위해 가장 가까운 중국으로 무작정 떠났었다. 벌써 5년이나 흘렀다. 사실 “왜 하필 중국이었냐”고 묻는다면 뾰족이 대답할 길은 없다. 하지만 왠지 중국이라면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과 고집, 그리고 주관에 대해 ‘태클’을 거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필자 기준에선 56개 민족이 서로 엉켜 사는 중국에서만큼은 주관이 조금 뚜렷한 게 문제가 안 될 것이라 생각했었으니까…
그 예상은 적중했다. 넓고 광활한 땅 중국은 누구 한 사람 배척하는 일 없이 쉽게 받아들여 줬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는 세대에 나고 자랐다는 점에서 토종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중국에서 환영받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5년이 흘렸다. 베이징에서의 4년과 후난성에서의 1년, 그리고 무수한 시간을 중국 23곳의 성과 후미진 골목을 여행하는데 주력했던 시간들이었다. 많은 실수와 착오가 있었지만, 한국에서라면 만나지 못했을 많은 기회를 손에 쥘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을 얻었고, 그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웠다.
필자가 바라본 중국 이야기는 지난 2016년부터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올해 7월. 필자는 ‘하와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약 3개월간에 걸친 두 번째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 망설임보단, 설렘이 앞선 채 부랴부랴 도착한 하와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파라다이스’와는 조금 다른 곳이었다.
거리에는 집이 없어 노숙하는 사람들이 넘쳤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가장 저렴한 건강보험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약 1700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한 번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만한 금액을 지불할 수 없는 이라면, 그가 비록 불구의 몸으로 굳어가고 있다고 한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완전한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이라니…
하와이에서 가장 먼저 느낀 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다섯 발자국쯤 걸을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노숙자 무리의 구걸이 비상금조차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날에는 ‘대체 지상 낙원이라는 하와이는 어디에 있느냐’고 하늘에 대고 주먹질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하와이는 미국 내에서도 노숙자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인구 1만명당 노숙자 50명) 더욱이 총 8곳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는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키기에도 부적당한 환경적 제한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하와이 주민이 소비하는 대부분의 물자는 미국 대륙으로부터 공수해오는데, 이는 자연스레 물가와 부동산의 폭등을 유도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지 최저임금은 수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현지 청년들은 멀쩡히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 일할 만한 곳은 오직 관광과 관련된 비숙련 노동자를 채용하는 자리뿐이다. 남들이 ‘파라다이스’라고 부르는 섬을 떠나 대륙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현지 청년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이처럼 ‘모르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는’ 하와이 현지인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본 시간이 이제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부동산 중개 업체나 지인 없이 홀로 집을 구하는 과정부터,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밥을 해 먹는 일까지. 하와이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를 꿈꿔보거나, 이민지로의 하와이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 오직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오직 몸으로 직접 부딪혀 배운 생생한 날것들을.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으로 사는 하와이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 낙원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 제인린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