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면 떠올리게 되는 단어는 ‘크다’ 혹은 ‘많다’가 아닐까. 광활한 땅덩이와 14억을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다. 자연히 각 지역별로 특징이 다르고 생산되는 자원이 많으며 온·오프라인 유통망 규모는 엄청나다.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유통 업체로는 ‘타오바오’와 ‘징둥’이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타오바오는 이미 국내에도 익숙한 마윈 회장이 이끄는 기업이다. 베이징의 창업 특구인 ‘중관촌’에서 시작한 징둥 역시 이제는 중국의 No.2로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아성을 위협하며 급부상한 제 3의 업체가 등장했다. 바로 ‘많이 공유하다’라는 뜻을 가진 ‘핀둬둬(拼多多)’다. 박리다매를 통한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이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했을까.
|他们说, 그들의 시선
요즘 중국에서 물건을 구매하려면 마트보다 은행에 가는 편이 빠르다. 은행에 가면 본인 명의의 계좌를 만든 뒤 모바일 결제 수단인 ‘즈푸바오’를 연동할 수 있다. 그러면 일반 마트나 백화점에서 구매해야 했던 모든 제품을 타오바오나 징둥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곧바로 구입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구매 대비 최대 10%까지 낮은 가격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자국민은 물론이고 중국에 일정 기간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은행 계좌를 만드는 일이 일상화됐다. 물론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정부가 주택 구입이나 정식 비자 발급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까다로워지긴 했으나 이전까지만 해도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외국인도 쉽게 신규 계좌 개설이 용이했다. 핀둬둬는 이를 바탕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她说, 그녀의 시선
핀둬둬는 올해로 창업 3년차를 맞는 신생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거래 총액은 1412억 위안(약 23조1500억원), 주문 건수는 43억 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억4400만 위안(약 2857억원)으로, 전년 대비 4.5배 성장했다.
핀둬둬의 특장점은 공동구매 시스템이다. 구매자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것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핀둬둬는 현재 약 140만 곳에 달하는 국내외 업체와 최저가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기본 가격과 공동구매 가격이 따로 공개돼 있으며, 100위안 정도의 제품을 공동구매로 구입할 경우 30~40위안까지 떨어지곤 한다.
이에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중국 소비자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핀둬둬 가입을 추천하고 구매를 권한다. 자연히 핀둬둬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온라인 상거래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개인정보 문제도 없다. 핀둬둬는 다수의 인원을 모집해서 공동으로 구매하기를 유도할 뿐 그 이상의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구매가 무산될 경우 고객은 해당 제품에 지불한 금액을 환불받는 것으로 거래가 깔끔하게 종료된다.
핀둬둬는 온라인 구매와 바이럴 광고에 익숙한 여성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실제로 핀둬둬에 가입한 회원 4억명 중 90% 가량이 여성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핀둬둬 역시 급성장의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깎아먹는 동시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짝퉁’ 문제다.
핀둬둬는 가격을 낮추는 데만 골몰하다 보니 개별 업체에서 저가로 유입되는 가품들을 걸러내지 못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핀둬둬가 판매하는 제품의 40% 가량이 가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핀둬둬’가 아니라 사기가 많다는 뜻의 ‘피엔둬둬(骗多多)’라는 오명도 나왔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가의 해외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다는 이유로 덥썩 구매하고 보니 심볼이나 마감이 정품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가품 판매자와 유통 업체 모두를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정 업체를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핀둬둬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핀둬둬 측은 자체 조사와 감독을 통해 이 같은 가품 유통 문제를 시정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지만 한 번 불붙은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한 핀둬둬의 주가도 연일 폭락 중이다.
다만 핀둬둬가 이대로 무너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을 맛본 중국 소비자들 상당수가 당장 등을 돌릴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서다. 중국 당국의 물리적 제재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의 새로운 기린아로 떠오른 핀둬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