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중국에선 하늘과 땅 차이
구글과 페이스북, 중국에선 하늘과 땅 차이
2018.08.09 15:01 by 제인린(Jane lin)

 

영화 ‘남한산성’에서는 인조가 청나라 황제에게 머리를 땅바닥에 세 번 찧으며 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른바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한 번 절하면 머리를 세 번 조아리고, 이를 세 차례 반복하는 청의 예법)’이죠. 오래전 청나라 황제를 만나기 위해 서방에서 온 사신이 이 예법을 지키지 않아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는 일화도 있죠. 그 자리까지 이르기 위해 몇 달을 달려왔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여러 전문가들은 “지금도 그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합니다. 서방 국가의 중국 진출에 대해, 중국은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요구하고, 그에 부합하지 않으면 갈등으로 이어지는 행태를 빗댄 것이죠. 실제로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중국에서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현재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까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마윈이 왜 스타벅스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기사. 중국 스타벅스와 마윈의 알리바바가 협력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최근 중국 현지에서 화제다.(사진:바이두 이미지 DB)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의 공무원은 매우 권위적이다. ‘공안’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공무원 집단은 월 2000~3000위안(한화 약 32만원~50만원)이라는 적은 월급을 받고 근무하는 대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권위’와 ‘권력’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차표를 구매하거나 비행기, 기차 등을 탑승할 시 공무원이나 그의 가족들만을 위한 전용통로가 마련돼 있다는 식의 편의다. 인구가 많은 탓에 기차역이나 공항 등에서 여지없이 긴 줄을 서야 하는 중국에서 이 같은 편의는 꽤 부러움이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편의를 제외한다면 공무원과 그의 가족의 손에 쥐어지는 월급은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앞에서 언급한 수준의 월급으로 가족을 부양하기엔 현실적으로 매우 부족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청년들은 매년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여,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편의를 누리며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공무원 집단의 권력과 사회적 용인 분위기는 대부분의 경우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

특히 외국인의 눈에 비친 중국 공무원과 그들이 가진 사회적 권력은 부당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중국인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반기를 들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아 숨 쉬는 동안 이 같은 중국식 사회통념에 대해 받아들이는 법을 익힐 뿐이다. 심지어 14억 인구가 큰 다툼이나 갈등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공무원의 손에 쥐어진 작은 권력과 이를 용인하는 중국인의 습성에 달려 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일부 있다.

어쩌면 그들만의 문화에 반기를 들 경우, 반기를 든 세력은 곧장 사회 밖으로 완전히 배척되어 버린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머리를 조아리고 함께 평화를 누리거나, 사회 밖으로 완전히 내쳐지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하는 사회, 외국인의 눈에는 여전히 낯설 수밖에 없다.

외국인의 눈에선 중국 공무원 집단의 권력이 부당한 것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
(사진:ChameleonsEye/Shutterstock.com)

 

她说, 그녀의 시선

현재 중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 가운데 중국인들의 식생활에 잘 스며들었다고 평가받는 업체들은 스타벅스, 맥도날드, KFC 같은 미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다. 그런데, 이들 역시 최근 기존의 영업방식에 변화를 주는 등 중국 내 새로운 영업 전략을 세운 것이 알려져 화제다. 그들의 ‘새로운 영업 전략’의 내용은 중국식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최근 스타벅스가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알리바바(alibaba)와 협력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중국 유력언론 왕이망 보도에 따르면, 중국 스타벅스 그룹 측은 상하이 150여개 스타벅스 점포를 시작으로 중국 30여개 도시에서 운영 중인 매장에 알리바바와의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의 협력내용에는 알리바바 산하의 ‘어러머’를 통해 스타벅스 제품을 배달하는 것이 포함됐다. ‘어러머’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배달 전문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 측은 ‘어러머’와 ‘허마셴셩’ 등 알리바바 주요 배달 플랫폼에 가입, 입점하게 됐는데, 이를 통해 약 4억명에 달하는 ‘어러머’ 회원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스타벅스가 보유한 중국인 회원의 수가 700만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는 큰 메리트다.

중요한 건 스타벅스 측이 ‘매장 내에서만 음료를 판매한다’는 자체적인 기조와 내부 직원을 통해서만 배달하여 음료의 질을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오직 중국 내에서만 변경하게 되었다는 대목이다. 해당 언론은 “스타벅스의 이 같은 배달 서비스 도입 정책은 그동안 자사 커피에 대해 ‘100% 자체생산 및 매장 전용’ 운영 방침을 변경하는 첫 사례”라고 분석했다. 스타벅스 그룹 측은 “(이번 배달 서비스 도입을 통해)향후 5년 동안 매년 약 600여 곳에 달하는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시간이 부족한 화이트 칼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스타벅스는 배달 서비스 도입을 위해 ‘8분 제조, 22분 배달 등 30분 내 배달’ 원칙과 전용 패키징 사용 등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사진:바이두 이미지 DB)

전 세계 최대 이용자 수를 가진 검색 엔진 ‘구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달 초 구글은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을 받아들인, 오직 중국만을 위한 검색 엔진을 개발, 이미 시진핑 주석을 위시로 한 현 정권 세력 앞에서 해당 엔진의 기능 등을 시연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 2010년 중국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이어 구글과 관련한 구글 플레이, G메일 등 일체의 서비스가 정지된 바 있다. 구글이 떠난 후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엔진은 바이두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영하는 빙(BING)으로 운영돼 왔으며, 두 곳의 업체 모두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을 그대로 준수해왔다.

이번에 구글이 선보인 검색 엔진은 이른바 ‘드래곤 플레이 프로젝트’로 불리는데, 오롯이 중국 정부 입맛에 맞춘 시스템으로 개발됐다고 알려져 있다. 해당 검색 엔진을 이용할 경우 이용자는 반(反) 시진핑과 관련한 일체의 정보와 천안문 사태, 종교의 자유, 언론 자유, 소수민족 독립 등과 같은 내용 일체를 검색할 수 없게 된다. 벌써부터 “구글의 중국 재진출이 성공할 경우 불과 8년 만에 중국식 기조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것”이라는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새로운 형태의 구글 검색 플랫폼은 빠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만을 위한 구글의 검색엔진이 어떤 형태일지, 현지에서도 궁금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진:바이두 이미지 DB)

여기까지 살펴봤을 때 구글과 스타벅스는 중국 정부에 대해 전략적 협력을 선택한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버티기 중인 곳도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NS ‘페이스북’이다.

사실 페이스북의 CEO 저커버그는 중국과 대놓고 잘 지내보려 하는 인물이다. 매년 악명 높은 미세먼지 속에서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마라톤에 참가하며, 그 현장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보 게시 전 ‘검열’이라는 중국식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 ‘페이스북’은 여전히 중국 정부 관문을 넘지 못했고, 14억 인구시장을 그저 호시탐탐한 노리고 있을 뿐이다.

중국 진출을 위해, 매년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마라톤에 참가하는 페이스북 저커버그 CEO의 모습.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빠짐없이 참가하는 그의 충성심에 현지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이처럼, 필자가 경험한 중국과 중국식 문화는 지난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기준과 문화 속에서, 이를 받아들인 자에게는 그들이 가진 매력적인 자원을 공유할 여유와 의사가 충분하지만, 그들의 기준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라면 그 세력이 가진 매력적인 상품이 무엇이든 중화제국이 세운 단단한 성벽 밖으로 쉽게 내친다.

그렇기에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다소 비합리 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그들만의 기준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느냐, 아니면 배척당하느냐. 이 두 가지 선택지만 놓여있을 뿐이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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