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없는 의류 쇼핑몰과 큐레이션
넓고 얕은 혁신이야기 - 스티치 픽스(Stitch Fix)
옷이 없는 의류 쇼핑몰과 큐레이션
2018.06.14 17:36 by 영태

 

의류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제품을 잘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나 영상 또는 글과 같은 콘텐츠이다. 상품별 판매자가 준비한 콘텐츠는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경험하기 전, 구매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것이 없는 쇼핑몰이 있다. 바로 스티치 픽스(Stitch Fix)다. 그들은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가 약 3천5백억 원에 달했고, 2016년 매출은 무려 5천억 원을 넘었다.

www.stitchfix.com

스티치 픽스에 제품을 표현하는 콘텐츠가 없는 이유는 이 쇼핑몰에는 옷이 없기 때문이다.

스티치 픽스는 옷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입력한 정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 스타일리스트>가 추천하는 옷을 배송해 주는 스타트업이다.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있지만 쇼핑은 귀찮은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이다.

스티치 픽스의 구매 프로세스

스티치 픽스에 대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서비스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가 바로 넷플릭스의 엔지니어링 부회장 출신 에릭 콜슨(Eric Colson)이라는 점이다. 직장을 옮긴 에릭 콜슨은 스티치 픽스가 큐레이션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에릭 콜슨(Eric Colson)

일생 동안 옷을 고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우린 각자가 경험하고 있듯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단위라고 말하는 의식주를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도 왜 매번 같은 옷을 입냐는 질문에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을 뺏기기 싫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그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자기 스타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옷을 구매하는 여정을 살펴보면 매장에서 옷을 고를 때 항상 결정장애에 빠진다. 거의 매번 빠지는 결정 장애를 탈출하는 방법은 의외로 함께 간 일행 또는 점원의 "잘 어울려요"라는 한마디가 구매 결정의 MOT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함께 간 일행이 지쳤거나 혹은 점원 입장에서 판매를 위한 목적일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인터넷은 그런 정서적 교감(?)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 물론 리뷰라는 것이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지만, 완벽할 순 없다. 수많은 쇼핑몰과 그런 쇼핑몰 안에서 생산된 정보들 속에서 고객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바로 이점이 스티치 픽스가 공략하고 있는 포인트이다.

 

| 스티치 픽스의 성공요인

1. 머신과 사람의 결합

데이터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머신은 앞으로 더 정교화가 되겠지만 스티치 픽스는 소비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주기 위해 스타일리스트가 개입되어 있다. 그 수는 무려 3천 명에 달한다.(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 에릭 콜슨은 이 둘의 결합을 강조했다. "기계만으로 또는 우수한 인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둘을 결합해야 한다." 바로 그의 주장이다.

2. 옷이 아닌 스타일을 판다.

옷이 없는 쇼핑몰로 여러 곳에 소개되고 있지만, 스티치 픽스가 파는 것은 단순히 옷이 아닌 스타일을 판매한다고 볼 수 있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행위의 목적은 스타일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치 픽스의 지향점은 바로 스타일을 파는 데 있다. 스티치 픽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어쩌면 개인 코디를 고용한 셈이다.

3. 최소한의 선택지

스티치 픽스의 데이터 알고리즘이 고도화될수록 현재 소비자에게 주는 5개의 선택지를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제공하는 5개의 선택지는 만족도 극대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티치 픽스가 가장 아파할 피드백은 5개의 선택지에서 어느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추천해준 스타일에 크게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어 보인다. 개수를 늘리면 어떨까? 선택지가 많을수록 만족도 혹은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행동경제학 실험들에 의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4. 단단한 Backend 구축

개발 용어로 쓰이는 Backend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뒷부분이다. 스티치 픽스는 자신들이 받은 투자금 대부분은 재고관리에 투자했다. 배송은 상품을 다루는 온라인 서비스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스티치 픽스는 다양한 고객에 맞춰서 상품을 제공해야 되는 이유로 보통의 쇼핑몰보다 재고관리가 더 까다롭다. 그들은 현명하게도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5. 정보의 과잉이 피곤한 사람들

정보의 과잉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많이 느끼게 되어 있다. 결국 스티치 픽스의 고객은 옷을 고르는 데 스트레스받고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 고민하는 소위 멋 좀 내려는 사람들이다. 결론적으로 스티치 픽스의 고객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스티치 픽스는 이젠 유명해져서 평소에 스타일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이용해 보고 싶은 서비스가 되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과잉은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누구나 예측이 가능하다. 우린 인류가 지금까지 쌓았던 데이터의 량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생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큐레이션은 어느 분야에서건 과잉상태에서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개념이다. 햄릿 증후군이라고 일컬어지는 선택 장애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수없이 마주하기에 더 이상 장애라고 말하기 힘들 수도 있다.

모든 큐레이션 서비스가 그러하듯 스티치 픽스가 가진 잠재력은 발생된 피드백 데이터를 통해 큐레이션이 점점 더 고도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많은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는 시기에 스티치 픽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원문 출처: 영태 필자의 브런치 <마교_마케터의 교양>

 

필자소개
영태

스타트업 창업 그리고 기획, 전략, 마케팅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매력에 빠진 보통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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