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아 그들을 살려라’, 굿네이버스 희망걷기대회를 가다
‘걸음아 그들을 살려라’, 굿네이버스 희망걷기대회를 가다
2018.06.07 15:09 by 이창희

 

“몸소 체험해봐야 알죠. 딸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이 자리의 의미를, 여기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요.”

정명숙(40·경기 안양시)씨가 초등학생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밝게 웃는 모녀의 모습은 늦봄의 아침 햇살과 닮았다. 정씨는 “오늘 아이와 함께 걸으며 들려줄 얘기가 많다”며 “날도 좋고… 정말 기대되는 시간”이라고 했다. 걸음을 재촉하는 모녀의 뒤로 삼삼오오 모여 유유자적한 발걸음을 옮기는 무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족, 친구, 연인… 조합은 저마다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세상을 밝히는 한 걸음’을 위해 휴일 늦잠도 마다했다. 지난 26일, 무려 3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펼쳐진 ‘스텝포워터(Step for water) 희망걷기대회’ 풍경이다.

행사에 참여한 정명숙씨 모녀(왼쪽)와 지난해 열린 1회 대회 풍경(사진: 굿네이버스)

올해로 두 번째 열린 희망걷기대회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의 식수위생지원사업 ‘굿워터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시민참여 형 캠페인이다. 굿네이버스는 깨끗한 물 없이 살아가는 전 세계 10% 인구를 돕기 위해, 지난해 ‘굿워터프로젝트’ 캠페인을 론칭하고, ‘스텝포워터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해 기부문화를 확산시켜왔다. 희망걷기대회는 그 현장을 몸소 체험하고 동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걷기만 해도 한 걸음당 1원씩 기부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실제 기부금은 굿네이버스와 함께하는 기업들이 후원하며 니제르, 라오스, 르완다, 캄보디아, 과테말라 등 물 부족 국가를 위해 쓰인다. 참고로 지난해 열린 1회 행사에선 총 2억8947만228걸음이 모였다.

이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굿네이버스의 민지혜 대리는 “쉽고 재밌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퍼네이션(Funation)’의 일종으로 기획된 것”이라며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던 ‘포카리스웨트 블루런’이나 ‘코웨이 에코런’ 등을 참고해 코스와 배치 등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현장 접수처 풍경(왼쪽),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행사 접수처가 차려진 서울대공원 광장 앞은 오전 9시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족 단위의 참가자부터 친구, 연인, 단체 등 참가자의 면면도 다양하다. 혼자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사람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이들은 ‘Good Water Project’ 문구가 적힌 흰 티셔츠를 챙겨 입고, 출발선 인근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오전 11시, 수많은 인파가 동시에 출발선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마치 마라톤 대회를 방불케 했다. 코스는 총 5km.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남짓이면 완주할 수 있는 거리지만, 순서나 기록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짐짓 여유를 부리며 봄날 호숫가의 경치를 즐기는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거나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으며 피크닉을 겸하는 가족들도 보였다. 아내·아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백두현(48·서울 신길동)씨 가족도 그중 하나다. 백씨는 “아들이 올해 고3이라 같이 시간을 못 보내는 게 늘 아쉬웠는데, 오늘 이 행사 얘기를 하니 흔쾌히 함께 해주더라”면서 “부담 없이 걸으면서 좋은 일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말 데이트 코스로 삼은 의식 있는 커플도 종종 눈에 띄었다. 여자 친구의 추천으로 함께 왔다는 조양래(30·서울 시흥동)씨는 “어떠냐?”는 물음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솔직히 처음엔 귀찮고 오기 싫었는데, 막상 걸어보니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사실 영화 보고 맛있는 것 먹는 데이트는 평소에도 많이 하잖아요.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의미 있는 일까지 한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남달라요. 평소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기회를 잡지 못했거든요.(웃음)”(조양래 씨)

백두현 씨 가족(왼쪽)과 조양래 씨 커플

사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의 합성어로 ‘즐겁게 기부한다’는 뜻의 퍼네이션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IT기술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이 아닌 것에 재미있는 요소들을 부여하여 게임처럼 만드는 것)의 발달이 기부문화에도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것. 특히 최근 국내 공익단체들의 후원경쟁이 과열되면서 이 요소를 차용한 캠페인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지혜 대리는 “퍼네이션이 대중이 나눔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맞지만, 진정성이 없다면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우려도 있다”면서 “희망걷기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주의했던 부분은 단순히 즐거움만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걷기 코스 안에 4가지 특별한 미션을 넣은 것도 그래서다. 이 미션을 수행하며 아프리카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구하러 떠나는 여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 민 대리는 “행사의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오늘의 활동으로 지구 반대편 아이들에게 오롯이 희망이 전달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에게 4시간이 주어진다면’ 포스트잇 미션. 개발도상국 아동들이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걸어야 하는 거리가 하루 평균 4시간인 것을 감안해 기획된 것이다.

지난해 이 행사의 후기 평점은 4.5점(5점 만점). 그 평가는 고스란히 올해의 성원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신청인원 3000명이 2주도 안 돼 일찌감치 마감됐을 정도. 올해 행사에 참여했던 백두현씨 역시 “도심에서 접하기 힘든 걷기행사,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 나눔으로 이어지는 결과 등 모두가 만족스러웠던 시간”이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스텝포워터 희망걷기대회가 국내 퍼네이션 캠페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지는 대목.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앞으로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나눔에 동참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스텝포워터 희망걷기대회는 서울, 제주, 천안, 인천 총 4군데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전국대회 일정은 8월 이후 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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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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