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텍사스 명사수가 되지 않는 법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 그리고 마케팅
마케터. 텍사스 명사수가 되지 않는 법
2018.05.17 17:18 by 영태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The Texas Sharpsooter Fallacy)라는 것이 있다. 어느 카우보이가 벽에 무작위로 총을 쏜 후, 총알이 가장 많이 박힌 곳에 과녁을 그려 자신을 명사수라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과녁의 중심점에 총알이 많이 박혀 있는 모습을 나중에 본 사람들은 카우보이가 명사수라고 믿게 된다. 이것은 우연히 발생한 결과에 대해 인공적인 질서를 부여하는 인간이라면 흔히 하는 오류 중에 하나이다.

(출처: https://rampages.us/bortfeldst/2015/09)

마케팅이라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마케팅의 특성상 계획을 벗어난 상황뿐만 아니라 예측조차 불가능했던 것들이 자주 발생한다. 거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지금은 그 결과들이 텍사스 명사수의 벽에 박힌 총알의 흔적처럼 쌓이게 된다.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이다. 우연히 발생된 상황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상황이든 마케터는 고민에 빠진다. 무엇인가 계획-실행-리뷰를 해야 하는 사람이 하는 보통의 과정이다. 그 고민은 바로...

어디에 과녁을 그려야 할까?

하지만 마케터라면 텍사스 명사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케팅 결과를 해석할 때는 우연히 벌어진 일과 계획된 일의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가 발생했을 때, 나의 계획과 실행이 적중했음을 표현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인과관계에 대한 정교한 판단이 무시되는 경향이 많다.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어느 회사가 마케팅 예산을 100% 늘렸더니, 판매량이 400% 증가했다. 원래 예상했던 판매량 증가는 200% 였다. 이를 탄력 받아 마케팅 예산을 200%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100% 늘렸을 때와 변함이 없었다.

마케팅 책임자는 예상 목표보다 더 많은 판매량 증가에 처음 마케팅 예산 증가를 결정한 행동에 과녁을 그렸다. 하지만 이후 더 많은 예산을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정체된 것은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판매량 증가가 다른 전술의 변화 없이 예산만 증가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면 우연히 찾아온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위 사례는 물론 매우 극단적이지만 마케터가 텍사스 명사수가 되면 안 되는 이유이다. 결과론이지만 우연한 결과에 의도된 것이라는 해석이 불러왔다. 우연한 성공과 우연한 실패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텍사스 명사수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과녁을 미리 그려 놓고, 카우보이 혼자 두지 않는 것이다.

과녁을 미리 그려 놓으면 된다.

마케팅에서 과녁을 그리는 일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목표 설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텍사스 명사수도 벽이라는 단순한 목표는 있었다. 전부를 예측할 수 없지만 소비자의 구매 여정에 맞추어 데이터 측정 계획이 필요하다. 이것은 바로 마이크로 컨버전을 설정하는 것이다. 얼마의 비용을 쓰면 얼마의 반응이 나오고, 그중 얼마가 고객이 될 것인가 라는 계획 보다는 메시지에 따른 여정. 즉, 이동경로와 그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탈률(또는 유지율)과 같은 단계별 측정 계획이 더 낫다.

잘 그린 과녁은 실제 총알이 박힌 곳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호흡과 자세를 가다듬거나 영점을 조절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마케팅은 실험과 투자이다.

카우보이를 혼자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마케팅 담당자를 열심히 감시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마케팅 계획은 마케터만 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집단지성에서 탄생해야 한다. 마케팅 메시지 생산, 측정 계획과 구현, 고객 서비스 등 각 담당하는 분야가 가진 시각과 지향점을 잘 인지해야 한다. 필드에서 발생하는 변수는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고객 서비스 혹은 제품 자체 또는 그와 무관한 구성원의 마케팅과 무관 한듯한 행동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결과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관없이 우연한 결과는 마케팅을 그리고 마케터를 힘들게 한다. 예측과 다른 결과는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어딘가에 과녁을 그리는데 바빠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우연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에 있다.

 

“세렌디피티”

과학에서 우연히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몇 년 전부터 경영학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들의 성공 비결이 뜻밖의 행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겸손보다는 솔직한 표현이다. 마케팅 또한 세렌디피티를 현명하거나 혹은 솔직하게 받아들일 이유는 분명하다. 우연한 성공은 적어도 실험적이지 않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발생하진 않으니 말이다.

 

*원문 출처: 영태 필자의 브런치 <마교_마케터의 교양>

 

필자소개
영태

스타트업 창업 그리고 기획, 전략, 마케팅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매력에 빠진 보통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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