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 다시 떠오른 11년 전 그 술은?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2018.04.27 14:18 by 이창희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의학·법률·경제학·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 그 자체다.

-존 키팅, 죽은 시인의 사회

그렇다. 우리는 술이 아름다워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마시는 것이다. 발효의 과정을 거쳐 술의 맛과 향이 풍성해지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도 술을 통해 관계가 무르익고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오늘 서로를 만난 남북 정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 순간. (사진: 청와대_평화, 새로운 시작)
역사적 순간. (사진: 청와대_평화, 새로운 시작)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남북정상회담. 더퍼스트미디어 <전통주 다이제스트>에서 최근 소개했던 두견주와 문배술이 공식 만찬장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는 부분. 이에 힘입어 이번 주의 주인공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만찬주, 솔송주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710월 평양에서 만났다. 남북 정상들의 만남을 기념해 우리 측에서는 전국 8도에서 공수한 10가지 전통주를 준비했는데, 솔송주가 그 중 대표주자다.

11년 전의 두 남북정상. (사진: 2007남북정상회담)
11년 전의 두 남북정상. (사진: 2007남북정상회담)

경남 함양의 개평마을 하동 정씨 집안에서 500년간 제조법을 전승 중인 전통주다. 가지를 뚫고 나온 소나무 새순과 햅쌀, 지리산 암반수로 빚는다. 13%의 적당한 알콜 도수를 갖고 있으며, 부드러운 맛과 풍성한 향이 특징이다.

솔송주에 대한 소개는 간단히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도 앎의 재미와 지적 유희가 넘쳐났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서의 역할에 200% 충실했던 현장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WHEN: 3차 남북정상회담 48시간 전

WHERE: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대

DISHES: 참치회

MEMBERS: 황홀해서 새벽까지(54·인문학자), 추적60인분(35·탐사전문기자), 자유의 남근상(32·뉴요커), 오즈의 맙소사(20·뮤지컬배우) 본 에디터(편집장)

솔송주 1800ml. 일단 거대하다. (사진: 자유의 남근상)
솔송주 1800ml. 일단 거대하다. (사진: 자유의 남근상)

역대 가장 화려한 라인업. 무려 1800ml짜리 솔송주.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빅 마우스들의 입담이 시작된다. 예열 따위의 단계는 없다.

황홀해서 새벽까지:, 좋다. 향도 맛도 모두. 송순으로 만든 술이라니. (tea)로 치면 어린잎으로 만든 것 같은 부드럽고 순한 느낌.

편집장:. 기대보다는 밀도가 낮네. 두견주하고 비교하면 확연히. 원래 찹쌀이 들어간 전통주는 쫀득한 맛이 있는데.

자유의 남근상: 맞아. 두견주는 조금 과장해서 엿을 녹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추적60인분: 난 그런 밀도 별로. X, X주 이런 거 별로라서. 이건 괜찮은데?

편집장: 향은 나쁘지 않은데 술기운이 목에서 역류하는 것 같기도 한데?

자유의 남근상: 난 그걸 백김치로 눌렀음.

황홀해서 새벽까지: 근데 이게 무슨 술이라고?

편집장: 2007년 남북정상회담 만찬주.

자유의 남근상: 두견주는 일단 무게가 있고 뒷목을 지끈하게 만드는 강력함이 있는데, 얘는 그런 센 맛이 없다보니 특색을 잘 모르겠음. 이게 왜 정상회담 만찬장에 올라갔지?

황홀해서 새벽까지: 넘겨짚어 보자면, 순수하다는 술의 특징을 살린 것 아닐까 싶음. 남북이 처음처럼 순수하게 이야기 나눠보자 뭐 그런 뜻이겠지. , 술이 너무 좋은데 이거. 술 향 대신 솔 향이... (감탄사 연발)

추적60인분: 근데 예전에도 이런 만찬주 자체를 조명한 기사가 많이 있었나? 요즘은 술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복장 같은 것도 세세히 기사가 나오네.

편집장: 2007년만 해도 그런 말랑말랑한 기사는 잘 없었지. 특히 정치부에서는 가십거리 다루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황홀해서 새벽까지: 요즘은 언론도 많고, 어쨌거나 스펙트럼이 넓어야 하는 시대니까.

솔송주의 시작. (사진: 자유의 남근상)
솔송주의 시작. (사진: 자유의 남근상)

참치가 나왔다. 무엇이 어느 부위인지 먹을 때마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돌아서면 까맣게 잊게 되는 마성의 회.

편집장: 참치회 자체가 워낙 훌륭한 안주이긴 하지만, 솔송주하고 궁합은 어때?

황홀해서 새벽까지: 술이 부드럽고 약한 편이다보니 간장도 살짝, 고추냉이도 살짝.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을수록 이 술하고는 어울릴 것 같아.

자유의 남근상: 참치회를 맥주하고 먹는 사람도 있던데? 이해불가.

편집장: 무슨 소리. 초밥에 맥주는 최고임.

황홀해서 새벽까지: 갑이지 갑. 따뜻한 초밥에 생맥주는 엄청난 궁합.

자유의 남근상: 그러고 보면 일본 사람들은 술 참 안 마셔.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완전 놀자판이지. 기본적으로 놀자 정신이 강해.

자유의 남근상: 일종의 마초 문화인데, 술을 얼마나 먹느냐를 놓고 경쟁 심리가 있어. 화장실 가서 토하고 다시 먹는 문화가 어디 또 있겠나 싶음.

참치는 어지간해선 늘 옳다. (사진: 자유의 남근상)
참치는 어지간해선 늘 옳다. (사진: 자유의 남근상)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 옛날 무천(舞天)이나 영고(迎鼓) 같은 제천행사를 보면 기간이 기본적으로 석 달이야. 3개월 내내 노는 거지. 브라질 리우 페스티벌이 보름 정도니까 우린 6배네.

추적60인분: 그렇게 열심히 놀던 전통과 문화는 다 어디로 간 걸까.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러니까. 그게 다 자본주의가 들어와서 그래. 모든 게 황금만능주의로 바뀌면서 삶의 즐거움을 위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자리 잡은 거지. 사실 옛날엔 월급이 아니라 일당이나 주급으로 삯을 줬는데, 일주일 일하고 100만원 받았다 치면 그거 다 쓸 때까지 일을 안 나가. 다 쓰고 나가. 그래서 길거리에 노는 사람들이 흔했는데, 자본주의가 들어오고 나서는 그들을 부랑자 취급하고 사상이 불량한 사람으로 몰아갔지. 급기야는 감옥에 잡아넣고 강제노역 시키고. 대 감금의 시대가 있었다니까. 그래서 중세 때보다 더 못 노는 인간형이 바로 자본주의형 인간이 된 거지.

편집장: 근데 그 3개월 덮어놓고 놀던 시기의 마지막이 언제야?

황홀해서 새벽까지: 삼국시대쯤? 사실 고려시대만 해도 불교 축제기간에 엄청 놀았어. 평소에 시주 받고 해서 재물이 절에 쌓이면, 절에서는 그걸 축제 때 확 풀어서 나눠주고 그랬거든.

편집장: 일종의 사회공헌?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렇지.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은 완전 꽐라되는 날인거야. 그런 날은 젊은 남녀가 눈 맞으면 산 속으로 들어가서... ? 알지? 그런 게 허용되는 날인거지. 암묵적으로.

자유의 남근상:, 정말?

황홀해서 새벽까지: 삼국유사에 나와 있어. 불교가 금욕적인 종교임에도 그런 전통이 있었다니까. 서양에도 있어. 메이폴 축제. 5월이 되면 꽃이 활짝 피잖아. 그럼 벌판에 폴대를 하나 꽂아. 그게 메이폴이야. 그 폴대 중심으로 반경 1km가 자유롭게 남녀가 만날 수 있는 구역이 되지.

편집장: 근데 그러면 성비가 좀 맞긴 하나?

추적60인분: 그 뭐였더라, 솔로대첩처럼 될 것 같은데. 참석자 중 남자가 98%.

편집장: 그래서 그때(솔로대첩 때) 종목 변경했다잖아. 씨름 한마당으로ㅋㅋ

황홀해서 새벽까지: 어쨌든 결국 자본주의가 성()을 음지화·폭력화 시킨 거지. 사람들이 자유롭게 성관계를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데 말야.

 

분명 안주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어느 새 정신 차려보니 자본주의와 페스티벌과 성 이야기까지 쏟아진다.

편집장: 자본주의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최근 독일에서 어떤 인물의 탄생 200년을 기념해서 0유로짜리 기념지폐를 만든다고 함. 누구인지 맞춰보시라.

황홀해서 새벽까지: 마르크스 아냐?

편집장:, 정답.

황홀해서 새벽까지: 마르크스 하면 또 할 말이 많지. 그 사람은 애초에 혁명가가 될 생각이 없었는데, 시대의 격랑에 휩싸이면서 변모했지. 청년기 마지막 작품이 34살 때 쓴 공산당 선언인데, 지금 봐도 정말 명문이야.

추적60인분: 맞음. 그 짧은 글 안에 인류 역사를 다 담아냈지.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 초안을 엥겔스가 작성했는데 마르크스가 보더니 그걸로 사람들 가슴이 뛰겠어?”라고 반문했지. 그리고 곧바로 바꿨지. 시작부터 명문이야.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캬아.

추적60인분: 그 시대는 서른 살에 시대를 바꿀 힘을 가진 이들이 있었지.

황홀해서 새벽까지: 뭐 사실 4.19만 해도 중고딩들이 활약했잖아. 근데 요즘은 애들 꿈이 건물주라고 하니...

편집장: 요즘 스타트업 하는 친구들 만나보면, 아이디어 엄청나고 대단들 해. 몇 년 전만 해도 걔네들 꿈은 마크 주커버그가 되는 거였는데, 이제는 주커버그한테 팔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 돼버렸어.

 

이야기가 너무 멀리 나와버렸다. 땅따먹기도 3번 안에 돌아와야 하는 법인데. 인위적으로 다시 술에 집중해 본다.

편집장: 술이 순수하다는 이야기가 뇌리에 남아서 그런지, 조금 틀어서 보면 미성숙하다는 느낌도 드네.

자유의 남근상: 그렇다면 난 더 비틀어서, 시작이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봐.

황홀해서 새벽까지:, 두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났다는 의미도 되니까.

편집장: 근데 당시 다녀온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소나무의 상징성도 한 몫 한 것 같아. 한반도 어디서나 잘 자라고,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고.

황홀해서 새벽까지: 늘 푸르다는 뜻도 있지만 굳건한 지조, 신의의 의미도 있어. 결국 종합하면 소나무처럼 푸르게, 오래 가보자쯤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다들 이번 정상회담에 기대하는 부분이 뭔지 궁금하네.

추적60인분: 종전 선언. 근데 이걸 남북회담에서 할 순 없을 거고, 원칙적 합의가 있지 않을까. 최종 발표는 북미회담에서 나올 것 같은데. 어쨌든 종전이란 단어 자체가 나오는 게 가슴 뛰는 일이니까.

자유의 남근상: 더 구체적인 부분에선 어떨까.

추적60인분: 차를 몰고 평양까지 2시간 만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38도선이 공간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람의 상상적 사고력까지 막고 있다고 봐.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러게. 전쟁을 멈춘다는 의미 이상이지. 근데 불안하진 않아?

편집장: 갑작스런 판 뒤집기만 아니라면, 다른 리스크가 있을까? 트럼프?

추적60인분: 하긴, 트럼프는 앉은 자리에서 트위터로 장관을 해고한 사람이니. 물론 트럼프가 그렇게 무계획하고 멍청하다고 보진 않지만,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인 건 분명한 듯.

황홀해서 새벽까지: 트럼프가 계속 지금처럼 했으면, 나아가 재선에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건 뭘까.

편집장: 개인적으로, 옥류관을 가든 옥류관 냉면을 배송받아 서울에서 먹든, 그걸 한 입 먹으면 실감이 확 날 것 같아.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래. 평양 버드나무 밑에서 평양술을 한잔 털어 넣으면서. 이념은 그렇게 무너지는 거지.

 

다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음이 드러난다. 그런데 취기가 오르니 갈수록 이야기는 돌아올 줄 모른다.

추적60인분: 근데 이 국면에서 가장 궁금한 게, 한국 외교단이 김정은한테 들은 이야기를 트럼프한테 전달했잖아. 그걸 들은 트럼프가 북미회담을 단박에 오케이 했는데, 그 메시지가 과연 뭐였을까.

편집장: 뭐였을 거라고 생각함?

추적60인분: (김정은 입장을) 조심스레 추측해보자면... 그 정도로 신속한 결단이라면, 중국을 등질 수도 있다는 메시지 아니었을까?

황홀해서 새벽까지: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내가 김정은이라도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커. 중국이 경제적인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부분은 무시 못하니까. 결국 등거리 외교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아.

추적60인분: 근데 해외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듯. 네덜란드 취재 갔을 때도, 남북문제 엄청 물어보더라고.

편집장: 맞아. 나도 재작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었는데(관련 이야기는 여기->이 겨울,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오르다), 거기서 만난 러시아 애들도 그런 거 엄청 물어봐.

1시간도 안 걸렸다. (사진: 자유의 남근상)
1시간도 안 걸렸다. (사진: 자유의 남근상)

어느덧 술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황홀해서 새벽까지: 이 술은 참, 이상하게도 먹을수록 부담이 없어지는 이 느낌은 뭘까.

편집장: 사람이랑 같은 듯. 첫맛에 치고 나오는 술은 뒤로 갈수록 맛이 떨어지는 듯도 하고.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도 궁금하네.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런 걸 두고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하지.

자유의 남근상: 인문학자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니ㅋㅋ

추적60인분: 근데 이거 정말 정신 제대로 차리고 마셔야 되는 술인 듯.

황홀해서 새벽까지: 나도 맛있다고 마구 들이켰는데, 취기가 슬슬 스며들면서 사람이 늘어지네.

추적60인분: 연애 초기에 아이스브레이킹에 아주 좋은 술일 것도 같은데?

황홀해서 새벽까지: 이거 다 마시면 분명 둘 다 집에 못 간다에 한 표. 남북정상회담이 문제가 아니라 남녀정상회담을 나눌 수 있는.(므흣)

자유의 남근상: 이 멘트, 원고에 분명히 들어간다에 한 표. 술 한 병 걸 수 있음.

 

그렇게 오늘의 <전통주 다이제스트>는 막을 내리...기는커녕 새로운 술의 등장. 또 하나의 전통주 천년약속’.

편집장: 이 술로 말할 것 같으면, 솔송주랑 같이 만찬장에 올라갔던 술. 네이밍의 승리라고 봐. 이름 좋잖아.

자유의 남근상:, 영문명이 ‘Millennium Promise’. 이거 서양 애들한테 좀 통하겠는데?

오늘의 2번 타자. 천년약속. (사진: 자유의 남근상)
오늘의 2번 타자. 천년약속. (사진: 자유의 남근상)

그렇게 다시 시작된 술자리. 다 같이 한 잔. 5번째 멤버(오즈의 맙소사)도 이때 합류했다.

자유의 남근상:? 이건 산X춘에 가까운데?

황홀해서 새벽까지: 아이구야.(탄식)

추적60인분: 아이구야.(더 깊은 탄식)

편집장: 역시 간판만 좋은 거였나.

자유의 남근상: 이럴 땐 그냥 마시면 안 돼. 조합을 찾아봐야지. 소주하고 섞어볼까?

 

천년약속과 소주를 1:1 비율로 섞어본다. 일단 향은 죽지 않으면서 빛깔만 연해진다. 다시 다같이 한 잔.

편집장:, 입에 짝짝 붙는데? 마실수록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야. 엄청 마음에 드는 불량식품 맛이랄까.

추적60인분: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건 완전 다른데? 단일 주종이야 이건.

자유의 남근상: 훨씬 낫네. 백세주랑 소주 섞으면 오십세주니까, 천년약속+소주는 한오백년인가?

황홀해서 새벽까지: 좋네 그거.

오즈의 맙소사: 단맛이 날아가니까 완전 좋은 듯. 근데 소주 비율을 좀 더 높여도 좋을 것 같아.

추적60인분: 그럼 한오백년 말고 250?

천년약속에 소주를 섞어 탄생한, 이름하여 ‘한오백년’. (사진: 자유의 남근상)
천년약속에 소주를 섞어 탄생한, 이름하여 ‘한오백년’. (사진: 자유의 남근상)

편집장: 아참, 천년약속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얘는 2005년에 생겼는데 말야.

추적60인분: 아니, 그럼 이미 전통주가 아니잖아?

편집장:. 그런데 그게 왜 그러냐면, 보통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주는 누룩을 넣어 밑술을 만들고 그 패턴은 같아. 어떻게 변주하냐 그 차이일 뿐. 근데 얘는, 특이한 박사 한 분이 버섯균사체가 알콜을 0.001%가량 머금은 걸 발견하고 연구에 매달렸어. 7년의 연구 끝에 버섯균사체만 가지고 발효에 성공했지.

일동: 오오.

 

신나게 웃으며 떠드는 사이 솔송주도 천년약속도 모두 떨어졌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편집장: 다들 마지막 총평 부탁드림.

황홀해서 새벽까지: 난 솔송주에 완전 반함. 이 술은 정말 에너지가 엄청나. 가지를 뚫고 나온 소나무의 새 순이 머금고 있는 에너지. 하루 종일 울어도 지치지 않는 게 갓난아이인 것과 같은 이치지.

자유의 남근상: 개인적으로 솔송주는 기대보다 아쉬웠고, 대신 한오백년을 발견한 것으로 만족. 난 밥값, 아니 술값 했다고 자부함.

오즈의 맙소사: 나는 솔송주. 무엇보다 텁텁하지 않아서 좋고, 와인처럼 가글링했을 때 솔향이 코에 가득 차는 게 행복함.

추적60인분: 나는 솔송주-한오백년 사이에서 고민. 아니 그나저나 오늘 이렇게 떠든 이야기를 어떻게 글로 옮길까 정말 궁금하다.

편집장: 마감 닥치면 어떻게든 글을 뱉어내는 게 기자들 아니겠나. 낙엽을 주워서라도 술을 담그지. 맛은 몰라도. 아무튼 오늘 다들 고생하셨음.

황홀해서 새벽까지: 그래, 모두 고생했으니 이제 술 마시러 가자. 옆집 예약해놨어.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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