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죠. 선한 뜻이 있어도 현실에 부딪치면 함몰되고 주저 않게 되요. 그럴 땐 처음에 품었던 뜻을 기억하세요. 초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아로마빌커피의 노환결(56) 대표가 천천히 입을 뗐다. 커피 공장을 통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노 대표는 본인 역시 1급 시각장애인이다. 노 대표의 조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남윤서(22‧SEN경희)씨는 “사회적기업을 공부하면서 뜻을 키워왔지만 실천할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오늘 말씀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평생 사회적기업을 일구며 수많은 난관을 헤쳐 온 선배와 이제 막 그 길로 접어들려 하는 후배의 만남, 이날 수많은 테이블에서 펼쳐진 건 현재와 미래의 대화였다.
지난 27일 저녁,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PAN soil&society’(스타트업캠퍼스 1층)에서 ‘사회적기업CEO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2018SENP(Social Economy Networking Program)’의 3번째 프로그램으로 경기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아르콘, 스타트업캠퍼스가 주최했다.
‘사회적기업CEO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사회적 경제 생태계 안의 선후배가 함께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서 마련됐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등록된 사회적기업 및 예비사회적기업 CEO, 국내 최대 사회적 경제 학술동아리 ‘SEN(Social Enterprise Network)’의 각 대학 지부 청년 등 총 60여명이 참석해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네트워킹에 앞서 사회적기업의 발전과 예비 창업자들의 내실을 더해줄 특강이 진행됐다. 먼저 ‘KBS 아름다운 사람들-젊은 광대의 선물’에 소개됐던 여행작가 우근철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을 공유했다. 우근철 작가는 “여기 모이신 분들은 모두 특별한 꿈을 지니신 분들”이라며 “내 소박한 경험을 통해 꿈을 어떻게 지키고, 키워나가는지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비즈니스 모델 수립 전문가인 이복연 패스파인더넷 대표의 강연에선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회적가치도 중요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경쟁력을 겸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예비 창업자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졌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이는 ‘소셜벤처 사관학교’ 언더독스의 조상래 부사장. 조 부사장은 소셜벤처 창업 지원 사례를 소개하며 창업을 앞둔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겸해 진행된 자유교류 시간에는 사회적 경제 주역들의 현재와 미래가 한데 어울린 네트워크의 장이 펼쳐졌다. 소셜벤처 바스반의 김주영(40) 대표는 “이 자리의 가장 큰 목적은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좋은 멘토를 만나 실패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평생을 소비자로 살아왔다면, 이제 경영자의 마인드를 가지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경현(21‧SEN중앙)씨는 “사회적기업 하면 무조건 베풀고 나누는 회사인 줄만 알았는데, 훨씬 다양하고 치밀하단 걸 알았다”면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편견은 없애고, 정보를 쌓아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가 열린 ‘PAN soil&society’는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플랫폼 ‘배터리 클럽’의 콘셉트를 차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해 11월 스타트업캠퍼스 1층에 문을 열었다. 경기도의 기업가와 청년 창업가들의 다양한 교류의 장을 지향하며, 경기도의 로컬 푸드를 활용한 창의적인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 임승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