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기술의 절반은 여기서 탄생한다
중국 신기술의 절반은 여기서 탄생한다
2018.01.17 17:35 by 제인린(Jane lin)

지난 회에 이어서 중국 청년이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중관촌 일대를 조금 더 살펴본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이곳엔 창업 특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창업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자금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 창업가들에게 특화된 장소로 중관촌을 ‘최고’라 꼽는 것은 그래서다.

중관촌의 창업 기지는 리커창 총리가 찾아와 청년 창업가들을 독려했다고 알려진 ‘이노웨이’와 이노웨이에서 창업에 성공한 소규모 업체들이 입점해 회사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조성된 ‘창업공사’, 그리고 과거 영세한 규모에서 제법 사업 규모를 키운 업체들이 입점할 수 있도록 조성된 798창업공사 등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이노웨이’는 북한의 고(故)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생전 방문, 중국의 발전상에 크게 놀랐다고 알려지기도 했던 바로 그 장소다. 이들 세 곳의 창업 기지가 모두 반경 5km 이내에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 리커창 총리, 고(故) 김정일 위원장이 찾았던 ‘이노웨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소는 단연 이노웨이. 아침부터 자정까지 뜨거운 창업의 열기가 유지되는 지역이다. 베이징대학과 칭화대, 인민대 등 유수의 대학 캠퍼스와 지척의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취업 대신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유입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무엇보다, 창업 자금과 창업 후 제품 유통 채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예비 청년 창업가들에게 정부가 직접 나서 무상으로 창업 자금을 지원하거나, 인근에 소재한 다양한 창업자금지원센터를 통해 민간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일자로 곧게 뻗은 이노웨이 골목에 들어선 대부분의 건물 1층에는 민간 투자자에게 창업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도록 안성맞춤으로 설계된 창업자금지원센터(민간 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그 옆으로는 창업 카페가 나란히 들어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세를 얻은 △처쿠카페 △3w 카페 △앤젤카페 등이다.

이들 모두 커피 한 잔만 주문하면 누구나 원하는 시간만큼 이곳에서 창업 아이템을 연구하거나, 이 일대를 찾은 투자자와 연결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필자 역시 이곳에서 종종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고자 하는 예비 청년 창업가를 마주할 기회를 얻은 적이 있다. 이들은 창업 아이템에 시장성이나, 개선할 점 등을 묻는다. 이 같은 예비 창업자와의 만남은 이 일대에서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중관촌 ‘이노웨이’ 일대의 전경
중관촌 ‘이노웨이’ 일대의 전경

이노웨이의 또 다른 볼거리는 높이 솟은 건물 4~5층마다 입주한 창업 동아리다. 주로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등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소속된 창업 전문 모임으로, 이들은 창업에 성공한 각 대학 출신의 창업 선배들의 지원 하에 해당 동아리를 운영해오고 있다.

해당 동아리에서는 선배 창업자의 지원으로 매년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종합한 창업 아이템을 현실화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하는 창업 전시회를 개최한다. 대부분의 아이템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등 IT 관련 상품들이다. 이 일대에 입주한 대학 동아리의 대표 창업 아이템이 IT 상품인 점에서 예상할 수 있듯, 최근 중국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창업 분야는 단연 IT 관련 업체다. 지난해 기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분야의 신규 업체 수는 2만 8000개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6% 증가한 수치다.

또한, 같은 시기 청년 창업가들의 특허 출원도 144만 건이나 된다. 중국이 특허 관련 ‘무덤’이라고 불리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다. 신기술 관련 특허권 출원 수는 동기 대비 약 38% 증가한 기록이다.

이는 정부가 해당 분야의 전문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고, 교육 이후에도 정부 소유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문 및 공공정보 서비스 공유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신기술 분야 청년 창업가 양성 정책이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와 중국 정부는 중관촌 이노웨이에서 진행 중인 ‘MAKER PLACE'라는 청년 창업가 서비스를 한창 지원해오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20~30대 청년 창업가라면 누구나 창업 후 1년까지 무상으로 사무실을 임대받고, 무이자 창업 지원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국가발전개혁위원 회의’에선 약 400억 위안(약 6조6400억원) 규모의 ’신흥산업창업투자지도기금‘을 추가로 편성, 창업자의 입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창업 열기를 몸소 느끼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이노웨이를 가장 먼저 찾아갈 것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 소규모 영세 창업자들에게 특화된 ‘창업공사(創業公社)’

앞서 열거한 이노웨이로부터 불과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자리한 ‘창업공사’는 중국의 대표적인 창업 인큐베이터로 꼽힌다. 지하철 4호선 중관촌 역에서 하차 후 도보로 5분여 거리에 자리해 있어서 접근성 면에서도 탁월함을 자랑한다.

지난 2013년 이 일대가 창업 특구로 지정되기 이전의 창업 공사 터에는 베이징 서북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쇼핑몰들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쇼핑몰 자리에 창업 인큐베이터가 형성된 셈이다.

실제로 창업 공사 인근에는 과거의 대형 쇼핑몰을 추측할 수 있는 고가의 해외 유명 커피숍과 분수대 등이 설치돼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모으기도 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총 3만 평 규모로 조성된 창업 공사 내부에는 약 70여 곳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고, 해당 업체에 재직 중인 청년 창업가의 수는 약 500여 명에 달한다.

중관촌 창업 공사 내외부 전경
중관촌 창업 공사 내외부 전경

창업공사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다양한 분야와 관련한 창업 기업이 입주한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앞서 열거한 이노웨이의 분위기와는 매우 상반된다. 이노웨이는 아직까지 창업에 성공하지 않은, 창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 창업가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떠들썩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창업 공사 내부에 줄지어 입점한 이들은 이미 창업에 성공한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으로, 일반 대형 기업체의 각 부서를 연상케 하는 진지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과거 쇼핑몰이었던 구역의 특성상 지하 3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 있으며, 건물의 전체 형태가 커다란 타원형 구조로 설계돼 있어 처음 찾는 이들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는 구조다. 원형의 복도를 따라 줄지어 연결된 다양한 창업 기업의 구조는 대부분 5평 남짓한 소규모로 구성돼 있다.

소규모 기업체 내부를 들여다보면, 20~30대의 앳된 얼굴의 청년 사장들이 제품 연구에 열을 올리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지하 2층에는 외부 바이어 또는 민간 투자자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대형 회의실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 연구,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의 상당수 역시 IT 관련 상품이다. 대세는 돈을 따르는 법, 지난 2015년부터 베이징 시의 과학 중소기업 발전 진흥정책에 따라 IT 관련 신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창업 기업에 대해 연간 20~100만 위안의 혜택을 지원해오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이 일대에 입주한 기업 소유의 과학신기술 관련 지적재산권 등록 수는 14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전역에서 등록된 과학기술 관련 지적재산권 수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필자가 직접 목격한 중국 최대 ‘창업특구’ 중관촌의 미래는 ‘밝다’는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다. 더 매력적인 건,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빵빵한’ 지원이 비단 자국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유수의 인재를 흡수하기 위해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과학 기술 관련 청년을 유입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국민 이외에도 창업에 뜻이 있는 해외 국적의 외국 청년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라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진:제인린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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