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쫓는 구름의 정체
비행기를 쫓는 구름의 정체
비행기를 쫓는 구름의 정체
2017.09.14 02:36 by 임재한

콜라가 마시고 싶어 자판기에서 콜라 캔을 하나 뽑는다.

음. 콜라 캔을 보니 오늘은 비행기가 만드는 구름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가벼우면서도 재밌는 상식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탁-

콜라를 마시며 타이핑을 시작.

여행길에 올라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 있었던 설레는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창가 쪽에 앉았다면 이륙할 때 자연스럽게 창문 쪽으로 눈길이 갔었을 것! 비행기가 땅에서 발을 떼고 상승하기 시작하던 그 순간, 창밖으로 보이던 그때의 풍경, 생각나는가?

이런 거 보신 분!

글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이 떠올린 창밖의 풍경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혹시 사진처럼 솜사탕이 흩뿌려지듯 하얀색의 무언가가 날개를 뒤덮는 것을 본 기억이 나지는 않는가? 아니면, 날개 위로, 혹은 날개 끝에서 흰색 선이 뻗어져 나가지는 않았나?

사실, 모르고 보면 “그냥 구름이 지나가나 보다, 비 내렸나?”하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 대부분이 봤을 저것은 사실 지나가는 구름도 아니요, 비도 아닌 비행기가 순간적으로 직접 만들어낸 구름이다! 아마, 오늘 글을 읽고 나서 다시 비행기에 올라 창밖을 본다면 이 ‘구름’을 볼 수 있으리라.

비행과 구름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바로 ‘비행운’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먼발치에서 날아가는 비행기 뒤로 그려지는 흰색 선, 꽤나 아련한 이 존재가 비행운이라는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 하지만, 오늘 다뤄볼 구름은 우리가 흔히 아는 비행운이 아니다! 비행운의 유명세에 가려져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이 아름다운 구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비행운처럼 오래 남아 여운을 주지는 않지만, 훨씬 역동적이고, 가끔은 빛과 어우러져 아름답기까지 한 'made by 비행기' 구름 이야기, 시작해보자.

구름은 언제 생길까?
하늘이 물을 내놓을 때

비행기 날개 위를 덮던 것이 구름이라는 것을 이미 말해버렸다. 그렇다면, 우선 구름은 무엇인지, 구름은 언제 생기는 것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구름은 물이 응결한 것’이라는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표현대로 구름이란 공기 중에 떠 있는 물방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름이 언제 생기지?”라는 질문은 “공중 부양하는 물방울이 언제 생기지?”와 같은 질문이라 할 수 있겠다.

날개 끝부분에선 원통형으로 길게 이어지는 띠구름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는 보이지 않는 물들이 있다. 컵에 물을 담아두고 며칠 놔두면 누가 마시지 않아도 물이 줄어든다. 어디 갔는고 하니, 물이 증발해서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 물을 우리는 수증기라고 부르고, 이 수증기들이 공기가 머금는 보이지 않는 물들인 것이다.

하지만, 공기도 무작정 수증기를 계속 머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사우나에 들어가거든 우리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으며 ‘습하다’라는 말을 한다. 습하다는 말은 곧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물방울들이 우리가 느낄 정도로 많다는 의미. 이렇게 습한 사우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앞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뿌연 모습이 생각이 날 것이다.

그렇다. 공기가 수증기를 더 이상 머금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공기는 추가로 입주하려는 수증기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수증기들은 서로 뭉치며 물방울을 이루게 되고, 이 미세한 물방울들이 공기 중에 퍼지며 뿌옇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하늘에서 일어나면 구름, 땅 근처에서 일어나면 안개, 사우나 안에서 일어나면 그냥 ‘아 습해!’가 된다. 

물방울이 하늘에서 뭉치면, 그게 구름이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사우나야 뜨거운 온탕이 있으니 수증기가 많은 것이 이해되지만, 맑은 날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구름은 왜 생기는 걸까? 하늘은 오히려 땅보다 추울 텐데, 뜨거운 온탕과는 정반대인데도 물방울들은 왜 공기 품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로 뭉쳐야만 했던 것일까?

하늘이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일정하지 않다. 이 양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따뜻할수록 공기는 더 많은 물을 머금을 수 있다. 반대로 차가워지면 포함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하늘에 생기는 구름은 사우나처럼 수증기가 더 많아서 생긴 것이 아닌, 높이 올라갈수록 추워지는 하늘이 일부 수증기를 더 이상 머금지 못하고 내놓아 생기게 된 것이다.

자, 이 정도면 구름이 왜 생기는지 다 알아본 것 같다. 하늘이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유한하고, 마침 온도가 낮아져 수증기를 더 이상 모두 담을 수 없을 때, 구름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간단히 정리한 이 한 문장만 기억하며 읽어 내려가면 된다.

“구름은 온도가 떨어질 때 생긴다.”

좀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온도가 낮아지면 수증기가 응결한다.”

이제 비행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공돌이의 노트#1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을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반가울 법한 개념들을 소개해본다.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최대의 수증기량을 ‘포화 수증기량’이라고 하고, 공기가 현재 머금고 있는 수증기량을 ‘절대 습도’라고 한다. 그리고 포화 수증기량 대비 현재 포함하고 있는 수증기량의 비율을 ‘상대 습도’라고 한다. 구름의 생성과정을 지구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절대 습도는 일정하지만 온도가 떨어져 포화 수증기량이 줄어들며 상대습도가 100%가 되었기 때문이다.”로 정리할 수 있다. 필자도 지구과학을 수능에서 선택했었는데… 수험생들 파이팅!

날개 위, 날개 끝, 엔진 흡입구. 구름이 잘 생기는 위치들이다. 이것이 주는 힌트는?

저기압과 수증기의 콜라보
수증기 응결 현상

비행기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여전히 이상한 점이 보인다. 방금 구름은 온도가 낮아질 때 생긴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비행기 주변의 구름 역시 온도가 낮아져서 생기는 것이라는 뜻이 된다. 이상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기는 온도를 변화시키기 꽤 어려운 기체다. 오죽하면 겨울철에 공기와 오리털이 빵빵하게 들어가 있는 패딩을 입고, 방한을 위해 뽁뽁이를 창문에 붙일까? 이 단열 효과 확실한 공기를 차갑기도 않은 비행기가, 그것도 순식간에 지나면서 식히고, 덥힐 수 있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비행기 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낮아질 수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온도를 낮춘 것일까? 일단 비행기 사진들을 살펴보며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보자. 구름이 어디에 생겼는지 살펴보니 일단 날개 위에 생긴 구름들이 제일 눈에 띄고, 자세히 보면 엔진 흡입구도 약간 뿌옇다.

음, 이 부분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긴 하다. 날개 위쪽은 우리가 귀가 따갑도록 들어 이미 알고 있듯이 압력이 낮은 곳이다. (비행기는 어떻게 뜰까?라는 주제를 접하거든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날개 위의 압력 이야기다.) 엔진 흡입구 쪽도 공기를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곳이니 압력이 낮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날개 위의 압력은 낮다. 낮은 압력은 온도를 떨어뜨리고, 낮은 온도는 구름을 만들어낸다.

공기를 비롯한 기체들의 온도는 압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높아지고, 압력이 낮아지면 온도가 떨어진다. 사실 일상생활에선 온도가 변할 정도로 압력이 크게 변화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쉽게 체감하긴 힘든 이야기. 하지만, 한 가지 접하기 쉬운 일상 속 예시가 하나 찾아놨다. 오늘 이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된 그것, 바로 콜라 캔이다.

차갑게 식은 탄산음료 캔이나 병 음료의 마개를 따 보자. 그리고 따자마자 바로 병 입구를 쳐다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아지랑이같이 하얀색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다가 금세 사라지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사실, 캔을 따며 본 그것에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캔 음료는 손으로 눌러도 잘 안 눌릴 정도로 압력이 높은 상태로 우리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이때, 캔을 따게 되면 압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내부의 온도 역시 빠르게 낮아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찾던 조그마한 ‘구름’이 아지랑이 모양으로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비행기 주변을 흐르는 공기들의 압력은 꽤 급격하게 변한다. 그 커다란 것이 그 빠른 속도로 지나가니 공기가 이리 치이고 저리 끌려다니며 압력이 요동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특히 압력 차이로 비행기를 띄우는 날개 주변에서는 커다란 압력 변화가 생기고 온도 역시 압력을 따라 빠르게 변한다. 이때 압력이 낮은 날개 위의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고, 마침 하늘이 충분히 습한 상황이었다면, 순간적으로 구름이 생기게 된다.

드디어 찾았다! 이렇게 급격한 압력 변화로 공기 중의 수증기가 순간적으로 응결하는 현상을 '수증기 응결현상'이라고 한다. 이 것이 바로 비행기를 따라다니던 구름들의 정체다.

 공돌이의 노트 #2
공기 온도 변화시키기 어렵다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압력 변화로 온도가 바뀌는 것은 공기를 ‘덥히거나 식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공기는 열을 잘 받지도, 내놓지도 않기 때문에 덥히거나 식히기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압력 변화로 온도가 변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열을 교환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공기 자체의 상태가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압력과 온도의 상관관계를 정리한 식이 이과생이라면 달달 외우고 다니는 그 유명한 ‘상태 방정식’, PV=nRT 다.

 

답 찾은 기념으로 꽤 멋진 수증기 응결 현상 영상 한 편을 감상해보자 :)

동일한 현상
다양한 원인

급기동하는 전투기는 맑은 날에도 구름을 만들어낸다.

수증기 응결현상은 수증기가 있어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날이 습할수록 더 잘 일어난다. 아마, 맑은 날 비행기에 올랐던 사람들이라면,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을 못 보고 비행기에서 내리게 될 수도 있다. 한편, 맑고 건조한 사막의 하늘에서도 기어이 구름을 만들어내고 마는 비행기가 있는데, 바로 급격한 압력 저하를 만들어낼 정도로 역동적이고 튼튼한 그것, 전투기다.

에어쇼를 가보거든 볼 수 있는 모습이 바로 하얀 구름에 감싸지는 전투기의 모습이다. 전투기가 빠른 속도로 비행하다가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할 때, 비행기의 윗면은 빠르게 휘몰아치는 하얀색 수증기들로 어지럽게 뒤덮이게 된다. 사진을 잘 보면 전투기의 경우 날개 위를 덮는 얌전한 구름뿐만 아니라 조종석 주변과 날개 끝부분에서 리듬체조 리본 마냥 소용돌이치는 강력한 구름도 보일 것이다. 이 어지러운 흐름은 따로 이름이 있을 정도로 항공 분야에서 중요한데, 이 흐름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번 다뤄보자.

가속하는 비행기가 음속에 가까운 속도에 다다를 때 발생하는 고깔 구름

우리가 '압력이 낮다'고 흔히 아는 곳은 날개 위지만, 비행기 주변의 압력이 낮아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가끔 프로펠러 비행기의 엔진이 나선형 실구름을 만들기도 하며, 비행기가 아주 빠른 속도를 향해 가속할 땐 비행기 주변을 아예 고깔 모양으로 감싸는 구름이 생기기도 한다. 아, 생각해보니 이 고깔 구름 역시 'Vapor Cone'이라는 이름을 따로 또 갖고 있다. 꽤 흥미로운 주제인 ‘음속’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현상으로 역시 비행에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니 이 역시 다음에 다뤄볼 주제로 간직한다.(벌써 두 개네!)

정리하자면, 공기 중을 가르는 비행기 주변에는 다양한 이유로 구름들이 생기며, 꽤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각자 압력이 낮아지게 된 이유는 다 다르지만, 낮은 압력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멋진 구름을 만들어낸다는 점만큼은 같은 것이다.

 공돌이의 노트#3
누군가 허공에 판자를 휘두르며 물어볼 수 있다. 아무리 공기를 가르며 압력을 바꾼다 해도, 그게 구름을 만들 정도로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을까? 음. 합리적인 의심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비행기의 날개가 하늘을 가르는 것은 테니스장만 한 판자가 시속 300km/h로 휘둘러지는 것과 같다는 것을.

 

공기의 흐름으로부터 강력한 힘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수증기 응결현상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공기의 압력에서 힘을 얻어 날아오르고, 방향을 바꾼다. 공기의 압력이 무거운 비행기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저 역동적인 구름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새삼 비행기가 '공기' 중에 뜬다는 것이 신기하게 다가온다.

/사진: Jetphotos.net(Thomas K. AirTeamImage, Akbarali Mastan, nustyR, Matt Weight|Photos)

필자소개
임재한

항상 뭔가에 푹 빠져 사는 스타일. 중학생 시절 비행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항공우주공학과까지 재학 중이다. 비행과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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