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 다큐, 드랍 더 비트!
디제이 다큐, 드랍 더 비트!
2017.07.19 17:38 by ComeUp 컴업

“지상파에서 DJ를 다룬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죠. ‘DJ쇼 트라이앵글’ 같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DJ의 역할에 대해 올바르게 전달하고 힙합 DJ와 일렉 DJ의 차이, 턴테이블리즘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방송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DJ들이 음악을 트는 곳, 클럽이든 라운지든 그런 씬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커지고 발전하는 거겠죠.

최근 들어서는 DJ에 대한 이미지도 나아지고 있고, DJ를 프로페셔널한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씬이 커질수록 이제는 DJ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 같아요. 특히, DJ를 꿈꾸눈 분들은 무엇보다도 음악을 정말 많이 찾아 들었으면 해요. 하고 싶은 장르는 물론이고 그 이외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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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시청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외쳐보고 싶었던 바로 그 대사, 디제이 다큐 드랍 더 비트! '쇼미더머니' 공무원설까지 휩싸이며 시즌2부터 지금까지 래퍼들의 뒤에서 비트를 던지던 그가 최근 SBS ‘DJ쇼 트라이앵글’을 통해 드디어 무대 앞으로 나섰다. ‘국내 DJ 씬을 대중에게 더 확실히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흔쾌히 섭외에 응했다는 DJ DaQ(이하 DJ 다큐). 대중에게는 아직 익숙지 않은 얼굴이지만 클럽씬, 파티씬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활발히 활동해 온 베테랑 DJ 중 한 명이다. DJ 다큐를 만나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DJ쇼 트라이앵글'과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쇼미더머니' 방송 비하인드스토리부터 전업 DJ로서의 삶, 그리고 이달 예정 중인 매드홀릭 힙합 풀파티까지 다양게 이야기 나눴다.

Q. 반갑습니다. 이미 ‘DJ 다큐 드랍 더 비트’라는 유행어도 있지만, 인터뷰를 통해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DJ Da.Q(이하 DJ 다큐)입니다. 2003년에 힙합을 주 장르로 DJ 활동을 시작해서 지금은 홍대, 이태원, 강남 여러 베뉴에서 힙합을 베이스로 한 트랩, 퓨처 베이스, 올드스쿨 등을 틀고 있습니다. Mnet ‘쇼미더머니’에는 시즌 2부터, ‘언프리티랩스타’에는 시즌 1부터 호스트 DJ로 함께하고 있고, SBS ‘DJ쇼 트라이앵글’에서는 홍대팀 멤버로 참여하고 있어요.

지상파 최초 DJ 프로그램, SBS ‘DJ쇼 트라이앵글’

Q. 현재 방영 중인 SBS ‘DJ쇼 트라이앵글’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국내 씬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DJ로서 이런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들었을 때, 그리고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지상파에서 DJ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DJ 씬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는 뜻이잖아요.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죠. 섭외에 응한 가장 큰 이유는 대중에게 이 씬을 좀 더 정확하게 보여주고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DJ라고 하면 안 좋은 인식이 많고, 그만큼 선입견도 강하고, 뭘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DJ는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는 디스크 자키(Disk Jockey)거든요. 말 그대로 음악을 플레잉하는 사람이지 만드는 사람이 아닌데 간혹 디제잉과 프로듀싱의 개념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요리사는 채소, 과일, 고기 등 수많은 재료 중에 몇 가지를 선택하고 조합해서 자기 방식대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재료를 직접 재배하거나 키우지는 않죠. 이런 것처럼 DJ는 음악을 선곡해서 현장에서 틀어주는 역할이에요. 프로그램을 통해서 DJ의 역할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또, 턴테이블리즘에 대해서도 알리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DJ가 턴테이블에 LP를 놓고 음악을 플레잉했어요. 저도 초창기에는 LP로 플레잉했고요. 이때 턴테이블이나 믹서를 하나의 악기처럼 활용해서 여러 가지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이런 기술을 턴테이블리즘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스크래치 같은 게 있죠. 요즘에는 이런 소리를 랩톱에 있는 wav, mp3 형식의 소스로 만들고, 그걸 소프트웨어 전용 LP로 턴테이블에 연동시켜 재현해요. 예전에 LP를 플레잉하듯이 이제는 기술적인 터치로 턴테이블리즘을 구사하는 거죠.

Q. 턴테이블리즘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했는데 시청자가 기술적인 측면을 쉽게 인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경연 무대 투표도 전문가나 DJ가 아닌 일반 관객이 하잖아요. 대중에게 그런 부분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물론 관객이나 시청자는 DJ가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렵고 멋있는 플레잉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를 수도 있어요. 각자의 기준에서 멋있어 보이거나 신나는 무대에 투표하겠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투표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아요. 우승하면 기분은 당연히 좋겠지만, 1등이 아니라고 기분이 나쁜 것도 없고 3위를 한다고 탈락하는 시스템도 아니고요. 팀끼리 색이 너무 다르고 같은 팀 내에서도 DJ들 간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무대 하나하나가 다 달라요. 각자의 스타일대로 플레잉하고 자기만의 무대를 보여준다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투표는 방송을 위한 부수적인 재미 정도?

디제잉 스킬은 자막 같은 방송 수단으로 시청자에게 어느 정도 학습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무대가 끝나면 작가님이랑 ‘이런 플레잉은 방송에서 이렇게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어 가사가 ‘라라라’인 노래가 나온 다음에 ‘라라라’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또 다른 노래를 연결해서 플레잉할 수 있는데, 이런 흐름을 워드플레이라고 해요. 다양한 스펙트럼과 센스가 있어야 할 수 있겠죠. 이때 방송에서는 화면에 ‘라라라’라는 자막을 넣어서 포인트를 짚어줄 수 있는 거죠. 준비한 셋을 시청자에게 어떻게 잘 전달하고, 잘 즐기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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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투표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결국 경연 프로그램이잖아요. 평소 플레잉하는 것과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하는 것에 차이가 있나요?

평소에는 힙합 베뉴 중심으로 활동을 하니까 관객도 힙합을 좋아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촬영장에는 다양한 취향의 관객이 섞여 있는데 아무래도 일렉이 더 신나는 느낌은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CDJ 네 개를 놓고 일렉도 틀고 힙합도 틀고, 더 멋있게 섞어서 스크래치도 보여줄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 할 것도 아니고요. 단지 득표를 많이 받으려고 내 것이 아닌 걸 보여주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원래 제 스타일을 더 멋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려고 해요. 이 음악을 처음 들어 봤거나 원래는 일렉을 좋아하는 평가단이지만, 저를 통해서 ‘아, 이런 음악도 매력 있고 즐겁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요.

Q. 현재 7회까지 방영이 됐어요.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았을 텐데 방송 후반부로 가면서 초반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1회 미션이 ‘90년대 음악 재조명’이었는데 DJ가 1분 30초 정도 믹스하고 나머지 4분 30초는 래퍼가 나와서 랩을 했어요. ‘DJ 분량이 많으면 시청자가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게 처음의 기획의도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더 인위적이고 지루하더라고요. 제작진도, DJ도 모두 그렇게 느꼈어요. 그 다음부터는 디제잉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5회 때 제가 피처링 없이 단독으로 플레잉만 했거든요. 정말 DJ 다큐스러운 무대, 평소에 클럽에서 틀던 그런 셋을 많이 넣었어요. ‘고인이 된 뮤지션의 음악 재조명’이 미션이었는데 저는 故 신해철의 ‘무한궤도’, ‘그대에게’와 故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믹스했어요. 중간에 댄서만 더해서 살짝 분위기를 턴업시키고, 5분을 온전히 저다운 플레잉으로 채웠어요. 경연이다 보니 고득표를 위한 장치를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방송은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잖아요. 가장 자기다운 무대, 자기가 당당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데 모두가 점점 집중하는 것 같아요.

 

 

트라이앵글 영상1

 

 

 

트라이앵글 영상2 

 

Q. 방송적인 재미를 위해 DJ 분량을 줄였던 게 되레 메인 콘텐츠를 흐리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1회 방영 후에 논란도 꽤 있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힙합 DJ는 장비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많아요. 스크래치, 저글링, 바디트릭 같은 기술을 하면서 손을 현란하게 움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일렉 DJ는 현장에서 보여줄 게 많지 않아요. 스크래치를 할 수 있냐 없냐, 디제잉을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렉은 음악적인 바이브 자체가 그런 것과 어울리지 않아요. 스피드 스케이팅이랑 피겨 스케이팅은 보여주려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준이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대에서 누가 뭘 했냐를 따질 수 없는 거랑 같죠. 일렉은 믹스가 중점이 되는데, 대개 음악은 점점 빌드업되다가 어느 순간 하이라이트가 나오는 흐름이란 게 있어요. 음악적인 믹스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 사이에 피처링과 퍼포먼스를 구성하고 주도하는 것 역시 프로그램이 DJ에게 원하는 역할이고요. 그걸 고려하지 않은 채 DJ가 아무것도 안 한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초반에는 방송적인 측면을 많이 생각했기 때문에 지적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맞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건 모두가 똑같이 느꼈죠. 의도적으로 디제잉을 줄이기 보다 우리가 원래 하던 걸 보여주고 음악이 매끄럽게 플레잉될 때 관객도, 시청자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정말로 노는 느낌이 나요. 유명 가수가 나오면 좋아서 소리를 지를 순 있지만, 그건 순간적인 반응이에요. DJ가 플레잉하는 흐름 속에서 다 같이 즐기는 느낌, 더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사운드도 좋아졌고요. 마지막 회가 되면 프로그램이 진짜 매끄러워질 것 같아요. (웃음)

Q. 크진 않아도 방송 효과를 체감하나요? (웃음) 추후 DJ를 다루는 방송이 더 많이 생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느끼는지도 궁금해요.

가끔 트라이앵글에서 봤다는 분들이 있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웃음)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이 DJ의 역할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죠. 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일렉 DJ와 힙합 DJ, 턴테이블로 할 수 있는 것과 CDJ로 할 수 있는 것, 이런 차이를 잘 전달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방송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건 DJ들이 음악을 트는 곳, 클럽이든 라운지든 그런 씬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커지고 발전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Q. DJ 다큐 드랍 더 비트! ‘쇼미더머니’ 시즌 6이 막 시작됐어요. ‘쇼미더머니’랑 ‘언프리티랩스타’에서 호스트 DJ로 함께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호스트 DJ의 역할은 정확히 어떤 건가요?

호스트 DJ는 제가 편하게 사용하는 말인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퍼레이트 DJ라고 해야 할까요? 참가자들이 랩을 하려면 MR, 비트가 필요하잖아요. 물론, 음향을 담당하는 무대나 음향 부스에서 틀어줄 수도 있지만, 랩을 메인으로 하는 힙합 프로그램인 만큼 DJ가 직접 나와서 틀어주는 거죠. 경연 후반부터는 참가자 팀이 직접 무대를 기획하는데 그 전까지는 프로그램 측에서 진행해요. 그때 DJ가 필요한 부분들은 제가 컨트롤하는 거죠.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는 DJ가 아닌 래퍼를 위한 프로그램인 만큼 저도 여기서는 많은 비중은 바라지 않고 서포트하는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DJ 다큐 드랍 더 비트’가 유행어 아닌 유행어가 되어서 (웃음) 제 얼굴을 몰라도 이 말은 다들 아시더라고요. SNS에서 ‘드랍 더 비트’ 패러디 게시물에 저를 태그하기도 하시고. (웃음)

 

 

쇼미더머니 시즌6 영상

Q. ‘쇼미더머니’ 시즌 2부터 쭉 드랍 더 비트!를 해온 입장에서 이번 시즌에 대해 살짝 예고해 준다면요?

이번엔 정말 역대급이라는 말에 딱 걸맞은, 어릴 적 제가 좋아하던 저의 랩스타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왔어요. 참가자 역시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실력 있는 래퍼들이 많이 나왔고요. 시즌 2부터 계속 참관하고 있는데 이번이 가장 불꽃 튀기고 반전이 많은 시즌인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참가자들이 랜덤으로 플레잉되는 비트에 맞춰 랩을 하는 미션이에요. 말 그대로 ‘DJ 다큐, Drop the beat’죠. 저로서는 재미있었던 미션이지만, 제가 던지는 비트에 참가자들의 사활이 달렸고 또, 탈락자가 생기는 만큼 한 무대에 같이 서는 래퍼들의 성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틀려고 했어요. 현재 본선 무대 전까지 진행된 상태인데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Since 2003, DJ DaQ

Q. ‘쇼미더머니’ 시즌6에서 다큐님을 잘 찾아 보겠습니다. (웃음) 2003년부터 활동했으면 꽤 오래됐잖아요. 그 당시에는 DJ가 더더욱 매니악한 직업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생 때 신촌 할렘이라는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DJ 라인업이 굉장히 좋았는데 사정이 생겨서 DJ 형들이 다 떠나게 됐고, 그러면서 장사도 잘 안됐고요. 메인 DJ 형이 마지막에 저한테 “이게 플레이 버튼이고, 이게 큐 버튼이다” 알려주고 클럽을 떠났어요. 정말 무슨 영화처럼. (웃음) DJ 부스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놀다 보니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메인 DJ 형이 어느 날 다시 와서 이퀄라이저도 알려주고 가고. (웃음) 하나씩 더 배우면서 재미를 붙였죠. 그때 서울예전을 다녔는데 등록금이 DJ 장비 가격이랑 비슷했어요. 등록금으로 DJ 장비를 풀세팅하고 학교를 그만둔 거죠. 사실 원래는 래퍼가 꿈이었어요. 서울예전도 힙합이 하고 싶어서 갔는데 그런 동아리가 없더라고요. 록 동아리에 들어가서 랩 파트를 맡아 공연을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다 DJ를 접하니까 재미있기도 했고, 점점 할수록 만만하게 생각하고 쉽게 접근할 게 아니란 걸 깨달은 거죠. 더 공부해서 독파해야겠다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Q. 랩을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은 없었어요?

사실 많았어요. 지금도 래퍼의 본능은 있어요. (웃음) ‘쇼미더머니’ 예선전할 때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도 해요. (웃음) 지금 트라이앵글 9회, 10회가 남았는데 랩을 한 번 해볼까 싶기도 해요. DJ들이 무대를 준비하면서 디제잉 외적인 것도 많이 보여주고 있거든요. 비트박스도 하고, 꽹과리도 치고,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요. 기왕 할 거면 10회에서 제대로 한 번 랩을 준비해볼까 싶어요. 고민 중인데 안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웃음)

Q. 그동안 여러 곳에서 플레잉했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요?

2016년 옥타곤 아시아투어에 참여해 상하이에서 플레잉한 적이 있어요. 일렉 DJ 몇 분, 힙합 DJ는 저 혼자, 퍼포먼스 팀, VJ, 호스트 MC가 함께 갔어요. 원래 중국 관객이 막 흥겹게 노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진짜 신나게 노는 거예요. 저희가 유명한 가수나 아이돌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거의 그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 클럽 역사상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관계자들도 좋아했고요.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의미가 컸던 게 단순히 플레잉을 한 게 아니라 DJ, 퍼포먼서, VJ, 호스트 MC가 팀을 이뤄서 하나의 무대를 연출하고 선보인 거잖아요. 외국에 문화적으로 뭔가를 전파하고 왔다는 느낌?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들었어요. 굉장히 기분 좋았죠.

Q. DJ라고 하면 흔히 유흥적인 이미지, 화려하고 노는 장면을 떠올리곤 해요. 하지만 DJ 역시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고, 그만큼 DJ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준비도 필요할 것 같아요. 한 셋을 준비하는데 보통 얼만큼의 시간을 쏟나요?

최근 들어 클럽 씬, 파티 씬이 발전하면서 DJ에 대한 이미지도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DJ를 프로페셔널한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DJ를 꿈꾸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요. 자연스럽게 DJ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어요. 씬이 확장되다 보니 기존에 있던 DJ도, 새로 들어오는 DJ도 서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더 전투적으로 연습하는 것 같아요. 선후배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거죠. 씬이 작았을 때는 일 거리도 많지 않고 음악을 틀 수 있는 곳도 굉장히 한정적이었어요. DJ를 하려면 투잡을 해야 했고, DJ만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더라도 빛이 안 보였어요. 그러니까 전문성을 쌓기가 힘들죠. 틀 곳도 적다 보니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더 틀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나태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틀 곳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이젠 내가 항상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틀 수가 없어요. 자연스럽게 DJ들도 플레잉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고요. 씬이 커질수록 스스로 노력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 같아요. 하나의 셋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하게 따질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다르죠. 트라이앵글 5회의 경우는 5분 셋이었는데 그걸 준비하려고 2주 동안 연습하기도 했어요.

Q. DJ 씬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 DJ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제 성격이 하나만 하는 스타일이에요. 음식점도 맛있는 곳이 있으면 그 집만 가는. (웃음) 그런 고민을 한 적은 없어요. 정체기는 물론 있었죠. 수입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때도 있었고요. 그렇다고 다른 걸 할까 한 적은 없었고, 이걸 더 열심히 하면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올 거라 생각했어요. 대신 정체성이 흔들릴 때는 있죠. 맨 처음 DJ가 된 건 힙합이 좋아서였어요. 우탱클랜(Wu-Tang Clan)이나 얼마 전에 죽은 맙딥(Mobb Deep)의 멤버 프로디지(Prodigy) 같은 뮤지션의 음악을 너무 좋아했고, DJ도 그걸 모티브로 시작했어요. 시대나 트렌드가 변한 것도 있지만, 지금의 저는 대중적인 베뉴에서도 일하기 때문에 일렉 성향의 리믹스 트랙이나 퓨처베이스도 많이 틀잖아요. 그러다 보니 내 음악에 대한 정체성을 묻게 되는 거죠. 누군가 “네가 좋아하는, 네가 가장 즐거울 수 있는 음악만 1시간 동안 틀어봐”라고 한다면 나는 무슨 음악을 틀 것인가 싶은 거죠.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틀어서 사람들이 재미있게 못 놀면 그것도 못 견딜 것 같고요. 그래서 이제는 DJ도, 관객도 서로 즐거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는 곳을 찾아다니고 싶어요. 어떤 음악이 나와도 열린 마음으로 귀를 열고, 즐겨 줄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는 곳이 있잖아요. 그런 데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옛날 음악이 나와도 모두가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런 바이브가 만들어지는 곳을 찾아다니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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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다큐와 동료들이 운영하고 있는 홍대 전당 포차

Q. DJ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음악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기술적인 것보다 듣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DJ가 되고 싶은데 음악을 안 좋아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어요. DJ에 대한 접근 자체가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나서서 플레잉하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거예요. 그런 친구들은 중간에 반 정도는 포기하고, DJ가 됐을 때도 플레잉을 위한 하드한 트랙, 클럽튠의 신나는 트랙만 들어요. 반대로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고 앨범도 수집하듯 찾아 듣는 친구들이 있어요. 가령 한 앨범에 1번부터 10번까지 트랙이 있으면 다 다른 음악이지만, 아티스트가 던지고자 하는 하나의 흐름, 메시지가 있단 말이에요. 앨범을 찾아 듣는다면 당연히 그런 부분까지도 이해할 수 있죠. 이런 친구들은 기술을 연마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머릿속엔 이미 수많은 레퍼토리가 있어요. 아직 플레잉해보진 않았지만 실제 라이브스토리로 연결될 수 있는, 이를테면 따지 않은 과일들이 무수히 많은 거죠. DJ는 자기가 아는 수많은 곡 중 극히 일부를 플레잉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레잉하는 곡만 알아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한국을 처음 접한 외국인이 1시간 가요 셋 20~30곡만 계속 연습하고선 눈 감고 음악을 튼다고 해서 이 사람이 한국 가요를 다 이해했다고 할 수 없잖아요. DJ가 되고 싶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장르는 물론이고 그 이외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Q. 지금 활동하고 있는 크루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브랜뉴사운드(Brand Nu Sound)라고 2011년 3월에 상표 등록을 했는데 그 뒤에 브랜뉴뮤직이 나왔어요. 메인스트림 엔터테인먼트기 때문에 마치 저희가 따라 한 것처럼 됐지만, 저희가 먼저 나왔고요. (웃음) 저 포함 DJ Y-Ki, Nol.E, Bulldog, Won.Y, Qyu, Q.Big, B.K, VAST 8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대중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이 씬에서는 다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막내 바스트는 ‘DJ쇼 트라이앵글’ 홍대팀으로 함께 나오고 있어요. 6회에서 바스트가 와이키 형이 만든 트랙을 플레잉하기도 했고요, 5회 때 제가 플레잉할 때는 DJ 워니가 준 소스들을 많이 사용했어요. 각자 개인 활동도 하고 기회가 되면 협업도 하고요.

Q. 크루 분들 혹은 친한 DJ들과 함께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나요?

친한 동생들이랑 이태원 붐바(BoomBar)에서 ‘그랩 더 바이브(Grab the Vibe)’ 파티를 진행하고 있어요. 브랜뉴사운드도 정기적으로 파티를 진행했는데 지금은 잠시 쉬고 있어요.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매번 비슷한 파티가 되고, 크게 의미 부여가 되지 않아서 더 나은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파티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친한 DJ들, 형들과 홍대에 ‘전당’이라는 포차와 카페 ‘위스테리아’를 열었어요. 우리가 이 씬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게 사업도 같이 해보자는 취지로 하게 됐어요. 홍대 놀러 오시는 분들 많이 방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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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위스테리아의 모습

Q. 영업하시는 건가요. (웃음) 대놓고 시원하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 드리겠습니다!

같이 음악을 틀어온 형 동생들, 그리고 DJ는 아니지만 가족같이 지내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준비하게 됐어요. 올봄 내내 잡부로 살면서 페인트칠부터 마무리 청소까지 다 같이 하고, 4월에 드디어 오픈을 했습니다. 우선 1층에 있는 ‘전당’의 특이점은 DJ가 있는 포차라는 거? 흔히 생각하는 감성 주점 이런 게 아니라 굉장히 감각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에요. 그 위층에 자리한 ‘위스테리아’는 카페 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등나무라는 뜻이에요. 이름과 어울리게 인테리어도 굉장히 맑고 산뜻한 분위기라 제 가게지만 저도 카페에 오면 진짜 쉬고 가는 느낌이 들어요. 홍대 오시면 많이 방문해 주세요. (웃음)

Q. 7월 22일 토요일에는 매드홀릭 힙합 풀파티에 함께 한다고 들었어요. 여름엔 역시 풀파티죠. (웃음) 상세 소개 부탁드려요.

매드홀릭에서 매년 힙합 콘셉트의 풀파티를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는 7월 22일 토요일 강원도 디바인리조트에서 열리는데 저는 DJ로 함께 참여하고요. 또, 디제잉 파티 외에 다이나믹 듀오, 크러쉬, 리듬파워, 제시, 비스메이저 크루의 공연도 함께 진행되니까 힙합 좋아하시는 분들께 가성비 굉장히 좋은 파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주말에 잠시 서울 벗어나서 바람도 쐬고, 물놀이도 하고, 파티도 즐기고 여름 바캉스로도 좋을 것 같고요. 또, 풀파티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면 매드홀릭에서 애프터파티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많이 놀러 와주세요. 제 타임도 신나게 즐겨 주시고요.

22일 열리는 매드홀릭 풀파티 포스터

Q. 마지막으로 추후 활동 계획, DJ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요?

그동안 너무 많이 달렸던 것 같아요. 어떨 땐 오후 6시에 나가서 아침 8시에 들어와요. 그 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계속 음악만 트는 거예요. 스스로 지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마음이 지치는 느낌이 있죠. 어쨌거나 수입이랑 직결되기 때문에 덜 트는 만큼 수입이 줄어드는 건데,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더 즐겁게 틀고 싶어요.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바이브를 만들고 그런 곳을 찾아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지금 방송 중인 ‘트라이앵글’이 얼마큼의 영향력을 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가 많이 생겨서 아직 안 가본 외국도 가보고 싶어요. 지금보다 조금 덜 빡빡하게, 조금 더 여유롭게, 즐겁게 활동하면서 멋진 음악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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