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 재가 가득한 집, 편하게 잠든 날이 언제인지…
먼지와 재가 가득한 집, 편하게 잠든 날이 언제인지…
먼지와 재가 가득한 집, 편하게 잠든 날이 언제인지…
2017.07.06 14:05 by 최현빈

“사람 사는 집 아닌 것 같죠? 내가 봐도 그래요.”

김학주(가명·63) 씨의 말입니다.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작은 창고. 한쪽 벽은 오래전 불이 났는지 까맣게 그을려 있습니다. 곳곳에 수북하게 쌓인 재와 먼지들. 사람이 지내는 공간이라 생각하기 힘든 이곳이 김 씨의 집입니다.

강원 홍천군에 위치한 김학주 씨의 집 풍경.

여름이면 뜨거워지는 창고
잠만 편하게 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벽돌 건물 옆을 조립식 패널로 이어 붙인 작은 창고입니다. 기존의 창고는 화재로 인해 모두 불탔습니다. 이 집에도 여전히 화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매캐한 공기와 함께 움직일 때마다 재들이 일렁였습니다.

김학주 씨의 모습.

이곳은 주거를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은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죠. 물도 보일러도 사용할 수 없는 이곳에서 김학주 씨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그나마 언덕 윗집 지인의 배려로 물과 전기를 겨우 끌어다 쓰지만 열악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김 씨가 가져온 난로와 가스레인지. 모두 고물상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겨울이면 물을 끌어오는 호스가 얼어버려 김 씨가 직접 대야를 들고 언덕을 오르내려야만 합니다. 난방은 오래된 연탄난로를 구해서 쓰고 있죠. 여전히 화재 분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연탄을 피우는 게 안전할 리 없습니다. 여름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날이 더워지면 창고는 뜨거운 온실이 되어 버립니다. 김 씨는 “여름이면 집이 뜨겁게 달아올라 밖에서 자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말합니다.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지만
적은 월세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김 씨가 이곳에 살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타지에서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고향인 홍천으로 귀향한 후입니다.

김 씨는 홍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작업장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죠. 공부는 많이 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기술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때는 내 작업장과 직원들을 거느리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씨가 현수막으로 만든 임시 화장실. 예전의 손재주를 발휘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생활이 어려워진 건 5년 전, 갑작스러운 현기증으로 쓰러진 뒤부터였습니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저혈압. 몸을 쓰며 일해야 하는 할아버지에겐 사형선고와도 같았습니다. 간단한 작업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녹록치 않았습니다. 이듬해, 맹장염으로 인한 수술까지 겹치며 할아버지는 그동안 정들었던 공구들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보는 지인의 강아지들. 할아버지는 홍천군에서 간단한 공공근로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할아버지는 귀향을 결심했습니다. 여러 번의 입원과 수술로 인해 월세를 낼 여유가 없었죠. 결국, 할아버지는 조카의 창고를 빌려 쓰게 됐죠. 열악한 환경을 아는 조카는 두 손 들고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8평의 기적, 기프트하우스가 시즌3로 돌아옵니다

희망브리지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5년부터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프트하우스는 김 할아버지와 같은 저소득층 위기가정에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모듈러주택입니다. 2015년엔 충북 음성군의 4가구, 2016년엔 경북 청송, 전북 진안, 경기 포천, 전남 장흥의 6가구에 새 집을 선물해 드렸지요.

지난해 설치된 기프트하우스 내부 모습.

지자체로부터 지원할 후보군을 받은 뒤, 실사를 통한 공정한 심사로 수혜자를 선정합니다. 올해는 강원도 홍천군의 재난위기가정 6가구가 새 집을 선물 받을 예정인데요. 모두 김학주 씨처럼 어려운 주거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자력으로 여건을 개선할 수 없는 이웃들이지요.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집은 8평형의 공간에 주방과 화장실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이중으로 설계된 창과 지붕은 견고함과 단열성능을 고루 갖추고 있지요. 할아버지는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집이 생기다니 꿈만 같다”고 말합니다. 새 집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지요.

김학주 씨가 살고 있는 창고의 외부 모습

8평의 행복, 재난위기가정을 위한 기프트하우스 시즌3는 9월 중 완공될 예정입니다. 할아버지는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남들에게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공간이 어떤 삶을 선물해줄까요. 감동적인 입주식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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