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재난안전 체험교육 현장
불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재난안전 체험교육 현장
불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재난안전 체험교육 현장
2017.06.28 17:00 by 최태욱

“더 낮춰요. 몸을 더 낮춰야 해요.”

안전 선생님의 당부에 아이들이 황급히 몸을 웅크립니다. 방금 전 이론 교육을 통해 ‘뜨거운 공기는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간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죠. 소매로 입을 막는 것도 배운 그대로입니다. “어두우니까 벽을 집고 가요. 안 그러면 넘어져.” 비록 실습용으로 만들어져 인체에 해롭지 않은 연기지만, 연기가 자욱한 실내를 뚫고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실제 화재현장을 방불케 합니다. 어두운 곳을 간신히 빠져나온 진예빈(11‧염경초) 양은 “조금 무서웠지만, 가르쳐 주신대로 해보려 애썼다”며 “실제 상황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화재현장 대피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서울 염경초등학교(강서구 염창동)의 3개 학급, 80명의 학생들이 ‘어린이 재난안전 체험교육’에 나선 것이죠.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주관으로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13개 학교, 1381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배천직 희망브리지 홍보팀 차장은 “재난의 무서운 점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 장소가 물류센터라는 점도 특별합니다. 배 차장은 “이곳에는 구호와 관련된 장비, 차량, 물자 등이 모두 구비돼 있다”면서 “이런 장비와 물자 등을 직접 들여다보며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재난안전 체험교육은 초등학교의 신청을 받아 매년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이뤄집니다.

사염경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육장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교육의 첫 시간은 동영상 시청. 지진‧해일‧화재 등 전세계에서 일어난 각종 재난을 담은 동영상에 학생들은 침을 꼴깍 삼킵니다. “아아, 어떻게 해…”, “무시무시하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이어졌는데요. 교육을 도와줄 안전 선생님들을 소개할 때는 큰 박수와 함성이 커다란 교육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에 앞서 시청각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화재 대피 체험교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활기를 더합니다. 유봉균 염경초등학교 교사는 “교내에도 많은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시설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넓고 좋은 환경에서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적인 지식들을 펼쳐보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화재 대피 체험을 마친 후엔 견학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재해 현장의 청결함을 지켜줄 세탁차량, 어려운 시간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임시주거용 조립식 주택, 재해민들에게 제공될 구호품 등을 안전 선생님들의 설명과 함께 돌아봤습니다. 임시주거용 조립식 주택 내부를 살펴보던 배준호(11‧염경초) 군은 “우리 집보다 좋은 것 같다”며 “이렇게 좋은 집이 재해현장으로 옮겨진다는 게 신기하고, 안심도 된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세탁차량, 임시주거시설, 구호물품 등 물류센터를 견학하고 있는 학생들

“불이야~불이야~”

학생들의 청량한 외침이 물류센터를 둘러싼 숲에 메아리칩니다. 점심 식사 후 이뤄진 시간은 이날 교육의 하이라이트, ‘그룹별 순환체험’입니다. 모두 4개 조로 나뉘어 소화기실습, 심폐소생술 실습, 하임리히법 실습, 서바이벌&재난약자 체험을 순차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여러분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불을 끄는 게 아닙니다. 일단 가장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서 ‘불이야’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거예요. 자, 한번 외쳐볼까요?”

소화기 실습 체험을 맡은 김청 안전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목청을 돋웁니다. 소방 복장까지 제대로 차려입고, 목표물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 소방관입니다. 이현서(11‧염경초)양은 “소화기 사용방법을 새로 알게 되어 좋았지만, 그래도 소화기를 쓸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룹별 순환체험. 소화기 실습(좌), 심폐소생술 실습(우)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 날 교육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종료됐습니다. 이날 교육에 참여했던 이채이(10‧염경초) 양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몸소 해보니 배움이 보다 또렷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나와 주변의 안전을 조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배천직 희망브리지 차장은 “얼마 전 영국에서 빌딩 화재가 났을 때, 복도를 돌면서 문을 두드려준 사람의 활약으로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면서 “재난에 대해 명확히 인지시키고 올바른 대응법을 가르쳐 주는 건, 운동을 위해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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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난안전 체험교육과 함께 재해예방 인형극, 대학생 재난체험 캠프, 지역자율방재단 재난구호 교육 등 국민안전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에 맞춰 아동기(6~12세), 청소년기(13~18세), 청년기(19~29세), 성인기(30~64세)를 대상으로 전문 재난안전 교육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난안전 교육을 위해 안전교육사업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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