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힘을 믿어요, 씀
글쓰기의 힘을 믿어요, 씀
2017.06.06 14:19 by 김석준

하루에 글 쓰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업무와 관련된 딱딱한 문서나 SNS에 쓰는 잔뜩 꾸민 문장 말고,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는 글 말이다. 씀을 만든 10b의 이지형·이윤재 대표는 진짜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서비스가 없다고 생각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지난 달 8일,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사 10b의 이지형·이윤재 대표가 미래의 스타트업 CEO를 꿈꾸는 20여 명의 교육생들을 직접 만났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주최하고, 더퍼스트미디어가 주관한 ‘스타트업CEO를 만나다’를 통해 스타트업 운영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서다.

이지형 대표(왼쪽)는 개발, 이윤재 대표(오른쪽)는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10b는 개발자 이지형, 디자이너 이윤재 단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쓰기 플랫폼 ‘씀: 일상적 글쓰기’(이하 ‘씀’)를 서비스하고 있다. 다른 글쓰기 플랫폼과 씀의 차이점은 바로 글감을 준다는 것이다.

아침 7시에 한 번, 저녁 7시에 한 번 제공하는 글감은 ‘가끔은’, ‘숨겨진’, ‘물음표’ 등이다. 글을 쓰고 싶지만, 쓸 말이 떠오르지 않거나 귀찮아하는 이용자의 심리를 자극했다. 단어를 제공할 뿐인데 ‘내일’이라는 글감에는 지금까지 무려 12398개의 글이 발행되었다. 글의 장르는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하다.

씀은 이름처럼 ‘글쓰기’에만 집중한 서비스. 두 대표는 인터넷에는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많이 있지만, 글을 쓰기에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그리고 인스타그램 등 많은 SNS는 글뿐만이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콘텐츠까지 다루는 종합플랫폼이기 때문. 글만 유통하는 씀의 행보는 그래서 독특하다.

“사실, 처음의 씀은 지금과는 조금 달랐어요. 저희가 질문을 던지면 사용자가 답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글감을 주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공대생 남자 둘이 질문하는 것도 스토커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웃음) 잘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서비스는 아니었어요.”(이지형 대표)

씀은 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앱스토어 전체 분야 무료앱 3위, 라이프스타일 분야 1위까지 올라갔다.

UN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에 다니던 두 대표는 룸메이트였다.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관련된 앱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에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지형 대표는 컴퓨터공학 전공에 산업디자인을 부전공했고, 이윤재 대표는 디자인 인간공학부 전공에 컴퓨터 공학을 부전공했다. 각자의 전문성이 명확하면서 상호 간 원활한 소통까지 가능한 이유다.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개발을 끝내고 어플리케이션 마켓에 등록을 했는데 저희들이 봐도 형편없어 보였어요. '미래가 없다'며 낙담하면서 잊어버렸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확인해보니 2000명 정도가 들어왔더라고요.”(이지형 대표)

홍보를 따로 한 적도 없었다. 입소문만으로 각종 SNS와 카페 등 커뮤니티로 퍼져 나간 것. 이후 씀은 승승장구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게 투자를 받았고, 구글플레이에서 ‘올해를 빛낸 아름다운 앱’, 앱스토어에서 '2016 올해를 빛낸 베스트 아이폰 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무엇 때문에 씀에 반응한 것일까.

“글 쓰는 공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인 것 같아요. SNS에는 진지한 생각을 기록하면 오글거린다는 반응이 오죠. 씀을 만들 때는 단 한 가지 의도뿐이었어요. ‘글을 쓰기에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글에 친숙한 디자인과 기능으로만 만들어요. 화려한 디자인이 없어서 글에만 신경 쓸 수 있는 것 같아요.”(이윤재 대표)

씀의 기능은 쓰기와 읽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6월 5일의 글감은 ‘가끔은’이었다.

익명 기반의 글쓰기 서비스. 솔직한 생각을 적기가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이 씀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미지가 없이 글만 보여주는 심플한 디자인이 씀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었다. 지금도 하루 평균 2만 명이 방문하고 1만 명이 글을 쓴다. 구독하기, 담아오기 등의 업데이트를 통해 오롯이 더 잘 쓰고 잘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날 강연을 들은 유승리(26) 씨는 “창업의 우여곡절을 솔직하게 전달해줘서 좋았다”며 “특히 수익적 측면이 아닌 소비자 중심적 사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윤경(21) 씨는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창업임을 느꼈다”며 “어린 나이에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서 특히 더 도움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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