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후편)
선행학습,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후편)
2017.05.24 11:10 by 시골교사

좋아하는 TV 채널이 하나 생겼다. 바로 ‘삼시세끼’.

작년에 종영된 ‘고창편’에서 컨셉으로 설정된 오리떼를 보고 엄마 미소를 지었더랬다. 같은 날 부화한 오리들 12마리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다니는 모습이 참 예뻤다. 밥 먹으러 갈 때도, 물 먹으러 갈 때도 혼자 가지 않고 꼭 함께 다녔다. 먼저랄 것 없이 함께 하는 사랑스러운 모습.

(출처: shutterstock.com/Nadezhda Zaruchevskaia)

다시 오리에게서 눈을 돌려 세상을 바라본다.

오리처럼 우리도 달려간다. 하지만 모두가 앞서가려 한다. 모두 1등이 되려 한다. 상위 몇 %에 들려고 죽자 살자 매달린다. 그것을 위해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다. 선행을 위해 연간 32조 이상(한국개발연구원(KDI)자료,2015년)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학원비와 과외비를 벌기 위해 엄마가 가정을 지키지 못한다. 초등학생이 학원을 대여섯 개씩 쇼핑하듯 다니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귀가한다. 중학생부터는 밤 10시까지 학원에 있는 것도 부족해, 시험기간에는 자정까지 자습을 하고 돌아온다. 또 고삼의 경우는 어떠한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학원과 과외에 내몰려 새벽 2시가 돼서야 돌아오기도 한다.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얻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미칠 듯한 피로를 느끼며 산다.

소위 말하는 ‘행복’ 내지는 ‘성공’을 위해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선택하여 살고 있다.

아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권리가 인정도, 보장도 되지 않는다. 어떤 교육학자는 아이들이 어른인 것을 최대한 늦게 깨닫도록 해주라고, 아이라는 시간은 일평생에 작은 부분에 불과하니 그 시간만큼은 아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느끼며 살게 해주라고 권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출처: shutterstock.com/wavebreakmedia)

선진국은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애쓴다. 그게 가정의 의미이고, 부모의 역할이며,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창의력도 없고, 자율성과 표현력을 무시한 채 어릴 때부터 지식만을 강요한다.

이것을 하나의 인권침해라고 보면 지나친 과장일까? 한번 따져보자.

자녀의 인생에 부모라는 권위를 내세워 부모가 자녀들의 삶의 목표(성공)를 일찌감치 정해주고 아이들을 무한경쟁대열에 세워 둔다. 대학은 이미 서열화되어 있고, 세워진 서열대로 기업은 학생들을 손쉽게 선발하는 그런 일련의 공식을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주입한다. 그들의 꿈과 재능과 적성은 대학 선택의 결승점 앞에서 더더욱 무너진다. 공부할 과보다 대학이 더 중요하다. 부모와 사회가 세운 공식에 맞춰 아이들은 미친 듯이 떠밀리고 강요당한다.

자, 이 정도면 아이들의 인권유린 수준 아닌가? 이런 과정과 결정 앞에 제대로 아이들의 동의를 구한 적이 있나? 아이들의 결정권과 주권은 세운 적도 없었고, 앞으로 세워질지도 의문이다.

주권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가진 자유를 돌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쉴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잠잘 시간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 행복의 의미와 내용을 바꿔 주어야 한다. 인생의 주체가 아이들이 되게 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열쇠는 아이들에게 있지 않다. 어른들이 답을 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만든 틀이기 때문이다.

(출처: shutterstock.com/ImageFlow)

가끔씩 ‘수월성 교육’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본다.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골라 그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교육개념 말이다. 나는 이 수월성 교육에 반대한다. 이미 수월성 교육으로 어릴 때부터 이미 7,80%의 학생들이 패잔병으로, 낙오자로 분류된다. 수월성교육으로 등장한 특목고, 자사고 등이 빠르게는 유치원 때부터, 늦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대한민국의 다수의 아이와 학부형을 지치게 만든다. 이것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미친 듯이 사교육현장에 내몰린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일찌감치 훈련된, 규격화된 것으로 재창조되어간다. 교과서를 외울 정도의 탁월한 암기력, 정답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능력, 거기다가 문제 출제자의 의도까지 파악하며 문제를 꿰뚫어 보는 분석력, 세계에서 이런 능력을 갖춘 아이들 찾기가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사고력은? 사고력은 고사하고, 생각의 힘을 기를 기회조차 일찍부터 갖지 못하고 아이들은 자란다. 그런 속에서 자란 이 아이들과 교육 현실 속에서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제대로 된 리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을 통해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정의로운 사회,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OECD 국가들 중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다고. 실제 2016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졸자 중 대학 진학률은 70.8%이다. 하지만 그 높은 대학진학률이 가져온 결과는 무엇인가? 학력거품과 높은 청년실업률 아닌가? 선진국에서 대학진학률이 낮은 이유는 사회에 대학 학력을 갖고 일할 일자리가 그만큼 적기 때문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졸 학력에 맞는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신경 써온 것이 아닌가? 꼭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학력이 매치되어 사회가 굴러가도록 말이다.

영재! 좋다. 그렇게 영재이고 싶은 아이들을 기르길 원한다면 다수가 다치지 않는 교육제도로 흡수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육을 통해 다수가 희생되거나, 상처받는 일이 계속 되풀이되어서는 더 이상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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