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 똑같이 사람사는 곳인게”
“제주도도 똑같이 사람사는 곳인게”
2017.05.15 13:26 by 이도원

제주도에 내려와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유 있고 낭만적인 이미지 때문일까. 실제로 내려와서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제주 한 달 살기’처럼 제주의 삶을 체험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제주에 대한 환상이라. 사실 나도 그런 환상이 있었다. 가끔 제주로 여행을 오면 바다와 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제주란 섬 자체를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 분위기 등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지금부터 이야기는 ‘제주 사람’의 이야기다. 토박이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환상과의 괴리는 충분히 느꼈다. 섬을 사랑하는 제주 생활 2년 차의 이야기.

나도 있었다… ‘제주에 대한 환상’

 

| 바당에 살면 좋으크라 (바다에 살면 좋겠다)

제주도는 어디에나 바다가 가까이 있다. 요즘은 특히 에메랄드빛 바다 사진들이 SNS 피드에 가득하다. 이런 사진을 보면 누구나 바다가 앞에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모슬포. 5분만 걸으면 바다가 보이는 동네다. 자전거를 타면 바다 냄새가 나고, 해안선을 보면 괜히 조깅이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제 삶은 전혀 다르다. 이곳에서 바다를 보며 조깅할 수 있는 날은 일 년 중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바다와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바닷바람이 거세다는 뜻이니까. 모슬포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애월, 성산과 같은 곳도 바다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날은 별로 없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잔잔한 제주도 바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잔잔한 제주도 바다.

 

| 삼한사온 말앙 삼일구름사일햇빛 (삼한사온 말고 삼일구름사일햇빛)

빛나는 바다를 감상하며 테라스 의자에 앉아있기.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특히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려는)이 가장 기대하는 모습 중 하나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제주도의 날씨는 ‘삼일구름사일햇빛’이라는 것. 제주도민들은 이런 날씨에 익숙하다. 며칠 동안 흐리면 다음 며칠은 날이 좋을 것을 예상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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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때문인지 제주도의 구름은 정말 짙다.
바다 때문인지 제주도의 구름은 정말 짙다.

그래서 제주도의 여행의 만족도는 날씨에 의해 갈리는 경우가 많다. 쨍쨍한 날씨를 맘껏 즐기다 가는 운 좋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씨만 보다 가는 여행객들도 많다. 제주도 섬 안에서의 이동은 대부분 렌터카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흐린 날이 계속될 때 지나가는 렌터카를 보면 토박이들은 안타까운 듯 혀를 끌끌 찬다. 만약 당신이 제주도에서 맑은 날씨를 만끽하고 갔다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 가느라 폭삭 속아신디 진짜 속아수다 (가느라 완전 고생했는데 진짜 속았네)

SNS에 ‘제주’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자. 각 지역에서 ‘맛집’이라고 알려진 모든 음식점이 나타난다. 제주도민으로 살고 있지만, 나 또한 다른 여행객처럼 사진과 후기를 검색하고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가보면 사진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인 경우가 있다. 제주도는 관광지다. 여행을 왔다는 기분에 가려져 진짜 분위기나 매너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가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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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제주’가 들어간 사진만 3백6십만 개가 넘는다.
SNS에 ‘제주’가 들어간 사진만 3백6십만 개가 넘는다.

한 예로, 사진 속 분위기가 너무 좋아 찾아간 카페가 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보니 이게 웬걸. 너무나도 지저분한 가게 분위기에 수많은 사람의 ‘하트’를 받았던 그 포토존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블로그를 통해 ‘꼭 가봐야 하는 장소’로 소개되는 곳도 마찬가지. 집 주변에 유명하다는 가게가 있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실망감만 가득 얻고 돌아왔다. 관광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속성이지만, 그저 그런 부분들이 SNS나 인터넷 상에선 크게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곳은 몰라도 제주에선 스마트폰을 너무 믿지 말자.

누군가는 제주가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볕이 가득한 지상낙원이라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을 제주에서 살며 느낀 점은 이곳 역시 그저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비가 아주 오랫동안 내리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더운 날이 오래 지속되면 짜증이 난다. 심지어 바다가 가까이 있어 더욱 땐 더욱 습하고, 추울 땐 바람이 세게 불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어느 동네와도 다를 게 없는 삶이다.

365일을 제주에 살면서 바뀐 일상이 하나 있다. 날씨 좋은 날이면 남편과 서둘러 나들이 채비를 한다. 그리고 자주 찾는 카페나 장소로 떠난다. 왜냐고? 제주에서도 날씨 좋은 날은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하루에 감사하며 평범한 제주도민이 되어간다.

유명한 길보다 동네 길이 나을 때도 있다.

 

/사진: 이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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