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사연: 욕심에 관하여
세 번째 사연: 욕심에 관하여
2017.04.13 16:17 by 오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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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헤어샵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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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6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미용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학교에 있는 것보다는 막연히 새로운 게 재밌었어요. 미용학원에 가서 메이크업도 배우고 언니들과 수다도 떨면서 시간 보내는 그런 것들에 재미와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안 그래도 학창시절은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인데, 메이크업과 피부 미용을 배우니 얼마나 재밌었겠어요!

그렇게 미용을 배우며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연스레 대학교까지 4년제 미용 관련 과를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 진짜 나는 왜 미용을 배웠을까!"라든지, "편입하고 싶다.", "다른 과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와 같은 생각들을 수백 번은 한 거 같아요.

지금은 헤어샵 스텝으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말 이게 제 길이 맞을까 싶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출근할 때마다 뭔가 주체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느낌으로 "오늘도 버틴다."라는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뷰티 쪽은 대부분 미용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과 전문대를 나온 사람들로 이뤄져 있는지라, 4년제 대학교를 나온 저는 뷰티계열에서 스텝으로 들어가기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나이였어요.

시간이 지나며 언젠가부터, 정말 제가 이 길을 좋아하는지, 제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이 듭니다. 부모님께선 제가 중학교 때부터 미용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학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것을 지원해주셨어요. 한 번도 돈 때문에 무엇을 못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단 뷰티 쪽으로 취업하게 되면 불규칙한 생활로 휴가 같은 것도 장기로 가기엔 어렵게 될 걸 알았기에 저는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떠났어요.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까지, 다 합치면 10개국 정도를 여행했습니다. 그래서 이 뷰티 쪽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책임감과 부모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다른 길로 갈 용기가 없습니다. 한번 진지하게 말을 건네 보기도 했는데, 제 의견은 모두 묵살 당했어요. 부모님은 ‘기술직이라면 늙어서도 먹고 산다’는 이유를 드셨어요.

근데 이렇게 살다가는 그 ‘늙어서도 먹고 살기’도 전에 제가 먼저 죽을 것 같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저는 제 기준에서 제 삶에 만족하고, 제 기준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입니다. 저는 돈 많이 안 벌고 싶어요. 그냥 딱 저 먹을 정도로만 벌고, 가끔 금요일 저녁에 가족들 또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간단히 맥주나 한잔하며, 세상살이 얘기하며 살아가는 게 제 꿈입니다. 하지만 이 스텝 일을 하니 그런 여유도 없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고…….

저는 자연을 너무 사랑해요. 풀, 바람, 햇빛, 그런 것들이요. 여행할 때마다 그곳에 스며드는 제가 좋았고, 그 평화로움이 너무 좋았어요. 행복해지기 위해 걷던 길을 그만 가려고 하니, 저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응원은 못 받을망정 돌팔매질을 받을 생각을 하니 너무 힘드네요. 제가 행복해지려고 하면, 왜 가족들은 불행해지는 걸까요? 심지어 이때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럴 거면 부모님은 나를 왜 낳았을까? 나도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같은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부모님은 '돈 버는 것들 중에 쉬운 게 있는 줄 아느냐', '다들 힘든 걸 참고 살아가는 거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 한계란 것에도 기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막상 다른 길을 생각하니 어떤 길을 어디서부터 가야 할지 너무 앞이 캄캄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용기가 없네요. 제가 생각이 너무 어려서 현실을 모르는 걸까요.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지만,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건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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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보내는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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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라는 것에도 카테고리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욕심이라는 건 막연히 욕심이라는 하나의 큰 덩어리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고, 사랑에 대한 욕심, 미래에 관한 욕심, 물질에 관한 욕심처럼 몇 가지로 나눠지는 것이라고요. 그리고 그것들은 또 세부적인 여러 욕심들로 나눠집니다. 바로 ‘준비가 된’욕심과, 그렇지 않은, 그저 욕심일 뿐인 욕심으로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욕심은 꼭 필요한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향한 열망으로 우리는 열심히 달리고, 솔직한 마음을 표출하기도 하고, 지금의 괴로움을 견뎌내기도 하니까요.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 게 좋았어요. 이야기를 만들 때 저의 존재 이유를 알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사춘기를 겪으며 글쓰기를 쉬게 됐고, 그렇게 제 마음의 소리를 덮어둔 채로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좋아하는 것과는 완벽히 별개인 경영 전공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부모님의 후한 지원 덕분에 부족하지 않은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빠듯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그저 ‘너 졸업해서 취직하고 나면 그때 갚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그래야 하는 줄로만 알고 열심히 전공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공 공부는 재밌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하는 중에도 의심했습니다.

“과연 이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아나갈 수 있을까?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너무 따분하진 않을까?”

그렇게 대학생활을 해나가고 있던 그때, 문득 다시 글이 떠오른 겁니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의 문이 열린 겁니다. 어떻게 보면 저도 보내주신 편지와 같은 상황을 겪은 겁니다. 뒤늦게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걷고 싶은 길을 찾았는데, 지금껏 해왔던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것이었으니까요. 부모님이 응원하는 오휘명은 경영학 관련 업종에서 일할 오휘명이었고, 제가 원했던 건 글을 쓰며 살아가는 오휘명이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수많은 날을 괴로워했습니다. 지금껏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죄송스럽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날이 커지는 욕심을 저버리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부터 앞서 말씀드린 ‘준비된 욕심’을 품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막연히 ‘나는 글이 쓰고 싶어.’라는 생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준비물은 있는지를 끊임없이 알아봤습니다. 자는 시간을 쪼개서 글을 썼습니다. 대학교 강의를 듣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전공 공부와 과제를 하느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글을 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잠을 줄여야 했습니다. 어떻게든 최대한 작가처럼 되기 위해 부모님 몰래 여러 노력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을 때, 저는 몰래 써왔던 글들을 책으로 엮어 부모님 앞에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제 나름의,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거였어요. 이렇게 결과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와 같은 메시지였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책을 받아보시고 별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계속해서 글을 썼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몇 번의 취업 시즌이 지나가는 동안에 두 번째 책을 만들었고, 잡지사에 연재 글을 보내고 끊임없이 출판사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 과정들을 지켜보셨습니다. 세 번째 책이 나올 무렵부터는 저를 응원해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마도 저의 확고하고 탄탄한 욕심과 의지를 확인하셨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준비된 욕심’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원하는 일차원적 욕심은 발전과 변화(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런 욕심이 있고, 이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노력을 했고 앞으로 이런 계획으로 움직일 거다.’라는 체계적인 욕심만이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먼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으신 건지 차분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명확히 떠오르는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조금 진부하지만, 어떻게든 변화를 가져오긴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해보세요. 그리고 부모님께도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세요. 처음엔 아니실지 몰라도 언젠간 응원을 해주실 날도 올 것입니다.

당신의 욕심을 응원하겠습니다. 답장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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