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eauty'의 인도상륙작전
'K-Beauty'의 인도상륙작전
2017.01.24 16:06 by 성서빈

“이니스*리다!!”

어느 날, 한 기초 화장품 샘플이 손에 들어왔다. 인도에 있으면서 한국 제품은 다 쓰고 맞지 않는 인도의 화장품을 쓰다 보니 피부과에 너댓번이나 갔던 터라 무척이나 반가운 샘플이었다. 인도에 오기 전에 제주도에 살았었기에 더욱 반갑고, 그 제주의 자연 원료를 화장품에 담아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드는 이 화장품, 이니스*리가 인도에 상륙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인도인들도 한국의 화장품을 쓰게 될 것인가?

사람은 별로 없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는 어필하고 있는 듯.(사진: Arushi Rishi)

아유르베다의 가르침, “자연 그대로”

한국도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가 한 때 유행했지만, 인도만큼 화장품 원료에 자연 그대로를 중요시하는 나라는 손에 꼽힐 것만 같다.

인도라고 하면 낯설면서도 뭔가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유르베다’ 방식의 화장품이 가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유르베다는 고대 힌두교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비법이다. 이른바 ‘요법’ 같은 것인데, 한국의 한방 화장품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달여 내는 진한 한방의 느낌이 아니라 아로마테라피(향기 요법)나 허브(식용이나 약재 식물)와 같이 가볍다.

인도인들은 채식주의자가 많기 때문에 동물성유지가 함유된 화장품은 기피하는 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인도 화장품도 대부분 아유르베다에서 유래한 방법으로 만든 천연 화장품들이다.

히말라야 제품은 전 세계 55개국에 수출되는 대표적인 인도 화장품이다. 또한 인도여행객들에게 최고의 여행 선물도 “히말라야 립밤”이다. 실제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바디로션, 베이비로션, 립밤, 샴푸, 클렌징폼 등을 히말라야 계열로 구비해 쓰는 한국인이 많다. 오히려 인도인이 한국인의 히말라야 제품 사랑을 보고 깜짝 놀라는 편.(사진: 히말라야 공식 SNS 및 홈페이지)
영화 <캐리비안 베이>의 조니뎁이 사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바이오티크. 히말라야 제품보다 한 단계 더 고급 사양을 갖추고 가격도 비싸지만 한국 화장품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비누가 유명하고 요즘은 립밤이나 크림 종류도 많이 사용한다.(사진: BIOTIQUE 공식 SNS 및 홈페이지) 



전에는 아유르베다 방식의 화장품이 인도 자체 브랜드라서 저렴한 (인도의) ‘국민’ 화장품이었다면 이제는 비싸서 서민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아유르베다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포레스트 에센셜스(Forest Essentials)는 아예 럭셔리한 아유르베다를 표방하여 까마(Kama) 등과 같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고, 단독 브랜드숍을 가장 유명하고 땅값 비싼 마켓에서 운영한다.

화려한 화장품 가게. 정문이 워낙 화려해서 화장품이 아니라 보석가게로 오해할 수도.(사진: 구글)

색조 화장의 원조?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인도 여성들의 눈화장을 한번 떠올려 보자.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학생들을 보면 늘 눈가는 검은색 아이라인이 두드러지게 그려져 있다. 입술은 보통 붉은 색 계열의 립스틱을 보통 사용한다. 한국인이 화장을 할 때 “한 듯, 안 한 듯”이 목표라면, 인도인이 화장을 할 때는 “했으면 화끈하게”가 목표인 것 같다.

라끄메는 힌두스탄 유니레버 소유로, 인도 초대 총리 네루가 인도 여성이 자국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도록 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이다. 히말라야, 바이오티크가 외국인 선호 제품이라면 라끄메야말로 인도 여성을 위한 기초 및 색조 전문 브랜드인 것이다. 특히 라끄메 아이코닉은 ‘국민’ 아이라이너. 인도 대학생들의 화장품 가방에서 빼놓지 못하는 제품. 모델은 국내에서도 영화 <세 얼간이>로 유명한 까리나 까푸르.
예쁨주의!! 인도 영화계의 여신, 디피카 파두콘. 인도 영화를 맛만 보신 분들도 바로 아는 그 얼굴. 깊은 눈 화장과 붉은 입술이 고혹적이다. 최근에 빈 디젤과 <트리플엑스> 시리즈를 촬영했다. 
평범(?)한 얼굴도 인도의 색조 화장을 하면 이렇게 얼굴선이 진하게 된다! 대표적인 눈매, 입술 화장법이 잘 드러나 있는 사진. 지난 번 동료 선생님 결혼사진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아~!”하고 무릎을 탁 치실 듯. (이하 사진: 구글 이미지)

사진을 보면서 인도 여성들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들이 배우나 모델이라서 아름답기도 하지만 보통의 인도 여성들도 얼굴이 작고 얼굴 윤곽이 뚜렷해 예쁜 얼굴이 많다.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피부색에 맞추어 화장품 색상도 한국에 비해 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한번은 인도에서 행사 후에 ‘더 페이*샵’의 쿠션 샘플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203호 색상이었다. 203호면 보통 한국인들이 어둡다고 느끼는 색인데 인도인 대상으로 나누어 주는 샘플이라 준비된 색상이었다. 인도에 진출하는 화장품 회사들은 천연 원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피부색에 맞는 색조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니스*리의 내부는 한국의 샵 내부와 완전히 동일했다. 한 켠에 비치된 추천 코너의 K-Beauty라는 말이 약간 낯설다. 인도 여성들이 윤아의 이미지를 어떻게 소비할지 궁금하다.(사진: Arushi Rishi)

사실 많은 인도 여학생들은 평소에 로션 정도만 바르고, 화장을 자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일명 ‘쌩얼화장’을 한 한국인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화장은 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되도록 하지 말라고 권할 정도다.

내가 볼 때는 눈매나 얼굴의 굴곡이 확실한 그들이야말로 화장을 하나 안하나 예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그들이 많이 신경 쓰는 것은 피부, 바로 기초 제품과 마스크팩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겨울철 뉴델리 공기는 폐는 물론이고 피부에도 독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인도 학생들은 한국드라마를 많이 봐서인지 한국인들이 모두 피부가 좋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화장품이 제품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서도 한국의 마스크팩은 한국에 한 번 다녀올 때면 선물로 꼭 사들고 오는 단골 선물거리다.

이니스*리 마스크팩. 이제 한국에서 사갈 필요는 없겠다.(사진: Arushi Rishi)

“저는 요즘 스네일크림 써요.”

한국에서도 달팽이 크림이 한참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학생이 쓰는 크림을 보니까 한국 제품이었다. 한국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하는 인도 학생들에게 한국제품이 친근하고 익숙하게 소비되고 있는 것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고, 참 부지런하다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구매력에 놀라게 되기도 한다. 인도제품에 견주어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니까.

지금까지는 인도인들에게 삼성, LG, 현대, 포스코 정도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도 서서히 –어쩌면 K-Beauty라는 이름으로- 인도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듯하다. 우리가 어느새 “올리* 영”에서 히말라야 립밤을 살 수 있게 됐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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