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는 영원하다, ‘활명수’
클래스는 영원하다, ‘활명수’
2016.11.25 13:41 by 쉬운 남자

“폼은 잠깐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국내외 축구 팬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명언입니다. ‘최고의 운동선수는 나이가 들어 실력이 저하되어도 수준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이 명언이 비단 운동선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지니스, 특히 브랜드 영역에서도 이 명언은 유효합니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코카콜라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1886년에 만들어진 브랜드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미국인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웰빙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병, 캔 등 콜라 제품 겉면에 특정인의 이름을 새겨 넣는 ‘쉐어 어 코크(Share a Coke)’ 프로모션, 콜라 제품의 용량을 줄여 판매하는 ‘소포장 마케팅’ 등을 통해 끊임없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죠.

코카콜라의 ‘쉐어 어 코크(Share a Coke)’와 ‘코크미니(Coke mini)’ 프로모션(사진: 코카콜라 홈페이지)

코카콜라 외에도 오래된 브랜드가 시장에 강력한 클래스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습니다. 디즈니, 하인즈, 레이밴 같은 것이 그렇죠.

그렇다면 국내에도 이러한 클래스를 보여주는 오래된 브랜드가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그 브랜드는 바로 대한민국에 가장 오래된 브랜드인 동화약품의 ‘활명수’입니다.

활명수는 1897년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브랜드로서, 100여년의 시간 속에서 과거 독립운동을 후원한 역사까지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브랜드입니다.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라 큰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성장해왔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100여 년간 활명수는 숱한 고비를 거쳐 왔고, 지금도 마주하고 있습니다.

1897년 등장한 ‘활명수’는 100여년 이상 사랑받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다.(사진: 동화약품 홈페이지)

활명수가 겪은 대표적인 고비는 1990년대에 미투제품(me too, 유사제품)이 속출했던 사건이었습니다. 효과적으로 국내에 소화제 시장을 개척한 활명수였지만, 다양한 유사상표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시장이 개척되는 속도보다는 느렸기 때문이죠. 난감한 상황에서 당시 활명수는 한국 최초의 상표등록과 ‘부채표가 없는 건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캐치 플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고비를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를 성장시키는 발판으로 삼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 것이죠.

2009년에는 경북 칠곡군에서 독극물 주입이 의심되는 활명수가 다량 발견되어 브랜드 이미지를 한 순간에 훼손시킬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때 활명수는 신속히 ‘병이 훼손된 활명수는 먹지 말 것’을 권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보도자료의 배포 시점은 사건 발생 6일 후로, 아직 경찰에서 성분 분석도 완료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언론 노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을 내린 것이죠. 그 결과 활명수는 역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날에도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사례로 활명수 브랜드의 클래스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기승전 ‘부채표’ (사진: 동화약품 홈페이지)

이러한 활명수의 고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가장 최근 마주하고 있는 고비는 ‘브랜드 노후화’입니다. 역사가 긴 브랜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구매층이 변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면, 새로운 구매층에 의해 시장에서 노후화된 브랜드로 인식되고 마는 것이죠.

브랜드가 노후화됐다지만, 젊은층이 좋아할만한 재미있는 이미지로 함부로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브랜드 리노베이션과 관련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버린 케이스가 많은데, 주로 기존 이미지가 약하거나 부정적이 되어버렸기에 가능했던 케이스죠. 하지만 활명수의 경우에는 기존의 이미지가 긍정적이고 강하기 때문에 쉽게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재미있고 자극적인 이미지로 어필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노후화를 극복하기 위해 활명수는 현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품 라인 확장을 통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죠.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지만 현재 활명수는 활명수액, 까스활명수-큐액, 미인활명수액, 꼬마활명수액이라는 4개의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 라인 확장을 통해 다양한 타깃들에게 소구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죠.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배우 서현진님을 통해 미인활명수를 보다 코믹하고 친근하게 각인시키고 있으며, 활명수 119년 기념 한정판을 카카오프렌즈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하기도 했죠.

활명수 브랜드에 새 활력을 주기 위한 시도들.(사진: 동화약품 홈페이지)

대한민국에도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있다는 건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활명수가 브랜드 노후화라는 문제를 당면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해온 것처럼 과감하고 신속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클래스를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소화엔 활명수’인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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