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시테(굿바이) 몽골, 그리고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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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3 18:21 by 조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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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저 파란색 옷으로 한번 입어봐, 어울릴 것 같아”

(주섬 주섬 주섬…)

“우와 잘 어울린다. 이것으로 하자”

베기와 나. 저(오른쪽)는 델을 입었습니다. CCE 사무실에서 몽골을 떠나기 하루 전에.
나란툴 시장의 내부
나란툴 시장 입구의 모습

귀국하기 일주일 전 몽골친구들이 제 손을 끌고 울란바토르 나란툴 시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나란툴 시장은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처럼 식품, 신발, 가전제품, 주방용품, 의류 등 안파는 것이 없는 만물 시장입니다. 친구들이 제 손을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멈춘 곳은 몽골 전통의상 ‘델’을 파는 옷가게 앞이었습니다. 귀국 선물로 전통 옷을 챙겨주려던 것이었죠. 그런데 출국하는 날, 수화물의 무게가 초과하여 델을 입고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몽골은 선선한 날씨여서 괜찮았었는데…. 도착해서 뻘뻘 땀을 흘렸던, 올해 유난히 무더웠던 8월이 생각납니다. UN희망원정대 몽골 편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몽골 청년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출국 전 울란바토르 공항에서(왼쪽부터 빈드리야, 다브카, 엔자(빈드리야 여자친구), 나, 친조). 저 몽골 사람 다 됐죠? 하하

제가 UN인구기금과 시민교육센터(CCE)에서 참여 했던 업무 중 하나는 청년 사업 지원입니다. UN인구기금은 청년들이 꿈을 키우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국으로 말하자면 공모전이나 경진대회를 주관해서 청년들의 도전을 장려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청년 NGO를 지원하는 사업을 도우며 몽골 청년들과 일할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몽골 청년NGO 연합회(Mongolian Youth Council, MYC)를 만난 것은 매우 행운이었죠.

몽골 청년 연합회(MYC)는 약 30개의 청년 시민단체가 소속된 NGO 연합회입니다. 청년 NGO라고 하지만 몽골 최초 여성 NGO 프린세스센터, 최초 장애인 NGO Universal Progress 등 몽골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NGO들이 다 모여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분야에 여러 NGO들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청년문제와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UN인구기금의 지원으로 소셜 굿 서밋(Social Good Summit), NGO 주간(NGO Weekend), 스타트업 주간(Startup Weekend), 크라우드업 몽골리아(Crowd-up Mongolia), 영 우먼스 포럼(Young Women's Forum) 등 대규모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단체를 이끄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20대 대학생이라는 사실입니다. MYC는 매년 소속 NGO가 돌아가며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습니다. 작년에는 ‘윈드 오브 체인지’(Winds of Change)라는 NGO의 대표 예수케(Yesukhei‧22)씨가, 올해는 데모크레이지(Democrazy)의 대표 빈드리야(Bindriya‧25)씨가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습니다. 이 두 친구 덕분에 제 몽골생활도 더 든든하고 즐겁기도 했고요.

MYC 현 코디네이터 빈드리야

먼저 소개하는 MYC의 현 코디네이터이자 데모크레이지의 대표 빈드리야는 거구의 25살 청년입니다. 친구들은 그를 ‘베기’라고 부릅니다.(몽골 사람들은 이름이 길어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부르는 짧은 닉네임이 있습니다.) 베기와 같이 다니면 이 친구의 덩치 덕분에 어딜 가나 안전합니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유머 센스도 좋고 장난도 많습니다. 언론학을 전공하고 기자로도 일했었는데 청년문제에 관심이 생겨 NGO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모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꿈꾸며 시민사회에 참여하게 됐죠. 결국 2012년 여자친구인 엔쟈(Enjaa)씨와 공동 창립자로 데모크레이지 NGO를 설립했습니다. 데모크레이지는 청년들의 민주 시민의식 향상을 위해서 교육과 대중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Democracy)와 미치다(Crazy)를 합성한 재미있는 이름만큼 민주주의 카니발(Democracy Carnival) 등 유쾌한 행사들을 통해 청년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또 매주 화요일 빈드리야는 공영 라디오 청년 프로그램에 호스트로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부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예수케
윈드오브체인지 해외청년 대상 민주주의 투어, 민주주의 상징 벨타워 앞에서

다음으로 소개할 윈드오브체인지(Winds of Change)를 설립한 예수케는 22살 대학생입니다. 덩치가 큰 빈드리야 옆에 서 있으면 마치 큰 아빠 곰 옆에 있는 새끼 곰 같다고들 하죠. 하지만 시민사회 활동 경력은 누구보다 풍부하고 리더십이 아주 뛰어난 청년입니다. 예수케는 고등학교 시절 지난 화에서 소개한 에코캠프에 참여한 후 친구들과 함께 윈드오브체인지 NGO를 설립했습니다. 윈드오브체인지도 학생‧청년 민주주의 교육을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활동은 몽골의 민주주의 역사를 소개하는 투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대학생들을 트레이너로 교육시키고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0곳의 역사적인 민주주의 현장에 방문해서 몽골 민주주의 역사를 교육 합니다.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이 개최됐던 올해 상반기에는 저와 함께 해외 청년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곧 있으면 청년들의 활동공간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공유 사업 ‘하우스 오브 체인지’(House of Change)도 시작한다고 합니다. 제가 떠나기 직전, 건물을 무료로 임대해주겠다는 후원자들과 연결되었습니다. 곧 몽골 청년들이 부담 없이 동아리, NGO, 창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무상 공간대여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하네요. 예수케는 방송 토론프로그램과 정부 공청회 등 정치인들과의 토론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위해 앞장서고 있죠. 가끔은 대책이 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자기 역할을 확실하게 하는 청년이죠.

CCE와 MYC에서 일하며 이런 청년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지 기관 역량강화를 돕는 것이 제 업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MYC 청년들 대상으로 영어 교육도 하고 미디어 팀과 사업평가 팀 등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MYC의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이전 사업에 대한 기록물을 남기고 다음 사업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사업평가 팀을 만들었습니다.

MYC 사업평가팀, 크라우드업 이벤트에서 실습중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은총, 빔바, 쉬즈레이, 이수, 부티드)
쉬즈레이

사업평가팀에는 6명의 팀원들이 있었는데 여기서 리더로 활동했던 쉬즈레이(Shijiree‧22)씨도 소개합니다. ‘윈드오브체인지’에 맴버이기도 한 쉬즈레이는 법학을 공부하고 있고 여러 TED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해왔습니다. 배움의 열정도 크고 책임강이 아주 강한 친구이죠. 쉬즈레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사회활동과 봉사활동에 참여해왔습니다. 특히 CCE대표 나란씨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이렇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한 의무다”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수케, 빈드리야와 가끔씩 티격태격하면서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톡톡히 냈던 당찬 친구입니다. 제가 미국의 NGO평가기관 가이드스타(Guide Star)를 소개해준 적이 있었는데, 언젠가는 몽골 전체 NGO들의 역량강화를 돕는 몽골판 가이드스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도 하네요.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데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귀국 직전 만난 UN YAP 친구들(왼쪽부터 나, 제마, 어처랄(UNYAP 코디네이터))

또 하나의 청년단체를 소개하면 유엔 청년 자문단(UN Youth Advisory Panel, UN YAP)이 있습니다. UN YAP은 UN기구가 젊은 층의 의견을 얻기 위해 자문을 구하고 함께 협업하는 부서입니다. 세계적으로 UN YAP이 있는 국가가 많지는 않습니다. 몽골에는 2006년에 UN YAP이 조직됐고요. 이들은 UN 프로그램에 청년들의 실질적인 필요가 만족될 수 있도록 의견을 건의하고 UN 개발목표를 청년들에게 전달하기위해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도 UN인구기금 세계인구의날 행사를 준비하며 UN YAP과 협업을 했었는데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여러 재능을 가진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일을 도와줘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만났던 제마(Jamma‧21)씨는 통신회사에서 소프트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데, 퇴근 후와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UN YAP 회의에 참석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제마는 한국에서 더 발달된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한국 기업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곧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해봅니다.

이런 몽골 청년들을 보며 참 많이 배웠습니다. 저도 20대를 열심히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몽골 청년들의 열정은 훨씬 더 뜨거웠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고, 당당히 사회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며 자기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변화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회 변화에 앞장서는 청년들을 보며 이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엿 볼 수 있었죠.

그렇지만 이 친구들에게도 고민이 많습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버는 임금은 한 달에 한화로 30만원이 채 안됩니다. 빈드리야도 NGO 사업비를 제외하고는 개인에게 돌아오는 소득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수입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차로 택시영업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울란바토르에서 1시간 걸리는 친척의 게르집으로 이사해서 월세를 절약하기도 했죠. 쉬즈레이는 돈이 없어서 점심을 굶기가 일쑤였고요. 물가는 점점 올라가는데 임금은 부족하고, 미래도 그리 밝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먹고살기가 바빠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돌리는 청년들도 점점 늘고 있죠. 하지만 제가 만난 이 청년들을 보면서 몽골사회의 희망을 그려봅니다.

예수케와 빈드리야에게 제가 여러 번 물어본 것이 있습니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는 거야?” 이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재밌다고 합니다. 작지만 조금씩 이뤄지는 변화를 보는 것이 즐겁다고 합니다. 또 이것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들이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만날 때 마다 너무 대견하고 멋있었던 친구들, 이 친구들을 만나서 몽골에서의 6개월이 더 특별하고 즐거웠습니다. 화려한 UN기구에서 일했던 것보다 이 친구들과의 만남이 제 인생에서 더 소중하게 기억될 것입니다.

개발에 있어서 사업도 중요하고, 가치도 중요하고, 예산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꿈꾸는 사람들. 저는 이 청년들을 보며 몽골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300만 밖에 안 되고,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사막 같은 황무지 땅이지만, 뜨거운 청년들의 열정과 그들의 꿈이, 이 땅을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변화시켰고, 가난에서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내일의 몽골을 더 밝게 만들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케, 빈드리야, 친조, 쉬즈레이와 함께

몽골에서 6개월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영하 30도 추위와 낯선 환경, UN의 생소한 근무환경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제 6개월을 함께 했던 꿈꾸는 친구들을 보며 뜨거웠고 행복했습니다. 이 친구들의 꿈을 보며 저도 다시 꿈을 꾸어보려고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작은 부분이지만 열심히 일해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전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위로와 희망을 나누는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몽골의 청년들을 응원하며 다시 재회하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동안 저의 몽골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몽골 청년들을 응원해주세요!

/사진: 조은총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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