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행은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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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2 12:14 by 더퍼스트미디어
<사회적 기업 '기브원'> 기브트래블러와 함께한 36시간  

“에코백이랑 엽서는 빨강이랑 블랙이 예뻐요.”

“이 팔찌는 2만 원 이상 사면 같이 드리는 거에요.”

기브트래블러4
7월의 뜨거운 여름 오후, 청주 소나무길에서 빨간색 카라티를 입은 몇몇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원래 이곳에서 열리는 지역 장터는 바람이 많이 불어 취소됐지만, 이 청년들은 테이블을 펼치고 물건들을 옹기종기 올려놓았다. 이들은 소셜벤처 기브원이 기획한 ‘기브트래블러’ 캠페인에 참여한 대학생들. ‘기브원’은 고객이 구매한 상품과 같은 상품이 기부되는 기부 쇼핑몰인 ‘나눔브릿지(www.nanumbridge.co.kr)’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전국 280여개 복지 단체와 협약을 맺고 소비자가 N개를 사면 1개를 기부하며, 기부 받는 곳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내가 사는 물건을 남도 갖고 싶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다.

기브원은 분기마다 ‘기브트래블러(GIVE Traveller)’라는 이름으로 대학생 봉사자들을 모집해, 이들이 직접 물건을 판매하고 기부 수혜 아동들과 만나 소통하는 캠페인을 열고 있다. 친숙한 기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기브원이 정식 법인으로 등록된 후 벌써 5번째 열린 현장. 지난 7월 26일과 27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다니엘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기브트래블러’들의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 낮 1시, 기부받는 아이들과의 특별한 만남  

첫 일정은 청주 소나무길 프리마켓에서 낮 1시에서 3시 30분까지 물건을 판매하고, 아이들과 만나는 것. 테이블 위 물픔들은 터치 방수 팩, 수제 쿠키, 포켓볼우비, 기브원 티셔츠 등 다양했다.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천원 샵, 직접 도장을 찍어 자신만의 엽서와 에코백을 만드는 이색적인 자리도 마련됐다. 테이블이 있는 곳은 좋은 길목. “이거 하나 살게요” 하며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도장을 찍고, 엽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기브트래블러들이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들은 아름다운 소비로 이어진다. (기브트래블러 제공)


 

그 시각 판매테이블 옆에서 7명의 기브트래블러(이하 GT)들은 1박 2일 동안 함께할 아이들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기브트래블러들이 판 물건들을 선물 받는 특별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오고 나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거야. 미리 오늘 일정을 전체적으로 확실히 정리해보자” 송지원 GT의 말에 열띤 이야기가 시작됐다. “여기 장터 체험 프로그램 진행할 때, 팀이랑 순서를 나누자”, “꼭 아이들에게 존댓말 해야 해!” 어느새 판매 테이블 뒤쪽에 돗자리가 깔렸다. 봉고차가 도착하고 왁자지껄한 초등학생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에요?” 하며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을 GT들이 반갑게 맞았다. “반가워요!”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자, 장터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엽서에 자신의 이니셜을 도장으로 찍기, 20년 뒤의 자기 모습 그리기, 그 모습에 대한 설명글 쓰기 등 3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이들이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고안된 것. GT와 아이는 일대일로 짝을 이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년 뒤에 뭐 하고 싶으냐”는 말에 “아직 잘 모르겠다”며 수줍음을 타던 아이도 하나둘씩 마음을 열었다. 활동이 끝나자, GT들과 아이들은 서로 장난도 쳤다. 옆에 있던 다니엘지역아동센터 고명선 교사가 속내를 풀어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협동하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좀 더 마음을 열고 같이 즐기고, 만족하는 점들을 배우면 좋겠어요”

 

장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의 모습(기브트래블러 제공)


  | 오후 5시, 조금 더 가까워지기  

오후 5시, 두 번째 장소인 관성체험학교에 도착했다. GT들과 아이들이 방에 동그랗게 둘러앉고 스케치북을 펼쳤다. 1박 2일 동안 지킬 규칙을 정하는 시간. 친구 때리지 않기, 싸우지 않기 등 12가지가 적혔다. 다음은 GT들이 칭찬스티커를 손에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 칭찬스티커가 있어요. 친구를 칭찬해주고 싶거나, 무언가 착한 일을 하면 바로 이 스티커를 줄 거에요. 나중에 스티커가 제일 많은 친구에게는 선물이 있어요!” 체험학교 앞뜰에는 에어바운스 놀이기구가 마련돼 있었다. 공기를 빵빵하게 불어놓은 구조물에서, GT들과 아이들이 서로 몸을 던지며 놀았다. 입구에서 아이들을 에어바운스로 던져주던 강성훈 GT는 인기 만점. 그는 “힘들어도 아이들이 원하면 해주어야죠” 하며 환하게 웃었다.

저녁을 먹고, 이날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인 ‘마음을 여는 질문’이 시작됐다. 작은 조명을 켜고, GT와 아이들이 둘러앉았다. 한 사람에게 3가지 색깔의 포스트잇 3장씩이 주어졌다. 각 색깔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 사람, 성격을 3개씩 적고, 덜 소중한 순서대로 찢으면서 그것들을 모두 잃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며 무엇을, 누구를 썼고 왜 그 순서대로 찢었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아빠를 가장 마지막에 찢었어요.” 한 아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다가, 거의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흐느꼈다. 분위기는 몹시 엄숙했다.

 

기브트래블러5


 

9시가 넘은 늦은 시간, 무거운 분위기를 털고 GT들과 아이들은 체험학교 앞뜰로 나갔다.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기’, ‘좋은 친구 많이 사귀기’, ‘재미있는 곳 많이 가기’ 등 소박한 소원들이 풍등에 담겼다. 훨훨 날아가는 풍등 속에 하루가 저물어갔다.

  | 밤 10시, 기부자와 수혜자와 만난다는 것은?  

GT들이 아이들과 함께한 하루는 어땠을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이들을 보는 오늘 하루가 ‘행복했다.’고 말했다. 5기로 선발된 7명의 GT들은 아이들을 만나기 전, 사전 물건 판매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일주일쯤 전에 인사동에서 물건을 판매할 땐, 경찰서에서 허락을 받았는데 구청 관할이라며 허가를 안 해주시더라고요. 판을 다 펼쳤는데 홍대로 옮겼어요.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원했는데, 쫓겨 나니까 서럽기도 했어요. 날씨도 매우 더웠고요.” (이지은 GT)

이지하 GT는 “시민들에게 ‘이거 진짜 기부가 되는 거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면서 아쉬워했다. 하지만 물건을 판매하고, 수익을 기부하고, 수혜 아이들을 직접 만난 경험은 이들에게 확실한 선물이었다. 송지원 GT는 “내가 직접 나누고, 기부 받는 사람도 알 수 있는 경험을 하려고 기브트래블러를 지원했다”면서 “오늘 그 경험을 확실히 한 것 같다”고 했다. 강성훈 GT도 “처음에 한 아이는 손을 잡아달라고 하자 거부했지만, 같이 놀다 보니 풍등을 날릴 땐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이지은 GT는 “힘들게 일하고 나서 판매한 물품들을 직접 기부 받는 아이들을 보니 모든 피로가 싹 가실 만큼 뿌듯했다”면서 “기부 받는 대상이 누군지 안다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기브원 권준호 대표는 “나눔이 뿌듯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점점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기부쇼핑몰을 만든 이유도 ‘생활 속 자연스러운 기부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 다음 날 아침, 함께함의 가치를 나누다  

다니엘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다음 날 아침, GT들과 아이들은 수건돌리기, 젤리 양초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했다. 아이들은 대학생GT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다소 투박하고 간단했지만, 정은 충분히 묻어났다.

“풍등이 가장 재밌었고, 쌤들이 재밌었다. 안아주고 에어바운스에서 잘 놀아주셔서 고맙다. 헤어지는 게 아쉽고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 (우경)

“바베큐 파티가 좋았어요. 같이 먹으니깐 더 맛있었거든요. 여기 하루라도 더 있고 싶어요.” (찬호)

마지막으로 권준오 대표가 ‘귀요미상’, ‘먹방상’ 등 아이들 특성에 맞는 상장을 한 명, 한 명에게 나눠줬다. 판매한 것과 같은 상품을 비롯해 총 191개의 물품은 다니엘지역아동센터 선생님에게 전달됐다. 아이들은 다시 지역 아동센터로, GT들은 서울로 가지만 그들은 무엇보다도 ‘함께함’의 가치를 나누었다. 무더웠던 7월, 그들의 여행은 조금 특별했다.

 

 



글/조호정
조호정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청세담을 통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를 높일 수 있었기에 그 분야의 현장을 직접 보고 눈과 글과 사진으로 담았던 일들이 모두 소중했습니다. 봉사란 일방적으로 수혜자가 받는 것이 아닌 함께 어울리는 것임을 현장을 취재하며 몸소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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