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어렵다면 ‘스카프’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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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어렵다면 ‘스카프’ 어때요?
한복, 어렵다면 ‘스카프’ 어때요?
2016.11.03 14:39 by 최현빈

“전통적인 아이템을 찾고 있었는데 이게 ‘딱’이네요. 정장에도 잘 어울리고, 제가 하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요.”

회사원 최영철(39)씨가 말했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줄 선물로 고민하던 그가 찾은 곳은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위치한 에이몽(Among) 쇼룸. 그는 “한복 디자인을 차용한 스카프가 독특해 들어왔다”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선물 포장을 부탁했다.

최씨가 구매한 것은 ‘여밈’이라는 이름의 한복 스카프. 에이몽디자인의 동갑내기 공동대표 이정호·정영우(27)씨의 작품이다.

에이몽의 한복 스카프 '여밈'

일상에 한복을 여미다

“한복을 좋아해도 일상에서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스카프로 만들면 누구나 편하게 두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정호 대표가 정장 위에 두르고 있던 ‘여밈’을 풀며 말했다. 여밈은 우리의 전통 한복에서 모습을 착안해 만든 스카프 브랜드. 지난 3월 디자인 팀을 결성한 두 대표가 제품으로 선보이는 첫 아이템이다. 간단한 패션 액세서리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동정, 당코깃과 같은 우리 한복의 요소들이 그대로 살아있다.

에이몽의 이정호·정영우 대표

모든 스카프들은 한복과 같은 소재인 본견(명주실크)을 사용해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 겉보기엔 얇아 보이지만 두 겹으로 가공된 전통 원단은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기 거뜬하다. 복잡하게 매듭지을 필요 없이 동정을 간단하게 여미기만 하면 착용이 끝나는 부분은 한복 스카프만의 또 다른 장점이다.

두 대표는 제대로 된 한복 스카프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작년 9월부터 약 6개월 동안 박물관과 한복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고증과 도움을 구했다. 직접 한복을 제작해줄 장인을 섭외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수많은 부탁과 설득, 거절이 있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50개가 넘는 습작이 만들어졌다. 한복 장인에게 “이것은 한복이 아니다, 가져가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에이몽 쇼룸 내 진열된 한복 스카프의 모습

지난 7월,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제품이 완성됐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7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여밈은 120명으로부터 750만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당초 목표했던 금액인 200만원을 훌쩍 넘는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주위의 평가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제품을 만들어줄 장인을 설득하는데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오히려 지금은 디자인을 드릴 때마다 반겨주신다”고 말했다.

“항상 변화하는 브랜드로 기억될래요”

두 대표의 인연은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부터 시작해 같은 대학, 동아리를 거쳐 동업자의 관계까지 온 9년지기 친구다. 정영우 대표는 “워낙 오랜 시간동안 친하게 지내다 보니 창업도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품 기획과 마케팅을, 정 대표는 제품 디자인을 책임진다. 별다른 마찰 없이 서로의 분야의 일을 척척 해내는 둘은 그야말로 ‘소울 메이트’다.

“저희의 정체성이요? 항상 변화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정 대표가 말했다. 작년 3월, 두 대표가 처음 팀을 이루어 선보인 작품은 캐릭터 조명인형 ‘달토끼 라비’. 대학 졸업 작품이었던 이것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제5기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원사업을 통해 더욱 많은 작품들을 만든 이들은 ‘아트토이컬처’, ‘디자인코리아’ 등 다양한 전시에 출품하며 시야를 넓혔다.

두 대표의 첫 작품인 조명인형 '달토끼 라비'

직접 입고 해외여행을 다녀올 만큼 한복을 좋아했던 두 대표는 올해 지금의 여밈을 선보였다.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이후 고객들과의 소통의 폭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 가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이들의 첫 오프라인 쇼룸이 생겼고, 10월 말엔 홈페이지 내

/사진: 에이몽 제공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