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타던 차, 내가 메는 가방으로_ '컨티뉴'
니가 타던 차, 내가 메는 가방으로_ '컨티뉴'
2016.10.10 18:22 by 김석준

“넌 이제 쓸모없는 녀석이야.”

영화 속에서 이런 대사는 주로 악역의 몫. 현실에선 우리가 그렇다. 쓸모없으면 쉽게 버리는 현대인의 소비 행태를 보면, 우리 역시 ‘악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자동차를 대할 때 두드러진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현황보고에 따르면 한 해 동안 폐차된 자동차만 약 64만 대. 그중 폐가죽의 양은 6만 7500여 톤(t)에 이른다.

이렇게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폐자동차의 가죽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사람이 있다. ‘컨티뉴’의 최이현 대표(36)가 그 주인공. 컨티뉴는 폐자동차 가죽을 이용해 가방, 지갑 등 패션 소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버려지면 끝났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에요. 새것으로 되돌려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죠. ‘컨티뉴’라는 이름처럼 말이죠.”(최이현 대표)

지난달 30일,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 오픈스탠드에서 최이현 대표를 직접 만났다. 최 대표는 “useless(쓸모없는)를 useful(쓸모있는)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버려지는 것의 숨은 가치를 찾아서

몇 년 전까지 최 대표의 바람은 단순했다. 좋은 공부를 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 영국에서 석사까지 마쳤던 이유도 그래서다. 취업은 영국에서 하려했다.

하지만 석사 졸업논문 하나가 진로를 바꿨다. 당시 주제는 ‘대한민국 자동차 기업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활동’. 논문을 준비하며, 자동차 배기가스 못지않게 폐차의 매립폐기물이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영국 취업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렵게 연구한 내용을 자료로만 남겨두기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3월 ‘컨티뉴’를 창업했다.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이 유행하며 유사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폐자동차의 가죽 시트를 이용한 사례는 없었다. 최 대표는 “자동차 산업이 발달되어있으면서 교체 주기가 빠른 한국이 폐자동차 업사이클링을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 시도인 만큼 많은 어려움을 동반했다. 기본 재료인 가죽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자동차 가죽이라 검은색만 있을 거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브라운, 아이보리 등 다양하다.
여자 손님이 남자친구를 위한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다는 명함지갑. 조금 더 저렴한 제품을 찾는다면 문구를 새길 수 있는 가죽팔찌(9,900원)도 있다.

“이상한 사람 취급도 많이 당했어요. 폐차장이 외부 사람 오는 걸 많이 경계하더라고요. 그래도 삼고초려 하듯 전국의 폐차장을 계속 다녔죠. 지금은 재료 수거 업체와 네트워크가 구축돼 가죽을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전혀 없습니다.”

폐차장에서 가죽을 처리하는 비용은 1톤(t)에 약 6000원. 컨티뉴가 가죽을 가져가면 폐차장 측에서도 폐기물 처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게 모은 폐차 가죽시트가 지금까지 10톤(t). 향후 2년간 수거를 안 해도 될 정도의 양을 이미 확보했다.

 

10년을 견디는 고급가죽

가방 하나를 만드는데 거리는 시간은 평균 4개월. 폐가죽을 수집한 뒤 총 7단계에 걸쳐 세척과 열 코팅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거의 99% 항균 처리가 돼요. 이후 공장으로 보내면 30년 이상 경력의 숙련된 장인들이 가방으로 만들죠.”

혹시 폐차의 가죽이라, 품질이 떨어지진 않을까? 오히려 최 대표는 “일반 가죽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자동차의 가죽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날씨를 견뎌야 해요. 자주 앉았다 일어나기 때문에 마모에도 강하죠. 발수 코팅이 있어서 물이 스며들지 않고요. 무엇보다 그런 과정을 10년 이상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재질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일반가죽보다 4배 정도 비싸죠.”

가죽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벨트를 활용하거나 에어백을 활용해 백팩을 만들기도 한다. 방수 기능이 있는 에어백 소재는 가벼우면서도 질긴 내구성이 특징인데, 약 95퍼센트의 에어백이 사용되지 않고 폐기되어왔다.

하늘색 가방이 바로 에어백을 활용한 제품.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에어백을 보는 기분이 묘하다.

“컨티뉴 제품을 구입하고 반품을 한 사례가 지금껏 한 번 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한 것이니 환불은 한 번도 없었죠. 소비자들은 제품에 만족감을 갖고, 컨티뉴도 품질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위치한 컨티뉴 매장과 제품에는 ‘End is New’라는 문구가 곳곳에서 보였다. 최 대표는 그 문구가 컨티뉴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했다.

“자원뿐만 아니라 사람도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분명 어디선가는 쓸모 있는 사람들이죠. 앞으론 북한에서 넘어왔거나 장애를 가진 분에게 가죽세공 기술을 알려주는 일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End is New’라는 말처럼 말이죠.”

 

/사진: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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