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위기공간을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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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7 15:39 by 더퍼스트미디어
‘꿈이 자라는 땅(꿈땅)’ 부부 이야기  

고등학교를 중퇴한 민수(가명, 당시 18세)는 10명의 무리를 이끄는 소위 ‘짱’이었다. 그들은‘드림팀’이라 자칭하며 태안의 한 흉가에서 가족처럼 지냈다. 민수는 새벽까지 치킨 배달을 해서 번 돈으로 친구들을 먹이고 재웠다. 민수의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학교 선생님은 자퇴를 종용했다. 어른들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들에게 자장면을 사주며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낯선 부부가 있었다.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야구라 답했더니, 야구복과 야구 장비 지원은 물론 지역 야구 동호회 사람들에게 교육까지 받을 수 있게 연결해줬다. 민수는 드림팀을 유명 야구팀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렇게 꿈을 키워나가던 중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던 새벽, 민수는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야구팀도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꿈이자라는땅(이하 꿈땅)’ 대표 이재준(49), 사무국장 백승희(44)


부부는 민수를 잊지 못 한다. 아이들이 재능을 다 펼치지도 못하고 꿈을 접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이들의 꿈이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 부부는 고민 끝에 흉가를 태안의 지역청소년을 위한복합문화공간‘꿈땅’으로 변화시켰다.

  | 위기청소년의 아지트에서 꿈이 자라기까지  

흉가는 예비군 중대본부로 사용되다 10년 전부터 용도 폐기돼 방치된 곳이었다.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흉가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그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건물은 항상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쓰레기더미에 담뱃불이 붙어 화재가 빈발했다. 술에 취해 서로 싸우다 깨진 술병에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예비군이 주둔하던 공간이 위기청소년의 우범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엔 자신의 자녀가 위기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훈계를 위해 다가갔다고 했다.

“시골이다 보니 아이들이 많지 않아요.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이 곧 내 아이의 친구들이거든요. 진심으로 대해야 아이들이 마음을 열기 때문에 자장면을 사주며 신뢰관계를 먼저 쌓았던 거죠.”

아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아이들이 순수하고 착했다. 삐뚤어진 행동의 원인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떠난 이후 가정 내의 문제나 아니면 부모의 무관심과 방임이었다.

“따뜻한 가족의 사랑과 애정이 어린 교육을 받지 못한 거더라구요.”

이 대표는 ‘나의 아이만 귀한 게 아니라 이 아이들도 함께 잘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 부부가 처음 생각한 꿈땅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저 흉가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지붕을 보수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단골 중국집 사장님의 소개로 만난 조성민 건축가(46)와의 인연이 현재의 꿈땅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명문 미대 출신인 그는 이 대표의 비전을 듣고 꿈땅의 내부인테리어 공사를 자원했다. 그는 과천에 살았지만 석 달 동안 태안에서 숙식하며 꿈땅에 온전히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미술 전공자답게 꿈땅에 갤러리 공간도 제안해 만들었다. 그렇게 2012년 11월, ‘꿈이자라는땅’이 탄생했다.

꿈땅을 만들고 나니 문제가 보였다. 기존에 흉가를 차지했던 아이들이 주로 있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꿈땅 안으로 쉽게 들어오지 못했다. 이 대표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뒤늦게 느꼈다. 아이들과 지역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직접 기획하기 시작했다.

현재 꿈땅은 바리스타 교실을 운영하는 카페와 지역 화가들의 작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수업이 없는 주말에 함께 영화를 시청하는 주말학교 프로그램과 전문강사가 함께하는 압화교실도 운영 중이다. 꿈땅은 상황에 따라 강연장, 공연장, 결혼식장, 예배장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지역 내 다문화 가정 부부들의 결혼식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역 화가들의 작품 전시를 진행하는 꿈땅 갤러리(사진_허미영 작가)


  | 느리더라도 계속 가고 있으면 돼  

처음에는 꿈땅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많았다. 꿈땅을 반대했던 주민들은 건물 자체를 철거해야 더이상 아이들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태안에서 치과병원과 공장을 운영하는 이 대표가 경제적으로 넉넉해 벌이는 사업 정도로 여겨 곱지 않은 시선을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플란트 공장을 1997년 11월에 세웠어요. 그런데 12월에 바로 IMF가 터졌잖아요. 제대로 운영해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된 거에요. 집, 병원, 공장 모두 담보 잡혔었어요. 15년이 지난 지금도 병원 수익은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이 대표는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꿈땅을 세우는 시기를 늦추지 않았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느리더라도 좋은 뜻과 방향성을 가지고 계속 걸어가면 되는 게 아닐까요?” 했다. 현재 꿈땅에서 나오는 수익은 전액 청소년들을 위해 재투자되고 있다. 올해 1월, 꿈땅이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허가받으면서 후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청세담_꿈땅4


 

꿈땅은 공간을 변화시켜 아이들을 바꾸는 일을 넘어서 취약층 아이들을 위해 직업 훈련을 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꿈땅과 공장을 아이들을 위한 직업훈련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며 모두 태안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표, 백 국장 부부는 더 많은 꿈땅이 생기길 원한다며 바람을 밝혔다.

“각 지역에 흉가가 있다면 부수지 말고 꿈땅처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비영리 프랜차이즈화 시키는 거죠. 좋은 공간을 제공해 가족의 행복을 회복시키고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꿈땅의 비전이에요. 지역 청소년뿐만 아니라 탈북민 2세대, 저개발국가 청소년들의 꿈도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글/박재영

청세담_박재영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청세담이 나의 부족한 경험과 견문을 채워주고 넓혀 줬다. 공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비전이 분명하여 상황이나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신다는 점이었다. 나도 그 점을 본받아 나의 재능을, 공익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며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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