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장기가 거래되고 있다
누군가의 장기가 거래되고 있다
누군가의 장기가 거래되고 있다
2016.09.26 18:54 by 제인린(Jane lin)

지난 추석 연휴의 끝자락, 끔직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중국인의 ‘묻지마 범죄’ 얘기입니다. 이미 제주도 내 중국인의 흉악범죄는 도를 넘었다는 평가죠. 도 안에 ‘차이니스 포비아(중국인 공포증)’가 만연할 정도라고요. 그렇다면 중국 내에선 어떨까요? 대륙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탄받고 있는 ‘장기 불법매매’의 속내를 들어보시죠.

장기 적출 및 매매를 소재로 하는 영화 ‘공모자들’의 한 장면(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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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광동성(广东省) 둥관(东莞)에서 무역업을 하는 A씨, 사업상 업체 미팅 후 접대를 위해 인근 룸살롱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A씨가 주로 찾는 곳은 광동성 둥관 지역에서 이름난 ‘KTV’(중국식 룸살롱의 일부를 지칭하는 명칭)로, 이 일대에선 가장 큰 규모의 호화로운 외관을 가진 유흥업소이죠.

업체 미팅을 마치면 소위 ‘2차’로 이어지는 일도 잦은데, 이 경우 해당 건물에서 운영 중인 호텔 또는 외부 숙박업소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최근엔 아무리 큰 팁을 준다고 해도 2차를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여성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이는 얼마 전 이 일대에서 벌어진 ‘사건’ 탓입니다. 2차를 나간 업소 여성 한 명이 마취 상태에서 장기가 적출된 상태로 발견된 끔직한 사건이었죠. 당시 여성 피해자는 남성을 따라 숙박업소에 갔다가, 술에 탄 마취 성분의 약에 취한 상태에서 장기가 적출, 욕조 물에 담긴 상태로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흉악범죄 소식이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자주 보도되는 사건은 이 같은 장기 적출 및 매매 사건입니다.

중국에서의 장기 적출 및 매매 사건은 주로 대형 조직원들이 관련돼 운영되는 경우가 상당한데, 이 같은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한국 영화 속 등장하는 중국의 장기 적출 및 매매 조직의 잔혹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겁니다.

납치 후 장기 적출이 된 채 버려진 아이들. (사진: cctv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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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중국은 아시아 국가 중 장기기증 및 이식성과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그 출처는 불확실하지만, 매년 중국 내 장기기증자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죠. 올해 초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장기이식대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연간 장기 기증 수량은 아시아 1위,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기준 장기기증 사례는 집계된 수치만 1만 건을 넘어섰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중국 내에서의 장기이식 사례 가운데 상당수가 비밀리에 금전 취득을 목적으로 한 밀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장기 적출 및 불법 판매 사업에 일부 의사와 조직 등이 광범위하게 연계돼 운영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껏 줄곧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장기 적출 및 매매 사건의 수는 상당한데,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납치와 장기 적출, 밀매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 잔혹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지난 2014년, 중국 장시 난창 법원에서는 불법 장기매매 사건 심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이 보도 내용은 지금껏 은밀하게 거래됐던 신장 판매의 연결고리가 세상에 처음으로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장기 적출자를 공모한 일당은 장기를 판매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을 모아 인근 여관에서 이들을 일정기간 감금하고, 온오프라인 통해 적합한 구매자를 물색한 후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고 합니다.

장기 적출을 위해 납치된 어린이들이 공안에 의해 구출됐다. (사진:365jia.cn)

장기 적출과 이송 및 이식까지 약 40여명의 조직원들이 연루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당시 약 23개의 신장을 적출, 155만 위안(약 2억5700만원)의 불법 소득을 얻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당시 공안국에 의해 구출된 피해자 왕씨는 “난창의 누추한 여관에서 20여일을 갇혀 지냈다”고 토로했습니다. 올해로 23세에 불과한 왕씨는 가정불화로 가출한 이후, 특별한 일자리 없이 도시를 전전하다가 인터넷을 보고 이들 일당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길로 그들에게 감금당했던 모양입니다.

왕씨는 조직원들이 마련한 여관에서 24시간 감시를 당하며 약 20여일을 지냈는데, 당시의 기분을 “마치 가축처럼 양육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왕씨가 여관에서 감금 생활을 하는 동안 인근 여관에는 또 다른 신장 적출을 기다리는 27세의 정씨가 머물고 있었는데, 당시 정씨는 광저우 인근에서 일용직을 하던 중 도박 빚을 지고 이곳까지 팔려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여관방에 감금된 지 20여일이 지난 후, 눈가리개로 가려진 채 대형 병원으로 이동됐고, 도착한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5명이 그들이 수술대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처럼 신장 매매 조직은 인터넷을 통해 돈이 아쉬운 청년들을 유혹, 여관에 가두고 신체검사를 통해 이식 수술에 적합한 대상이 나타날 때까지 이들을 감금‧양육했는데, 장기를 적출한 후 이들 손에 쥐어진 금액은 25000위안(한화 약 415만원) 정도였습니다.

지난 2011년 장기 매매를 전문으로 하던 불법 조직업자 3명이 적발됐다. (사진:BTV(Beijing tv) 캡쳐)

신장을 적출하기에 앞서, 피해자들은 조직원들이 강요한 서명서를 작성했는데 모든 과정은 피해자들이 자발적인 의지로 진행됐으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 있고 다른 이들은 무관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현재 중국에선 장기 매매 행위 자체가 불법인 까닭에 이 같은 문서는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왕씨는 수술대에 오른 후 수 시간이 흐르고,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복부에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이후 같은 병원에서 3일간 치료 한 후 다시 눈가리개를 쓰고 여관으로 이동, 그 곳에서 25000위안을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들 일당은 이 같은 방법으로 총 23명의 신장을 적출했고, 해당 병원의 의사, 간호사 등 총 5명도 이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집도의가 10000위안, 간호사 및 보조 업무를 맡은 이들은 1000~4000위안의 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무단으로 적출된 장기들이 최종으로 향한 목적지는 광저우 인근에 자리한 의약품 업체 ‘천펑’이었습니다.

천펑은 장기이식 관련 약품을 병원에 납품하는 의약품 전문 업체로, 해당 업체 관계자는 공안국 조사에서 “장기를 구할 수 없어 많은 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면서 “신장 매매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한 게 아니라, 신장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이 조직과 연계된 것 뿐”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들은 신장을 제공하고 자신들에게 남는 것은 불과 10000위안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린 의약품 사업으로 연간 수백만 위안을 벌기 때문에 푼돈을 벌기 위해 신장 매매를 할리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죠. 현재도 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긴 법적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길 곳곳에선 장기 매매를 알리는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 365jia.cn)

장기 적출과 관련한 또 다른 사건도 있습니다.

지난 4월, 광동성 마오밍(茂明)에 소재한 종합 병원에서 황 노인이 밤새 두 눈을 적출 당한 사건이었죠. 66세의 중풍환자였던 황 노인은 이 병원에서 장기 입원치료 중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당일 간호사에 의해 발견된 노인의 두 눈은 적출된 상태로 침실 바닥에는 피가 난자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긴급조치로 생명은 구했지만, 노인은 영원히 시력을 잃었습니다. 가해자는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요. 병원 측은 병실 문과 창문에 훼손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외부인의 소행일리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노인이 스스로 자해를 했을 것”이라는 석연치 않은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사건 발생 직후, 중국 정부는 ‘인체장기이식조례안’을 제정하고 ‘인체세포 및 조직, 장기 이식 지도원칙’에 따라 금전적인 거래에 따른 장기 이식을 불법으로 간주해오고 있습니다.

또, 장기 이식 및 기증자는 반드시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國家卫生生育委員會)’에 정식 등록, 접수 과정을 통해서만 진행토록 하고 있죠. 더욱이 국가위계위는 ‘인체장기 획득과 분배 관리 규정’을 발표, 각 성의 위생부는 병원과 독립된 장기 관리 기구(OPO)를 설치해야 하며, 기증 장기가 들어오면 중국 인체 장기 분배 관리 시스템에 등록해 공평하게 자동분배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장기 기증과 판매에 임의성이 개입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자발적인 인체 장기기증은 불과 2010년 3월부터 자료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의 자료는 각 지역과 병원의 기증 장기가 통합관리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3분의 1만 통합관리 시스템에 등록돼 자동분배 됐고, 나머지는 분배 과정에서 임의성이 개입되며 기증된 장기 기증자와 장기의 행방이 명확하게 문서화되어 관리되지 못했던 것이죠.

때문에 기증된 장기의 공평하고 투명한 분배와 환자의 사망 판정에 대한 잡음 및 장기 매매에 대한 의혹을 명확하게 가려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언제쯤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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