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리뷰, '디에디트'
두 여자의 리뷰, '디에디트'
2016.09.09 17:37 by 김석준

셋 셀 동안 여자 둘로 이루어진 팀을 생각해보자.

하나, 둘, 셋!

에디터는(나이가 나이인지라) R&B 요정 애즈원(As one)을 떠올렸다. 굳이 애즈원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가요계엔 다비치가 있고, 옥상달빛도 있다. 개그계에선 김숙‧송은이 콤비가 떠오른다.

그리고 미디어계에는 에디터H(하경화, 31)와 에디터M(이혜민, 29)이 있다. 이니셜을 합치니 상표 같지만, 이 콤비의 이름은 ‘디에디트(the-edit)’다. 그러고 보니 디에디트가 그 옷 상표와 비슷한 점이 있긴 하다. 새로운 물건 없나 자주 방문하고 싶다는 점에서. 미디어계의 떠오르는 여성 콤비, 리뷰전문사이트 디에디트를 만났다.

 

여자의 시선으로

무엇을 리뷰하는 사이트인가.

H: 모든 걸. 지금 사이트를 보면 IT기사가 많기는 한데, IFA(세계가전박람회) 이슈가 있어서 그렇다. 전자제품뿐만이 아니라 술, 간식, 생활용품 등 모든 것을 리뷰하고 있다.

왼쪽이 에디터M 오른쪽이 에디터H(이하 M과 H)

여자가 남자의 제품을 리뷰한다는 게 특이하다.

H: 나 같은 경우엔 IT매체 출신이다. 전부터 IT기사를 써왔고, 전자제품이나 IT에 관심도 많았다. 남자의 제품을 다루는 이유는 우리 둘 다 여성 물건에는 관심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 정도로는 리뷰를 쓸 수가 없지 않나. 여자가 여자 물건을 다루는 콘텐츠는 이미 너무 많기도 하고.

M: 나 역시 원래 남자 물건에 관심이 더 많았다. 잡지도 남성지를 더 좋아했고. 성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나의 시선을 담아 얘기를 해준다는 게 재밌지 않나.

디에디트 웹사이트 소개글. 사진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스틸컷으로 여자 둘이 갑작스럽지만 행복하게 멀리 떠나는 내용이다.

디에디트는 창간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팔로워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6월 29일 창간하여 현재(9월 10일 기준) 1408명을 확보하고 있다. 리뷰 콘텐츠는 장벽이 낮은 글쓰기, 즉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두 에디터는 왜 리뷰전문사이트를 만들었을까.

H: ‘사는 게 썩 재밌지 않아서’였다. 예전부터 리뷰사이트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꿈도 있었고. 전 직장에서 퇴직을 하게 되었을 때 리뷰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같이 퇴직을 준비하던 직장 후배 에디터M에게 제안을 했다. 미래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3년 뒤에 뭐가 되어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편이 아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고, 때가 되어 했다.

다른 매체로 이직하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나.

H: 대한민국에는 내가 일하고 싶은 매체가 없다.(웃음)

M: 사실 난 다른 매체로 이직하려고 했다. 그래서 처음 제안 받았을 땐 후방지원만 하려고 했다. H 혼자 모든 일을 하면 두려울 테니까, 마음의 안정제 역할 정도? 그런데 지금은 H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매체를 만들다니, 두려움은 없었나.

M: 굶어 죽지 않을까 걱정했다.

H: 두려움은 설명할 수 없이 컸다. 게다가 난 M에게 제안을 한 사람이고, 직장 선배였기 때문에, ‘내 후배를 갈 곳 없게 만들면 어떡하나’라는 마음에 무서웠다. 사이트를 오픈하고 아무도 안 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도 들었고.

M: 며칠 동안 둘 다 불안해서 잠도 못 잤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맞다 틀리다 해줄 사람도 없었고 우리가 모두 책임져야 했다.

H: 참견하는 사람은 많고, 책임질 사람은 오직 우리뿐이었다. 우리가 다른 매체에서 편집장을 하던 사람도 아니고 팀장을 하던 사람도 아니었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M: 그래서 처음 세운 작전이 ‘악어새 작전’이었다.(웃음) 작고 귀여운 악어새가 되어 선배들과 지인에게 빨대를 꽂아 ‘저희 도와주세요’ ‘제품 사진 좀 찍어주세요’ 말하면서 기생하는 작전.

디에디트 페이스북 첫 게시물. 뒷모습에 비장미와 설렘이 있다.

그 작전 덕분인가? 반응이 빨리 왔다.

H: 솔직히 처음에는 기대치가 없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처음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페이스북 친구들이 공유도 많이 해주고, 팔로우도 꽤 있었다. 처음 일주일 동안 400명 늘어났는데, 일반사람들보다는 업계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목했다. ‘여자들의 리뷰’라는 콘셉트가 독특하니까.

M: 오픈하고 일주일 뒤에는 네이버 포스트를 시작했는데, 슬슬 네이버 메인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네이버 포스트 팔로우가 늘기 시작했고, 카카오 브런치도 시작하니, 다음 메인, 카카오 채널에도 콘텐츠가 가더라. 그렇게 슬슬 늘어났다. 그 다음에는 네이버 TV캐스트에서도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와서 시작하고.

 

돈, 돈, 돈! 돈을 어떻게 벌지?

에디터 H와 M이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

조회 수가 높으면 수익이 들어오나.

H: 반대다. 조회 수가 오르면 오히려 돈이 나간다. 서버가 터지기 때문에.

M: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 좋은데, 너무 많이 들어오면 감당이 안 되더라.

H: 구글 애드센스(광고 배너)를 달면 노출에 비례해서 돈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걸로 수익을 내기에는 트래픽이 아직 적다. 트래픽이 높으면 좋기는 하지만 아직 돈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단계다. 그렇게 세상이 만만하지 않더라(웃음).

수익 모델이 없어서 고민이겠다.

M: 다들 그런 걱정을 하는데, 우리가 돈에 밝은 애들이 아니라서 수익 모델에 관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지 않았다. 업계 선배들은 일단 최소 6개월은 버텨야 한다고 하더라. 버티면 뭐든 될 거라고.

H: 한국의 미디어시장을 봤을 때(우리를 미디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전무후무한 모델이기는 하다. 우리가 위대하다는 뜻이 아니라 비슷한 게 없다는 뜻이다. 블로그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한 매체도 아니다. ‘여자의 취향’이라면서 여자라는 성별을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도 전에 없었다. 남성들이 다루는 물건을 여자들이 리뷰를 하는 방식이 새롭기 때문에, 인지도를 쌓아나가면 새로운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에디트는 다른 리뷰사이트와 어떻게 다른가.

M: 매체와 블로그 그리고 SNS의 중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 프로가 내 손에 있으면 카페에서 아이패드 쓰고 있는 사진 올리면서 이런 건 좋고 이건 별로다라는 식으로 소개할 수 있는 거고, 카페에 오는 길에 「남자의 기술」이라는 책을 샀는데, ‘요즘 이런 책을 읽고 있다’라는 글을 쓸 수도 있는 거다.

글을 읽고, 확실히 글이 개인화되어있다고 느꼈다. 딱딱한 기사체는 아니더라.

M: 맞다. 우리가 노는 공간에 가깝다. 독자들이 우리가 노는 걸 지켜보면서, SNS 피드에 올라오는 친구 보듯이 봐줬으면 좋겠다. SNS를 보면 특별히 잘나고 명품을 휘두르는 애도 아닌데 괜히 무슨 말했는지 궁금한 친구가 있지 않나. ‘얘 이거 먹었네, 나도 먹어봐야지’의 ‘얘’가 됐으면 좋겠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influencer: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개인)가 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디에디트를 개인 SNS처럼 사용하는 느낌이다. SNS는 하지 않는지.

H: 나는 (드러내는 걸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을 자주한다.

M: 아이디는 있는데 잘 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도 ‘이거 SNS에 올려야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요즘에는 에디터에게 SNS 활용이 중요하니까 노력을 하려고 한다.

에디터에게 SNS가 중요한가.

M: 많이 중요하다. 특히 요즘에는 더 그렇다. 아는 패션지 편집장님이 그러더라. “너 지금 디에디트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너의 SNS를 더 열심히 해야 해. 거기다가 자랑도 하고 더 드러내야 돼.” 보그 코리아 초대 편집장인 이명희 상무도 그런 말을 했더라. “모든 잡지의 에디터들이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 요즘 잡지사에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원하고 디에디트도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느 행사장에 갔는데, 메이저 잡지사의 에디터들이 다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고 있더라. 그런 걸 보면 나는 본능적으로 하지 못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중요한가.

M: 영향력 때문이다. 매체가 가지고 있는 팔로워에는 허수가 있어서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진짜 팬을 가지고 있는 에디터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요즘 에디터를 뽑을 때는 SNS를 다 본다. 에디터가 개인 SNS하는 것을 안 좋아하던 잡지들조차도 지금은 권장하고 있다. 매체 PR 뿐만이 아니라 자기 PR도 잘해야 하는 시대다.

H: 그래서 난 방송 출연을 좋아한다.

 

 

버티는 게 잡지의 일이다

왼쪽 검은 머리는 에디터H, 오른쪽 노란 머리는 에디터M. 에디터M은 한국인이다.

어찌됐건 먹고살기 힘들단 얘기로 들린다. 버티는 게 잡지의 일인 것 같다.

M: 그렇다. 경계도 애매해졌다. 남성지도 아닌 여성지 「엘르」에서도 갤럭시노트7 기사가 나오고, 우리랑 다루는 게 많이 겹친다. 그래서 좀 무섭다. 잡지사들이 콘텐츠 만드는 능력은 분명히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상해내니까.

 

 

그런 고민의 결과일까. 디에디트의 콘텐츠를 보면 카테고리와 장르가 다양하다. 에디터H는 아이패드 프로로 웹툰을 그리고, 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면잡지보다 유리한 점이 영상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영상 콘텐츠에 공을 많이 들이더라.

H: 유튜브가 반응이 있다. 영상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보여주기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유튜브 구독자가 적어서 영향력이 없지만. 처음에는 영상 편집과 촬영 모두 익숙하지 않아서 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에는 우리가 다 하고 있다.

디에디트에서 에디터H는 편집 요정으로 활약중이다.

영상도 찍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심지어는 그림도 그린다. 많이 바쁠 것 같다.

M: 대중들은 이제 글을 안 읽으니까 글을 줄이고 사진을 많이 넣고 무조건 영상을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아이패드 프로 기사의 경우를 봐도, 좋은 글은 읽는다는 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H: 맞다. 사이트를 오픈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글을 안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배제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두 달 정도 영상콘텐츠를 만들어보니 영상의 힘이나 재미는 알 것 같다. 앞으로도 영상에 더 신경을 쓰긴 할거다.

M: 여전히 독자의 마음은 오리무중이다. 우리가 봤을 때는 재미있는데 반응이 없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거꾸로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 행복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와 M은 직장을 나와 퇴직금을 쏟아 부어 주말도 없이 사는 요즘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삐가 풀린 지금이 좋아서 자유롭게 뭐든지 다 해보다가 돈이 없어서 삼각김밥과 라면 앞에서 고민하게 될 때 접기로 했다고. 그 말이 멋있었다. 우리도 한번쯤은 고삐가 풀린 채 살아봐도 좋지 않을까.

 

/사진: 김석준, 디에디트 웹사이트(the-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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