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나크 신전, 그 거대함의 안쪽으로
카르나크 신전, 그 거대함의 안쪽으로
2016.09.01 13:18 by 곽민수

카르나크 신전에는 크게 두 개의 큰 축, 그러니깐 ‘동-서’ 축과 ‘남-북’ 축이 있습니다. 신전의 구조는 무척이나 복잡하기 때문에 일단은 동-서 축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합니다.

카르나크 신전의 동-서축과 남-북축

카르나크 신전의 여정이 시작되는 이곳은 사실 신전의 부두가 있었던 곳입니다. “신전에 무슨 부두냐?”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 부두는 아멘 신상이 이곳 카르나크에서 나일 강을 통해서 룩소르 신전으로 옮겨질 때 실제로 사용되던 무척이나 중요한 시설이었습니다.

룩소르 신전을 설명하며 말씀드린 것처럼 매년 오페트 축제 기간 동안 카르나크에서 모셔지던 신상들은 룩소르 신전에 잠시 다녀오곤 하였습니다. 이 부두에서 또 하나의 스핑크스의 길이 시작됩니다. 원래에는 124개나 되는 스핑크스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는 40여 개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스핑크스는 양의 머리를 하고 있는데, 양은 바로 이 신전의 주인인 아멘 신을 상징합니다.

카르나크 신전의 제 1 탑문과 제 2 탑문
카르나크 신전 제 1탑문과 부두의 흔적
카르나크 신전의 제 1 탑문과 부두 복원도 (사진: BORAIK (M.), 2010. 'Excavations of the Quay and the Embankment in front of Karnak Temples. Preliminary Report'. Cahiers de Karnak 13, 65-78)
카르나크 신전 제 1탑문 앞의 스핑크스의 길
양머리를 한 스핑크스

우리가 오늘날 카르나크 신전의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신전의 제 1탑문은 신전의 구조물들 가운데에 가장 나중에 세워진 것입니다. 이것은 제 30왕조의 넥타네보 1세 때 세워졌습니다. 기원전 360년경의 일이니 이집트 문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입니다.

상당히 거대한 건축물인 이 탑문에서는 어떠한 장식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인상적입니다. 그건 넥타네보 1세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시절의 이집트에는 더 이상 신전의 외벽 장식에 공을 들일만 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탑문에는 홈 같은 것이 파여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저 깃발을 꽂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카르나크 신전의 제 1 탑문

제 1탑문의 뒤로는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알려진 신전 마당들 가운데에 가장 거대한 마당이 시작됩니다. 폭이 100m가 넘고 길이도 80m가 넘는 이 거대한 공간은 그 규모에 걸맞게 '대마당(Great Court)'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서서 우리의 왼쪽, 그러니깐 북쪽에는 세티 2세의 신전이 있는데, 이 소신전은 카르나크 신전의 주인 아멘 신과 그의 부인 무투와 콘수를 위한 3개의 예배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조그마한 신전이 또 하나 있는데, 이 신전은 람세스 3세의 신전입니다. 그런데 이 신전의 구조가 어쩐지 낯이 익습니다. 그것은 이 신전이 바로 우리가 룩소르 서안에서 이미 둘러보았던 람세스 3세의 장례신전인 메디넷 하부의 축소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람세스 3세는 람세스 2세와 참 닮았습니다. 역시 이 조그마한 신전에서도 그는 거침없이 자의식 과잉을 드러냅니다. 용맹한 모습으로 적들을 물리친 모습, 그리고 아멘 신과 자신이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하는 장면 등이 언제나 그랬듯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이곳에서 그려져 있습니다.

카르나크 신전의 대마당 (제 1 마당)
세티 2세 소신전
람세스 3세 소신전
람세스 3세 소신전 내부의 오시리스 기둥들

람세스 3세를 만나보았으니, 이제 또다시 만나야 할 한 사내가 있습니다. 바로 람세스 2세입니다. 어쩐지 아직 그가 등장하지 않아서 조금은 어색했는데, 바로 저기 그의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그의 입상은 원래는 3개였던 것 같지만, 현재는 2개만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고, 나머지 하나는 원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상이 되어 있습니다.

람세스 2세의 석상 뒤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제2 탑문은 원래에는 호렘헵이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치세 때 완성이 되지는 못했고, 그에 이어서 파라오의 자리에 오른 람세스 1세와 세티1세 등의 치세를 거쳐 결국에는 람세스 2세가 완성하였습니다. 아마도 그 탑문 앞에 세워놓은 그의 석상들은 이 탑문에 대한 일종의 서명이었던 것이겠지요.

제 2 탑문과 람세스 2세의 거상들
람세스 2세의 거상
람세스 2세의 거상

이 제 2탑문은 한 가지 측면에서 참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건축물이 중요한 이유는 이 건축물이 파괴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호렘헵인지 람세스 2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2 탑문은 그 이전에 세워져 있었던 몇 개의 건축물들을 파괴한 후에 거기서 나온 벽돌들을 가지고 지어졌습니다.

훗날 현대의 학자들이 제 2탑문을 조사하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학자들은 이 신전을 해체하여 재조립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집트가 남북으로 분리되었을 제 2 중간기 당시, 엄청나게 큰 군사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카모세의 활약이 자세하게 기록된 비석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밖에도 학문적으로 중요한 수많은 자료를 찾아내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케나텐이 이곳 카르나크 신전 근처에 세웠었던 아텐 신전의 잔해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완전히 삭제되었던 아케나텐이 다시금 부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종종 파괴는 보존을 낳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역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자들입니다.

복원된 아텐 신전의 벽면 (룩소르 박물관)

 

/사진: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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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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