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의 6개월, '함께'의 가치 만끽하다
몽골에서의 6개월, '함께'의 가치 만끽하다
몽골에서의 6개월, '함께'의 가치 만끽하다
2016.08.31 12:54 by 조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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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몽골의 온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날은 몽골의 어린이날! 특별한 날을 맞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죠.

‘몽골에서는 어린이날이 참 중요하구나’ 생각하는 찰나에 연배가 있으신 지인이 마치 “어릴 적 한국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평소에는 아이들에게 잘 해줄 수 없으니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자장면과 선물을 사주며 아이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줬다는 거였죠.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뜨거운 햇살아래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구가 귀한 몽골, 이 어린이들이 자라나 몽골의 성장을 이끌 인재들이 될 것을 기대하며 제가 담당한 UN인구기금 청년개발팀 UNV업무와 활동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몽골의 어린이날, 징기스칸 광장에서
광장에서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아저씨들

※ UNV는 달마다 이틀의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6달 활동기간 총 12일의 휴가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UN 공식 공휴일과 활동국의 공휴일 중 일부가 휴일로 지정됩니다. 제 활동기간 중 몽골은 여성의 날(3월 8일), 어린이날(6월 1일), 나담 축제(7월 11일-12일) 기간이 공식 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제가 일하는 부서는 UN인구기금(UNFPA)의 청년개발팀입니다. 주 업무로 함께 일하는 협력기관을 도우라는 일이 맡겨졌죠. 지난 몽골 편 2회에 소개한대로 UN은 혼자 일하지 않거든요. 저희 팀에도 8개의 협력기관이 있습니다. 저는 파견기간 중 3개월을 시민교육센터(Center For Citizenship Education, 이하CCE)라는 NGO기관을 도우며  보냈습니다.

막막했던 CCE의 첫 인상, 3개월 뒤 얻은 깨달음

CCE는 1992년 몽골의 민주화 이후 최초로 설립된 NGO입니다. CCE의 공동창립자이자 현 대표인 나란(Narangerel Rinchin)씨는 몽골 민주화에 앞장서왔고, 두 번째로 구성됐던 몽골 의회에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의원이었습니다.

나란씨는 국민들의 민주의식이 성숙하지 않으면 다시 공산주의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시민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란씨와 나눴던 대화 중 “시민들이 스스로 주권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성숙한 민주사회이며, 어느 한 정치인이나 리더가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은 민주주의를 저해시키는 요인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CCE는 설립이래 몽골의 민주주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학교 교육에 필요한 시민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다른 시민단체들이 민주적으로 구성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해왔습니다. UNFPA와는 청년개발사업 사업이행파트너로 함께 일하며 청년들의 사회참여를 장려하는 교육 및 유관 행사를 진행해왔죠. 또한 CCE는 몽골청년연합회 (Mongolian Youth Council ,MYC)라는 32개의 청년 NGO가 소속된 NGO연합회에 사무실도 빌려주고, 이들의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CCE뿐만 아니라 청년NGO연합회 그리고 이에 속한 32개의 NGO들과 함께 일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CCE사무실에서 가졌던 송별회(왼쪽부터 MYC코디네이터 빈드리야, CCE프로젝트메니저 아리우나, CCE대표 나란씨, 몽골전통의상 입은 나, CCE봉사자, CCE봉사자, CCE직원 엔쟈 씨)
CCE 대표 나란씨

3개월 동안 CCE에서 NGO활동가의 역량강화 교육, 사업 평가 팀과 미디어팀 조직, 홍보업무지원, 협력기관 확대 등의 업무를 맡아서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짧은 기간 많은 일을 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UN 사무실 밖에서 일한다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다행히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필요한 조언을 해주셨던 멘토 분들과 저를 믿고 기다려준 몽골 친구들이 있었기에 업무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많은 조언을 해주신 UNV 관리자 박미연 선생님께 이 공간을 빌려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업무 시작에 앞서 가장 처음 했던 일은 활동 기관을 파악하는 일이였습니다. 처음 1~2주간은 이전 사업 자료를 찾아보고 직원, 봉사자, 수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관의 역량과 어떤 부분의 보강이 필요한 지 그리고 내가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 지 탐색했습니다. 그 결과 몽골NGO의 국제적 네트워크 확장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 의사소통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 또 한 가지는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기록된 자료가 부족한 것을 보고 사업평가(Monitoring and Evaluation, M&E)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단을 내리고 나니 어떤 활동을 해야 할 지 판단이 섰습니다. 바로 다음날 영어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NGO활동가들을 모아 교육을 시작했죠. 솔직히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UNV로 파견될 때 기대했던 업무는 아니었죠. 하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고 바로 시작 할 수 있는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활동이 끝나가는 지금 영어 교육 덕분에 다른 모든 활동이 가능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영어 교육을 하며 꾸준히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통해 청년들의 필요를 더 파악하고, 무엇보다 기관과 활동가 한명 한명과 신뢰를 쌓으며 가까워질 수 있었거든요. NGO 활동가들의 개개인의 역량이 파악되니 이를 토대로 미디어교육, M&E 사업평가 팀 등 다른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활동 팀을 조직할 수 있었고요.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새롭게 조직한 팀을 교육하기 위해 커리큘럼을 구성해서 직접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에 다른 UN동료와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미디어 및 M&E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이런 활동을 통해서 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PD, 기자 대상으로 한 시민사회 교육, 의대학생들에게 봉사와 UNV에 관한 교육, 코이카 신규 봉사단원을 위한 현지 적응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영어수업을 진행했던 모습
몽골 언론사 unread 창업자 초청 미디어교육
KCOC MYC NETWORK 활동가들과 함께

또 다른 주 업무로는 협력기관 확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몽골 NGO들이 자립할 수 있는 재정이 부족하고 국내에는 후원해줄 수 있는 기반이 약해 국제 NGO 및 단체들과 교류가 절실했습니다. 이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죠. 올해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이 몽골에서 열렸는데, 그 때 청년 모의 ASEM 행사를 진행했던 아시아유럽재단 (ASEF)과 만나 협의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ASEF 직원들에게 몽골NGO를 소개하며 협의를 진행했고 결국 몽골NGO가 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기회를 얻어냈습니다. 그 결과 Wind of Change라는 청년 NGO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온 각 국 청년 대표들에게 민주주의 투어(Democracy Tour)를 진행하며 민주주의 역사를 소개할 기회를 얻었죠.

그 밖에도 몽골 언론사 Unread와 청년 저널리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제휴협약도 이뤄냈고요. 또한 한국 국재개발협력민간협의회 KCOC와 협의하여 한국 NGO 활동가와 몽골 NGO 활동가의 정기적 교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몽골 NGO 단원들에게는 한국NGO활동을 소개하고 싶었고, 한국 단체에는 몽골 현지 NGO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Wind of change 청년NGO가 진행한 모의아셈 이벤트인 민주주의 투어 당시, 민주주의의 상징 벨타워 앞에서
왼쪽부터 UB라이프 기자, 필자, Unread 창업자. 조인트 저널리스트 교육을 협의하고 하반기부터 실시하기로 제휴했습니다.
모의 아셈 소그룹 회의 진행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CCE가 UNFPA 사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UNFPA에서는 청년들이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행사를 주최하고 후원하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UNFPA와 CCE가 공동 주최한 Crowd-up Mongolia라는 사회적 기업 창업 트레이닝 행사였습니다. 행사 기획부터 로고 제작 및 홍보를 도왔는데요. NGO의 아이디어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 재정을 마련할 수 있도록 1주일간 교육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 대회를 열어서 1등 팀에게 후원금을 제공하는 행사였습니다. 1등 팀은 청년들에게 공유사무실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팀이 차지했고, 참가한 10팀 중에 2팀이 후원자를 만나서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크라우드업 행사에서 처음 실습을 한 M&E팀. 제가 조직하고 교육한 팀이 첫 데뷔한 행사여서 더욱 보람찼습니다.

몽골에서의 6개월을 마치며

CCE에서 3개월을 보내고 남은 3개월은 UN사무실에서 근무했습니다. UNFPA사무실에서는 세계인구의 날 행사 지원 및 홍보를 도왔습니다. 또 지난 시간에 소개한 UNFPA 미래세대개발센터를 방문해서 점검하고 수혜자들을 만나 인터뷰하여 이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작성하는 업무도 담당했습니다.

다르항 미래세대개발센터 방문 인터뷰 당시

이렇게 CCE에서 3개월, UN사무실에서 3개월을 보내며 UNV활동 6개월을 채웠습니다. 처음 UNV로 파견되어 UN외부기관에서 일할 때는 불확실함과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CCE에서 보낸 3개월이 저에게 최고의 시간이었고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UN이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협력기관과 함께 일하는 기관이며, 그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 서로를 배려하며 도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현장에서 NGO나 협력기관의 목소리가 무시되거나 갑과 을의 관계처럼 비춰지는 등 UN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기도 했거든요. 양 기관에서 일하며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 다시 UN에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현지 기관과 파트너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또한 UN이라는 곳이 누가 업무를 가르쳐줄 때가지 기다는 곳이 아니라 오자마자 바로 업무에 투입되는 곳이라는 것, 내가 그만큼 준비되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6개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경험들로 가득 채우고 돌아왔습니다. 몽골 청년들이 계속해서 성장해가고 자립해 가는 모습을 응원하며 저도 언젠가 이들과 다시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같이 응원해주세요!

UNFPA 세계인구의 날 행사에서 직접 제작한 페이스북 셀카프레임과 UNFPA 직원들
UNFPA 몽골 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사진: 조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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