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 이라는 말은 영어권 국가에서 Good Company 라는 용어를 번역해서 쓰는 것인데, 다른 번역으로 ‘착한 기업’ 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말에서 ‘좋은 것’ 과 ‘착한 것’ 은 조금 다른 의미일텐데요. 사전에 의하면 ‘좋은 것’ 은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한 것’ 이고, ‘착한 것’ 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한 것’ 입니다. 기업에 빗대어 설명해보면, ‘좋은 기업’ 은 기업의 전반적인 품질 자체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라는 것이고, ‘착한 기업’ 은 고객이나 임직원, 이해관계자들에게 마음씨 곱고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Good Company' 가 되려면 좋은 기업이면서도 착한 기업이어야 하겠습니다.
|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외부 고객이나, 주주의 입장에서 기업에 보통 이상 수준으로 만족하려면 우선 그 기업의 핵심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좋아야 합니다. 비용에 상응하는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제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다른 요소가 훌륭해도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상의 수준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정해 놓은 법률과 규제는 다 지켜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법이라는 것의 속성이 ‘보통’ 보다도 더 낮은 ‘최소한’ 의 의미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은 ‘보통’ 수준도 안 되는 기업이라 봐야 할 듯 합니다. 여기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라 부르는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성 등을 잘 준수하는 것을 더했을 때 비로소 그 기업을 ‘좋은 기업’ 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착한 기업’ 은 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만들어 간다기 보다는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착하게’ 하는 것, 즉 태도의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기업 내부에 있는 임직원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단순히 일하는 기계가 아닌 기업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지해야 합니다. 외부 협력사와의 관계도 공정한 계약, 성실한 계약 이행 등 일명 무리한 ‘갑질’ 을 하지 않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잠재 고객이 아니더라도 자선적 관점에서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면 ‘마음씨 고운 착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좋은 기업+착한 기업 = 사회적기업? 대기업?
좋은 기업과 착한 기업의 조건을 둘 다 만족하는 곳으로 ‘사회적 기업’ 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사회적 기업이 비즈니스적으로 자생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상기하자면, 앞서 좋은 기업의 조건으로 가장 먼저 언급했던 사항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사회적 기업 내부에서 임직원의 고용 안정성, 고용 계약 위반(혹은 계약 자체가 없는)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부 임직원에게도 착한 회사로 인지되지 못하는 기업이 외부 고객에게 착한 기업으로 보여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이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일까요? 그것도 참 어렵습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좋고, 임직원들도 표준적인 사규 아래 급여도 안정적으로 받습니다. 하지만 꽤 많은 기업의 총수들이 법정을 들락 날락 하고 있습니다. 위법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보다는 편법이 없을까에 더 고민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하청 업체에 대한 ‘갑질’은 계속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대기업이라고 해서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저도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기업을 감시하는 입장에 있는 대중들이 좋은 기업, 착한 기업에 대해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좋지 않고, 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계속해서 이의 제기를 한다면 언젠가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객의 요구에 기업이 응답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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