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방 폭우피해, 원인과 대책은?
영남지방 폭우피해, 원인과 대책은?
영남지방 폭우피해, 원인과 대책은?
2014.09.04 16:02 by 조철희
부경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오재호 교수에 물었습니다 지난 8월 25일,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경남 창원이 일 강수량 246.6㎜를 기록했고, 부산 금정구에서는 한때 시간당 130㎜에 이르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 비로 부산과 경남 창원 등에서 1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부산 기장군에서만 725세대 142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8월 부산지역에는 31일 중 비가 온 날이 22일이었습니다. 반면 장마철이었던 7월에는 강수일이 14일을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와 중부지방의 장마기간은 7월 2일부터 29일가지 28일간으로 평년보다 짧았으며, 장마철 강수량도 남부 145.9㎜와 중부 145.4㎜를 기록해 평년치(각각 348.6㎜와 366.4㎜)의 40%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장마철보다 더 장마철 같았던 8월, 시간당 100㎜이상의 ‘물 폭탄’도 급습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우 패턴이 평년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요,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

지난 8월 25일 13시 30분부터 16시 45분 사이의 한반도 주변의 기상상황을 담은 천리안기상위성 영상 (자료 : 기상청)


 

8월 25일 부산 금정구에서는 한때 시간당 130㎜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합니다. 일 강수량이 244.5㎜였던 데 비해 강우가 단시간에 집중돼 순식간에 도시기능이 마비됐는데요, 시간당 130㎜, 가늠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일단 하루에 250㎜가 왔다는 것만 해도 대단히 비가 많이 내린 거고요. 물은 금방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양 만큼 물이 빠져나가 주지 않으면 침수가 되는데요, 시간당 130㎜라 하는 것은 정말 기록적인 수치지요. 시간당 130㎜를 감당할 수 있는 배수시설을 가진 도시는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별로 없을 겁니다. 그 정도로 엄청난 경우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폭우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최근 우리와 가까운 일본 히로시마에서도 2~3시간 새 200㎜가 넘는 비가 쏟아져 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사태가 나기도 했는데요, 비슷한 원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비가 오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수증기가 모여 응결되면 구름이 되고 이것이 물방울로 성장하여 비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소위 소나기구름이라고 하는 적란운은 지상 2~3km부근에서 반경 10km, 높이 10km 이상까지 형성 되는데요, 이 정도 소나기구름 안에는 대략 2천~3천만 톤의 물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공기압축, 즉 원래 가진 부피가 축소돼 호우가 되어 내리게 되는데요, 구름이 빨리 지나가버리면 우리는 “소나기가 지나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에 부딪히거나 해서 한 자리에 머물게 되면 구름이 가진 물을 다 쏟아낼 동안 그 지역에는 폭우가 내리게 되는 것이죠. 기후가 더워지면서 더워진 공기로 인해 상승기류가 자주 또 더 강하게 발달하게 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구름 하층에서 수증기의 유입이 활발해집니다. 따라서 이런 적란운에 의한 강우도 더욱 위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대류성 강우라고 하는데요, 이번 강우는 소위 하늘의 물길이라고 하는 강우띠에 대류성 강우가 합세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얼마 전 일본 히로시마에 큰 비를 뿌린 것도 이 강우띠의 영향입니다. 우리나라 부산, 울산 쪽에서 쭉 나아가면 일본 히로시마까지 닿아요. 같은 강우띠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육지에서 증거로 나타난 겁니다. 그 사이에 있는 바다에도 실제로 비가 많이 왔고요. 전체적으로 지난 영남지역 폭우와 비슷한 원인에서 유발된 강우로 보입니다.

그래프 속 파란색 면이 60분 이동누적강수량, 분홍색 면이 15분 이동누적강수량입니다. 14시 30분경 60분 이동누적강수량이 정점을 찍은 모습(검은색 실선)을 보여줍니다. (자료 : 기상청)


 

우리나라 영남지방과 일본 서부 히로시마 사이에 같은 강우띠가 형성돼 있었다는 말씀인데요, 그 ‘강우띠’란 어떤 것을 얘기합니까?

강우대, 즉 비가 내리는 구역인데요, 전선에 의해서 띠 모양으로 형성이 되어서 그렇게 부릅니다.

‘전선’이라고 하시니 또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올해 장마철에는 일기예보에서도 ‘장마전선’이라는 말을 평년처럼 많이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마른장마’라는 말이 나오는 등 장마철을 체감하기 힘들었고, 이것이 끝난 8월에 오히려 강우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장마가 없었던 건 아니고요, 장마는 올해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평년보다 장마기간도 길었고, 비가 더 많이 왔습니다. 이 장마전선이 제주도~남해안 부근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오질 못하니까 사람들이 ‘마른장마’다 했던 거죠. 우리나라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은 덥고 습한 성질을 가졌는데요, 여름이 되면 점점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세력을 확장합니다. 이때 기존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던 시베리아고기압과 충돌하게 되는데요, 그 부딪히는 경계면에 생기는 것이 장마전선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제주도 부근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고 남부, 중부지방에는 예년과 같이 많은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학계에서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마철 한 철 내린 비로 1년을 살아가야하는 데 충분한 비가 내려주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북태평양고기압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데는 올해 발생한 엘니뇨현상의 영향으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올해 제주도에서는 6월 17일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21일 장마전선이 제주도남쪽먼바다까지 일시 북상했으나(사진 위), 22일 이후 장마전선이 다시 남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사진 아래, 자료 : 기상청)


여름이 끝나 가면 다시 시베리아고기압이 남쪽으로 확장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남하합니다. 이때 만주지역까지 올라가 있던 두 고기압 사이의 기압골도 한반도를 다시 훑고 내려오게 되는데, 이것을 2차 장마라고 해요. 그것이 지금쯤 지나가는 것인데, 기후학적으로 보면 6월말에서 7월경 처음 올라갈 때가 세고 다시 내려올 때는 대체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와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아까 말씀드린 대류성 강우는 꼭 팝콘 같은 거예요. 일정 수준이 되면 비로 바로 내려버리는 거죠. 예전에는 이렇게 팝콘처럼 터지는 양상이 힘이 작았고, 교과서에서 봤던 것처럼 장마전선의 힘이 강했는데, 최근에 와서 자꾸 기후가 더워지고 하니 이것들이 장마전선의 위력을 덮어 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장마 시작하기 전에도 비가 많이 오고, 장마 끝났는데도 비가 오는 게 그런 이유죠. 이번 폭우는 이 (2차 장마)전선과 대류성 강우가 섞여버린 겁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온 거죠.

장마철에 충분히 비가 내리지 않아 학계의 우려도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비가 꾸준히 내리지 않고 이번 폭우처럼 단 시간에 집중되어 내린다면 수자원 확보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예, 그런 부분도 있지요. 그리고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비가 오는 데도 주기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20~30년 주기로 비가 많이 왔다 적게 왔다 하거든요. 지금 우리나라가 운이 좋았던 건 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강수량도 그에 맞춰서 증가해주면서 물 공급에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물소비량이 증가되는데도 강수량이 정점을 찍고 점점 줄어들게 되면 그때부터는 물 공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가 댐이나 보, 저수지 같은 저류시설을 만들어 놓는데, 이런 시설은 비가 많이 오는 경우 홍수를 막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이렇게 비가 너무 많이 올 때는 역할을 못 합니다. 그래서 문제는 이런 저류시설의 용량을 키우는 것인데 그게 쉽지가 않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 댐과 같은 대규모 저류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겠고요. 이렇게 빗물을 모으는 것 외에는 해수를 담수화하는 것도 방법이 되긴 하지만, 워낙에 고비용이고요. 또 지구온난화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담수화하게 되면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로 인해 지구온난화를 더 가속시킬 수 있거든요. 그러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죠.

수자원 관련해서 또 다른 안타까운 사실은, 지하수를 마구잡이식으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지하수는 우리 후손들이 사용해야할 보물 같은 물입니다. 그런데 지하수를 퍼올리기 위한 관정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하수가 오염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염된 강물은 씻겨 내려가면 그만이지만 지하수는 한 번 오염되면 수천 년 가도록 정화가 안 됩니다. 그럼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이 있느냐, 여기서 필요한 것이 중수도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지역에 상하수도는 활성화 돼 있지만 중수도는 그렇지 않은데요, 빗물로 인한 공급은 언젠간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물을 재사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수자원 확보 방안에 대한 이야기까지 잘 들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폭우를 대비해서는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먼저 직접적인 대응으로는 배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번처럼 시간당 130㎜가 내리는 걸 온전히 처리해낼 수 있는 배수시설을 갖춘 곳은 세계 어디를 봐도 거의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 하지는 않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빗대어 표현하자면, 도로도 교통체증이 나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어요. 도로 폭을 100미터 이상 넓히거나 하면 되겠죠. 근데 그 비용을 누가 다 대겠어요. 우리가 출퇴근시간에는 어느 정도 혼잡할 것을 감수하면서 이용을 하는 것처럼, 배수시설도 일정 수준까지는 막고 그 이상이 되면 당하게 되는 그런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죠. 미국의 경우에는 사회 보험이나 재난 보험이 활성화 돼 이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다만 2011년 서울 광화문 일대가 침수된 것은 배수시설상의 문제였는데요. 그 일대를 개발하면서 배수로를 이리 저리로 우회시켰거든요. 이렇게 배수시설 설계상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례도 있고요, 어쨌든 허용된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그리고 자연재해의 특성을 하나 들자면, 약자를 골라 괴롭히는 고약한 재해라는 점입니다. 저소득층, 노인, 아이들 등이 주로 피해를 입는데요. 여기서는 각종 구호단체들이 역할을 하죠. 아까 말씀드린 보험은 내가 권리를 사는 것이지만, 이것은 그것에 관계없이 가진 자의 도움을 받아 덜 가진 자에 베풀어주는 하나의 장치잖아요. 이런 게 더욱 활성화되면 좋겠죠.

오재호 교수(부경대학교 환경해양대학 대기환경과학과)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피해가 나올 때마다 기상청에서 예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물론 정확한 예보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기상청만 탓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기상청은 1차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곳이고요, 거기서 50㎜가 온다, 100㎜가 온다고 예보를 하면 그런 단계별로 해당 지역에서 어떤 대비를 할 것인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게 전혀 시스템화 돼 있지 않다는 게 이번 폭우에서도 나타났어요. 창원에서 버스가 불어난 물에 휩쓸리는 사고가 일어났잖아요. 이 사고가 보여주는 것이 뭐냐면, 재해대책을 버스 운전기사에게 맡긴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지역별로 그 지역사정에 정통한 재난 전문가나 재난 컨설턴트를 배치해서 재난 상황이 예상되거나 발생했을 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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