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동네의 가난한 이웃, 중국 '빈부'의 실상
부자 동네의 가난한 이웃, 중국 '빈부'의 실상
부자 동네의 가난한 이웃, 중국 '빈부'의 실상
2016.07.22 17:08 by 제인린(Jane lin)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호텔에서 일하는 지인이 중국인에 대해 하는 말입니다.
예약 태도나, 도착 시 행색 같은 걸 보면 ‘초라하다’할 정돈데
면세점을 습격해오는 모습에선 ‘갑부’의 위용이 느껴진다는 거죠.
중국의 부(富), 그리고 그 뒤에 가려진 빈(貧)에 대한 얘기
한번 들어보실까요?

(사진:Kittibowornphatno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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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철조망으로 가려진 판자촌 지역. '안으로 들어오면 이발소가 있다'는 허름한 간판이 눈에 띈다.

 

처음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됐을 무렵, 일반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집값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관리사무소 청년에게 이들은 주로 어느 곳에 거주하는지 질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청년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일명 '쥐굴'이라 불리는 지하 창고에서 비위생적인 생활을 하거나, 더 외곽 지역에 자리한 판자촌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필자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쥐굴'이라 불리는 거주지의 형태와 실상을 검색한 뒤,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이들의 공동거주시설물을 찾아가 봤습니다. 욕실과 주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이들의 삶을 마주했습니다.

그간 알고 지냈던 외제차를 장난감 자동차를 모으듯 사는 일부 중국인들의 삶과 이들의 삶이 '오버랩'되며 인간이기에 마땅히 누려야할 '가치'가 손상된 것 마냥 참혹한 기분을 느낀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소유자는 필자의 오랜 친구인데,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이 32살 여성의 취미가 바로 외제차 구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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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수리점과 일반 가정집의 모습.

최근 이들의 가난한 삶은 한층 더 고난에 빠졌습니다. 그 시작은 지난 2012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취임한 직후, 베이징 도시화 작업에 착수하며 그 일환으로 각종 노후시설을 현대화 하는 작업에 돌입하면서부터입니다.

해당 도시 외관 미화 사업 가운데, 이들의 주요 거주 시설인 판자촌 전체를 허무는 작업이 포함되었고, 진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죠.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하이덴취에서 버스를 타고 베이징 외곽으로 약 14정거장을 이동하면 약 50가구가 거주하는 판자촌을 볼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 존재하는 마지막 판자촌 지역이죠.

더욱이 해당 지역 인근에는 수백만 위안에 달하는 부촌이 형성돼 있어, 좁고 낡고 어둡기까지 한 판자촌의 형색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곤 합니다.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처음 이곳을 지나가며 '아직도 베이징에 이런 누추한 곳이 있다니'라고 혼자 푸념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 기사를 통해 해당 지역이 베이징에 남은 마지막 판자촌 지역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이들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베이징의 중심지에서 한참 벗어난 지역이지만, 해당 지역이 베이징에서도 손꼽히는 교육 특구 지역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판자촌을 포함한 지역 일대의 부동산 값이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부동산 투기업자들은 이 지역 일대의 높은 아파트 주거 시설물을 차례로 건설하는 등 건설 붐을 이어갔고, 학부모들은 베이징대학 부속 중학교, 인민대 부속 중학교 등 유명 학군을 찾아 이 일대로 모여들며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죠.

판자촌 뒤 쪽에 자리한 높은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해당 아파트 시설물의 현재 매매가격은 수백만 위안에 달한다.

 

현재 판자촌이 자리한 구역 정면으로 수천 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공사가 한창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공사는 오는 12월경을 끝으로 분양을 앞두고 있는데, 공사가 종료됨과 동시에 판자촌도 함께 허물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이 일대 수백만 위안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에 소요된 인부들의 상당수는 이 지역 일대에 거주하는 판자촌 거주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넉넉하고 아늑한 집 한 채 없는 이들이 부촌으로 불리는 이 일대 고층 아파트 건설 인부로 수년간의 노동이 종료되니, 정작 그동안 발붙이고 살던 이들 '진짜' 동네는 철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해당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지만 시 정부의 도시 외관 정비 사업 계획은 오는 12월을 시작으로 판자촌 일대를 허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같은 현실을 보고 있자니, 과거 1980년대 서울의 어느 '달동네'의 판자촌들이 연상되며 마음 한 구석이 뜨겁게 아려옵니다.

도시의 외관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갈 곳을 잃은 50여 가구 가운데 일부는 향후 지금보다 더 낙후된 베이징의 외곽 지역으로 떠나거나, 또 다른 일부는 더 외진 지역으로 삶의 배경을 옮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현지 언론과 정부는 이들의 삶에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 대신 중국의 부자 연구소인 후룬(胡潤)을 통해 중국 내 자산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 1천억원) 이상인 갑부의 수가 596명으로 미국의 537명을 넘어섰다는 발표를 통해 '자화자찬'하고 있는 식이죠.

하지만, 허물어져가고 있는 판자촌 한 구석에 의지한 채 언제 또 다른 삶을 유랑해야 할 지 모를 처지에 놓여있는 저소득층의 삶을 보면,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의 지나친 쏠림 현상은 결코 반가워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빠른 시일 내에 이토록 많은 억만장자를 만들어낸 사회가 잊고 지냈던 것들… 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그림자'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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