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취존중' 2016 부산 아트북페어 현장
'개취존중' 2016 부산 아트북페어 현장
'개취존중' 2016 부산 아트북페어 현장
2016.07.17 20:18 by 강연우

“매진임박! ‘덕지덕지’ 배우특집 사세요!”

“이거 배우 전석호 맞죠?”

“네 맞아요! 잘 아시네요. 잡지 한 번 보실래요?”

9일 독립출판사 '덕지덕지' 배우특집이 2016 부산 아트북페어 '프롬더메이커즈'에서 전시, 판매되고 있다.

독립출판사 '덕지덕지' 앞은 소위 ‘덕후(특정 분야에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 오타쿠의 한국어 표현 오덕후의 줄임말)’들로 붐볐다. ‘덕집장’ 원종은 씨의 입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원씨는 “‘덕심으로 대동단결’이 우리 기치”라며 “역시 관심 있어 하는 분들은 대화가 잘 통한다”고 말했다.

잡지 덕지덕지는 발행인의 ‘덕심 충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김꽃비, 전석호 등 독립영화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의 화보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원종은씨가 화보집을 직접 발간하기로 한 것. 원씨는 "대부분 독립출판물은 개인의 취향을 충족하기 위한 시도에서부터 탄생한다"고 귀띔했다.

7월의 태양만큼 뜨거웠던 <아트북페어> 인기

지난 7일 ‘덕지덕지’와 같은 독립출판물의 축제가 부산 동서대 센텀캠퍼스 아트소향에서 열렸다. 부산독립출판연구소가 주최하는 ‘2016 부산 아트북페어 – 프롬 더 메이커즈(FROM THE MAKERS)’가 그것. 전국의 독립출판물 창작자 73팀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출판물을 판매, 홍보하고 관람객과 만나는 자리다.

9, 10일 이틀간 2500여명(주최측 추산)이 방문한 '프롬더메이커즈' 현장

독립출판이란 기존 자본이나 출판사의 관행으로부터 독립해, 작가가 중심이 된 출판을 의미한다. 작가가 주도적으로 책을 기획하고 만들기 때문에 다루는 주제가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From the makers(제작자로부터)’라는 이번 아트북페어 이름도 독립출판의 작가중심주의를 반영한 결과다.

행사는 전시회 ‘책과 바다 사이’와 책 시장인 ‘프롬 더 메이커즈’로 나눠 개최됐다. 행사의 첫 시작을 알린 전시회는 7일부터 나흘 간 관람객들을 맞았다. 스토리지북앤필름, 싱클레어 등 국내 독립출판 20여개 팀이 책과 부산, 부산과 바다를 주제로 이미지, 사진, 텍스트들을 만들어 소전시실 벽면을 꾸몄다. 입구에서는 엽서로 만들어진 작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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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마켓 오픈에 앞서 7일부터 '책과 바다 사이' 전시회가 아트소향 소전시실에서 열렸다

마켓 첫날(9일)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미로처럼 구성된 아트소향 지하 1층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 이번 행사에는 이틀 동안 2500여명이 방문해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경주에서 약 60km를 달려 아들, 딸의 손을 잡고 온 박지은(34), 오은경(34·이하 경북 경주시)씨는 “최근 독립출판물의 소소한 재미에 푹 빠져 있었는데, 자주 가는 포항의 달팽이책방에서 아트북페어를 연다는 공고를 보고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방문했다는 조민정(25) 씨는 “<인사의 온기>라는 출판물을 접하고 흥미가 생겨서  찾아오게 됐다”며 “나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도 작가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9일 '프롬더메이커즈'에 참석한 이나영(16), 이승희(25), 조민정(25, 이하 부산시) 씨

작가들과 기획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단순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독자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출판사 '단디보이소'의 이나윤(28) 작가는 “이번 아트북페어의 분위기가 플리마켓보다 친근하다”면서 “관람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정말 재밌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나연 샵메이커즈 대표는 “아트북페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말한다.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점에서 놀랐어요. 저희가 부산에서 독립출판서점을 5년 넘게 유지를 해왔지만 파급력은 낮았어요. 부산에는 창작자 분들도 많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 있었는데, 이번 행사로 희망을 본거죠.”(구나연 대표)

'단디보이소'의 대구 출신 이나윤(28) 작가가 아트북페어에서 지난 4월 출간한 출판물과 엽서를 판매하는 모습

'최후의 보루'였던 아트북페어, 독립출판 분야의 가능성 보였다

‘2016 부산 아트북페어’가 추진된 데는 부산대 앞에 본거지를 둔 편집숍 프롬과 책방 샵메이커즈의 노력이 컸다. 프롬의 천지원(31)대표와 샵메이커즈의 구나연(37) 대표는 2013년 부산독립출판연구소(BSPL)를 세우고 6개월 간 독립출판 창작자를 양성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하지만 워크숍만으로 다수의 창작자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단발성과 일회성이 문제였다.

대신 초심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페어를 구상했다. 우선 시민 대상으로 독립출판 시장을 알리기로 한 것. 행사를 통해 ‘책을 직접 만져보고 작가와 대화하는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잡은 프롬과 샵메이커즈는 6개월의 준비 끝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이번 아트북페어를 열었다. 구 대표는 “교육프로그램에 한계를 느끼고 ‘마지막 보루’로 생각난 건 마켓이었어요. ‘이거 안 되면 우리 이제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했는데, 다행히 잘 됐죠”라며 준비 당시를 회상했다.

관람객과 잡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강지웅(34, 싱클레어) 씨

참가한 73팀 중 부산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모두 10팀. ‘부산발○○행’도 그 중 하나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부산을 기반으로 한 ‘부산발○○행’은 이번 행사를 위해 스몰바치북스, 이내책방, 촉, 호랑이출판사 등 동광동 인쇄골목의 4개 독립출판사로 하나의 팀을 꾸렸다. 지난 4월에 ‘부산발 진주행’이라는 프로젝트로 진주 소소책방에서 모인 경험을 살려 다시 뭉쳤단다. 호랑이출판사의 허주영(30) 씨는 “부산도 제작자가 꽤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좋다”며 “부산 지역 다른 작업자들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독립출판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꾸준히 활동하는 팀 수도 5년 전과 비슷하다.(10팀 내외) 부산에서 독립출판물만 다루는  전문 서점은 ‘프롬’과 ‘샵메이커즈’를 포함해 세 곳, 다른 도시(서울 30여 곳, 대구 5곳)에 비해 그 수가 적다. 하지만 창작자과 관람객들은 “이번 행사에서 발전 가능성을 봤다”고 입을 모은다. 독립출판사 ‘오늘의 풍경’의 신미아(32), 박선주(29) 씨는 “어딜 가든 질문이 많지만, 부산 지역 분들은 특히 책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관람객 장경환(26, 부산시 온천동)씨는 “평소 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책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드는 지 정보를 얻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광동 인쇄골목의 4개 독립출판사가 뭉친 ‘부산발○○행’의 허주영(30, 오른쪽) 씨

독립출판물 자체가 낯선 관람객을 위한 토크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에디션(UE, Unlimited Edition)’의 기획자이자 책방 ‘유어마인드’의 대표 이로(35)씨는 ‘다 팔리고 없는 무한정판의 세계’라는 주제로 기획자의 입장에서 아트북페어와 독립출판물의 특성에 대해 강의했다. 이로 대표는 “2~3일이라는 한정적인 시간과 비좁게 느껴지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선별 과정을 거친 한정적인 제작자와 이 씬에 관심을 갖는 한정적인 관람객들이 만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런 조건이 관람객들에게 마치 전리품을 얻은 듯한 경험을 심어준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열린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에디션' 7회(언리밋7, UE7) 의 포스터. '언리밋7'에는 약 만삼천명의 관람객이 모여 독립출판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작은 인터뷰 

구나연 샵메이커즈 대표: 2016 부산 아트북페어 '프롬더메이커즈' 주최자

샵메이커즈 구나연(37) 대표

- 아트북페어가 끝난 지 일주일채 되지 않았어요. 참가하셨던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인스타그램에서 첫째 날 후기를 봤는데, 딱 저희가 원하던 모범답안처럼 후기를 써놨더라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보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서 굉장히 좋았고, 또 자기가 나중에는 창작자가 되어서 참여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인상에 남았어요.

- 애초에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올거라는 예상하셨어요?

사실은 저희도 예측할 수가 없었어요. 과거 자체적인 행사를 했을 때처럼 소규모라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와주셨어요. 센텀이라는 장소가 접근성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오기도 편하고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라서 위치적인 효과도 있었죠. 참가자 분들의 홍보효과 덕도 톡톡히 봤어요. 저희가 홍보 시간이 부족해서 홍보를 거의 SNS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는데, SNS를 보고 많이 와주신 것 같더라고요.

- 왜 이렇게 많은 관람객들이 왔을까요?

이런 게 열리길 바랐던 것 같아요. 저희도 비슷한 성향의 북페어에 매년 참가도 하고 관람도 하는데, 서울 한번 올라가는 게 사실 여간 부담스럽지 않거든요. 관람객 분들도 똑같았겠죠.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가까이서 책과 작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게 관객을 끌어 모은 비결이지 않나 싶어요.

- 북페어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고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창작자에 중심을 두고 싶었어요. 만드는 사람, 창작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좀 더 표현하고 싶고, 그 사람들의 작은 세계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의 언리미티드에디션 같은 북페어는 관람객도 워낙 많고 저희보다 조금 더 복잡하니까 그럴 여건이 잘 안돼요. 그런데 우린 가능하죠. 이번에 참가해주신 분들이 "내 얘기를 관람객들과 온전히 소통을 할 수 있었던 부분이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과하게 복잡하지도 않고, 적절하게 대화도 오고가서 좋았대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죠.

- 독립출판이 일반 출판물과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독립출판물을 정의하신다면.

딱 정의내릴 수는 없어요. 독립출판에서도 굉장히 그 종류가 다양해요. 기성출판사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내가 냈다는 데 만족하는 케이스도 있고요. 정말 쓸데없는 자기만의 이야기라던가 자기 세계를 보여주는 책도 있어요. 저는 이렇게 ‘덕심’이 필요한 작업들을 좋아해요. 왜냐면 제가 그렇게 한 가지에 집중하고 파고드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런 걸 봤을 때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조사하고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단 말이야?’라고 놀랄 수 있는 책이 재밌어요.

- 그렇게 ‘덕심’을 발휘해서 만든 책들 중에, 대표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책은 어떤 게 있나요?

채유수 작가님의 책이요. 이 분의 책을 읽었을 때 ‘이런 것도 책이 될 수 있구나’ 싶었어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친구들이 자는 모습을 드로잉하거나, 지하철을 매일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드로잉하는 작업을 했어요. 후자의 경우 2~3년 정도의 과정을 엮어서 500페이지 넘는 책을 직접 제본하셨어요. ‘진짜 대단하다 이걸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기록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딴짓의 세상’이라는 출판사도 재밌어요. 이 분도 기록의 힘이 대단한 분이세요. 책을 보면 고민과 시간을 투자한 흔적이 느껴져요. 

- 첫 번째 아트북페어가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2회 계획도 있나요?

아직까지 확실하게 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저희도 하면 좋은데, 스케쥴도 맞아야 하고, 미리 준비도 해야 하고, 지원금도 받아야하기 때문에 미정이에요. 만약 한다면 아무래도 창작자가 조금 더 늘어날 텐데, 그럴러면 공간을 늘려야 겠죠. 토크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싶어요. 이번 토크프로그램에 제 시간에 못 와서 발을 동동 구르고 가신 분들을 보면서, 이런 기회도 굉장히 목말라했구나 생각했어요. 섭외에 더 노력을 기울여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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