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에어컨을 만들어보자
재미있는 에어컨을 만들어보자
2016.07.07 04:03 by 김광일

“저희 사무실 에어컨이 고장났어요. ㅜㅜ”

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의 어느 날, 자력갱생소 다음 회차 원고 논의를 하던 (더퍼스트미디어) 에디터에게 들은 말. 한창 에어컨 수리와 설치로 바쁜 철이라 기사님 방문에도 열흘 이상 걸릴 거라고 했단다. 불현 듯 얼마 전에 봤던 동영상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이것이다.

동영상 속의 내용을 보면 정말 획기적이다. 최근 SNS 상에서나 국내외 언론에서도 꽤나 조명되었던 이 ‘에코 쿨러(eco-cooler)’라는 발명품은 이름 그대로 친환경 에어컨이다. 아니 이런 적정기술 같으니!

영상은 방글라데시의 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름이면 섭씨 45도까지 올라가는 폭염 속,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철제 오두막에서 사는 주민들의 모습이 끔찍하게까지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흰색 티셔츠를 입은 남녀가 나타나 나무 판에 구멍을 뚫더니, 수거한 페트병을 잘라 끼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창문에다 덧댄 결과 실내온도가 5도나 떨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놀랍다. 사실이라면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에어컨이 고장 났다면 더더욱.

토요일 오전 8시, 바리바리 짐을 챙겨서는 성수동에 있는 더퍼스트미디어 사무실로 향했다. 적어도 점심 때부터는 집에서 아이들이랑 놀아줘야 하는 아빠의 숙명이 있기에…! 주말 아침부터 에디터를 사무실로 호출하고야 말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함께 만들어보자.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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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박스(골판지), 페트병, 칼, 커팅매트, 글루건 등

박스는 길거리에서 주웠다. 위의 영상에서처럼 전동드릴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다. 골판지이므로 일반 칼로도 구멍이 잘 뚫릴 것이다. 필자는 작업의 편리함을 위해 써클커터를 준비했다. 써클커터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동그랗게 잘라주는 녀석이다. 콤파스와 같은데, 펜 대신 칼이 달렸다고 보면 된다. 글루건은 혹시 골판지와 페트병 사이에 유격이 생긴다면 고정시킬 요량으로 준비했다. 위의 영상에서처럼 일일이 구멍을 뚫은 마개로 고정시키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서다.

 

재료 상 하나 흠이 있다면 페트병이 너무나도 깨끗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필자는 부득이하게 아주 깨끗한, 새것의 페트병을 구매해버렸다. 전날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장을 뒤지고, 동사무소의 재활용정거장까지 찾았는데도 마땅한 녀석들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종로 방산시장엘 가서 새 페트병을 샀다. 에디터와의 약속, 크게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 쯤으로 봐 달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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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단 창문 사이즈에 맞게 골판지를 재단하자. 샷시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밀어넣어 고정시킬 것이다. 

막상 박스를 덧대보니, 구멍을 뚫는다 해도 채광이 걱정됐다. 그래서 중간에는 '페트병 조명'을 달기로 했다. 이렇게 오늘의 콘셉트가 적정기술의 융합 쯤으로 되어버렸다. 조명은 페트병에 물과 약간의 표백제만 채우면 된다. 왜, 요즘 어둑어둑한 캠핑장이나 한강변에서 젊은 친구들이 스마트폰 액정을 켜고는 그 위에 소주병을 올려 초록빛 조명으로 한껏 분위기를 내던데,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치다. 더 궁금하다면 이 영상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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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이 끝났으면 이제 구멍을 뚫을 부분에 마킹을 하자. 필자처럼 미리 간격에 맞춰 구멍을 뚫어놓은 판을 준비하면 편리하다. 간격은 병의 용량과 모양에 따라 제각각이니 서로 부대끼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맞추면 된다. 구멍의 지름은 2.5cm로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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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는 채광을 위한 페트병 조명을 설치할 것이다. 페트병 에어컨처럼 병목에 고정시키면 물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쳐질 것이다. 병의 중간부분까지 넣을 수 있도록 병의 바닥에 대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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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려준 원의 모양대로 잘라주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준비해 온 서클커터를 가장 작은 직경으로 맞춰 잘라도 페트병 병목의 직경보다 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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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구멍이 큰 페트병 조명 부분만 써클커터로 잘라내고, 나머지는 커터칼로 일일이 잘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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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보기 좋지 않은데다 균일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잘라내는 게 쉽지 않았다. 주워 온 박스가 너무 두꺼웠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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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전동드릴님을 모셔오고야 말았다. 아이고, 속이 다 시원하다. 24mm짜리 홀쏘로 뚫으니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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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뚫었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꽂으면 되는 것이다. 페트병 2/3 정도를 남기고 나머지 1/3은 잘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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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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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도 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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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르고… 자를 땐 언제나 손을 조심해야 한다. 칼날도 아찔하거니와 잘린 페트병의 단면도 예상보다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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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렇게 꽂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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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비틀어주면서, 병 목 부분의 튀어나온 부분까지 쏙 들어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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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꽂아준다. (생각보다 공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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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이다. 이렇게 페트병의 잘린 단면이 큰 쪽이 밖을 향하게 하면, 기압차에 의해 cooling 효과가 난다고 했다. 이것을 소개한 영상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내뱉으면 바람이 뜨뜻한데, 입술을 오므리고 내뱉으면 시원한 것과 같다고 했다. 위 사진에서 중간에 꽂힌 병 두개가 페트병 조명이다.(거꾸로 꽂은 채로 완성샷을 찍어버렸다.)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것을 가동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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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시의 틈새로 잘 고정을 시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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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은 새초롬히 내민 저 투명하고 둥근 병 입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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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으로 내다 본 바깥 풍경도 뭔가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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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정) 이렇게나 밝아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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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라 바람아!!

이렇게 적정기술 친환경 에어컨 만들기 + 태양광 조명 만들기가 끝났다. 정말 효과가 있냐고? 글쎄… 방글라데시의 철판으로 만든 오두막은 워낙 실내 온도가 높아서 효과가 있었는진 몰라도(45도에서 5도가 내려가도 40도) 여기선 바람이 좀 불어주는 날이래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정도만 말해두자. 어쨌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특히 필자와 같은 부모라면, 한 번쯤 아이들과 이런 재활용 재료로 집에서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드는 과정도 단순하고, 재미있는데다 다양한 에어컨 제작원리를 생각해보고 에너지 절약이나 적정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아주 큰 성과다. 항상 말하지만 가장 큰 것은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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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치고 이 페트병 자투리들이 아까운 마음에 집으로 가져왔다. 어떻게 쓸까 하다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파리덫'이 생각나 만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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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 페트병에 청주 한 컵(150ml), 식초 반 컵(100ml), 설탕 두 숟가락을 섞으면 된다고 한다. 파리가 잘 발생하는 싱크대나 현관문 쪽에 두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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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 안에 파리덫만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많은 페트병들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쓸 수 있을까?

 

필자의 제안: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삽니다! 

안녕하세요, CAC의 김광일입니다. 이 많은 페트병(자투리) 참 아깝죠? 사실 우리 생활속에서 너무나도 낭비되는 자원 중 하나가 바로 페트병입니다. 그래서 독자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위의 페트병 자투리나 조금 더 넓혀서 페트병을 효율적으로 재활용, 리폼, 업사이클링 할 수 있는 나만의 기발한 노하우가 있는 분들은 사진과 함께 댓글로 알려주세요! 제게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분들 중 총 3분을 선정하여 CAC에서 시판 중인 DIY 공기청정기, Our Planet Air를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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