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어디까지 가봤니?
지하철 5호선, 어디까지 가봤니?
지하철 5호선, 어디까지 가봤니?
2016.06.27 18:31 by 김석준

“5호선? 볼게 뭐있는데?”

지하철 나들이를 하겠다했을 때 지인의 반응이었다. 한심 혹은 안타까움이 배어있는 눈빛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꿋꿋함을 잃지 않았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이제훈도 버스를 타고 정릉동을 여행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26년 전 오늘(6월 27일)은 지하철 5호선의 착공식이 있던 날이다.

1. 빌딩 숲 옆 진짜 숲, 여의도역

5호선을 여행하자는 계획을 세웠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역, 바로 ‘여의도’였다.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5호선 추천 여행지를 뽑아달라는 말에 대부분 여의도를 꼽았다. 그만큼 여의도는 가장 알려진 곳이다. 사람들은 봄에서 여름이 넘어가는 시기부터 돗자리를 들고 한강공원에서 몰려가니 여의도는 참으로 익숙한 장소인 셈이다. 하지만 궁금했다.

‘정말 여의도를 잘 알고 있을까?’

힘차게 흐르는 시냇물까지, 있을 건 다 있는 자연생태공원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흔히들 여의도공원과 한강공원을 구분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공원은 엄연히 다르다.(비록 가깝긴 하지만) 여의도공원은 국회의사당과 KBS 방송국 옆에 있으며 자연생태공원, 한국전통의 숲, 세종대왕 동상 등이 있다. “세종대왕 동상은 광화문에 있는 것 아니냐”고 묻겠지만 개인적으로 여의도의 세종대왕 동상을 더 좋아한다. 실제 고기를 무척 사랑했던 세종대왕님의 이미지와 어울려 보이는 모습이랄까.(푸줏간의 친근함이 더해진 모습)

금발의 외국인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자연생태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을 볼 수 있다.

여의도 공원에는 점심시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깔끔하게 옷을 빼입은 직장인들이 커피를 한 손에 들고 걸어 다니는 시간이다.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에 최선을 다해 걷는 직장인들의 필사적인 산책을 볼 수 있고, 금발의 외국인이 수양버들이 늘어지고 연꽃이 핀 생태못을 배경으로 책을 읽는 묘한 광경도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공간은 자연생태공원이었다. ‘여의도에 이런 곳이?’ 생각이 들 정도로 섬 안에 또 다른 섬 같이 느껴졌다. 여의도 일대의 높은 빌딩이 모두 가려지는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다. 빌딩 숲 옆 진짜 숲에 들어가는 순간 사방에서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리니 이곳이 여의도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2. 카페는 거기서 거기일까, 공덕역

공덕역 하면 족발골목이 떠오른다. 하지만 필자는 모두가 아는 곳을 소개하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닌 게 아니다. 여행자들에게는 낯설지만 그 일대의 사람들에게는 일상인 그런 곳을 찾고 싶었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만날 때마다 서로가 발견한 카페를 자랑하곤 하는데, 최근 들어 가장 ‘핫’한 곳은 연남동이나 경리단길이 아닌 공덕역이다.

프릳츠커피컴퍼니는 한옥주택 같은 모습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득 쌓인 빵을 만나게 된다.

‘프릳츠커피컴퍼니’는 공덕역 8번 출구에서 2블록 걸어가면 나오는 카페다. ‘프릳츠’라는 이름이 예스럽다고 느껴진다면, 실제 카페의 모습에선 더 큰 영감을 받게 될 것이다. 건물은 한옥이고 마당이 있어 카페보다는 70년대의 ‘좀 사는 집’ 같은 느낌이다.

특이한 점은 단순한 동네카페라고 하기엔 상당히 많은 MD상품이 있었다는 것이다. 프릳츠커피컴퍼니는 카페 ‘커피 리브레’의 바리스타와 베이커리 ‘오븐과 주전자’의 파티시에가 만난 콜라보 카페다. 그래서 입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베이커리류가 보이고, 그 옆으로는 한쪽 구석을 가득 메운 트로피가 보인다. 그 중 세계 바리스타 대회의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트로피가 가장 눈에 띈다.

겉만 예쁘게 꾸며놓은 그런 카페가 아니다. 디귿(ㄷ)자 구조로 된 1층 중간에는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고, 카운터 주변에는 로고 뱃지, 스마트폰 케이스, 틴케이스, 원두 등 제품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프릳츠커피컴퍼니는 다양한 MD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ㄷ자형태의 카페 내부 구조. 정중앙에 위치한 카운터가 인상적이다.

MD상품은 웬만한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도 잘 만들지 않는다. 프릳츠의 자부심을 느껴지는 대목이다.

필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가격은 3800원대로 홍대와 이태원의 커피보다는 저렴했다. 사진을 찍는 손님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사진이 잘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카페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면 여기(http://fritz.co.kr)를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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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속세와 멀고도 가깝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필자가 대학교에 들어와 서울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동대문은 패션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밀레오레, 두타와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제 동대문하면 DDP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완성된 미확인 비행선과 같은 모습이다.

곡선형 디자인의 DDP는 마치 우주선처럼 보이게 한다.

DDP는 어느새 동대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DDP가 완공되었을 때, DDP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다. 건축하는데 들어간 비용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그래서 오늘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의 다른 볼거리를 소개해주려 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4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빨간 벽돌의 건물이 보인다. 경동교회다. 종교가 없는 필자가 경동교회를 추천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 권의 책 때문이다.

지금 들리는 이 소음이었고, 지금 보이는 복잡함이었다. 이곳에 교회를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건축가 김수근이 고민에 빠진 이유는... 그곳(중구 장충동 3가 27번지)은 교회가 들어서기에는 세속과 너무 가까운 곳이었다. 건축가는 세속과 경건 사이에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래서 건물의 입구를 돌려세웠다. 소음과 복잡함 속에 있던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건축가가 만들어놓은 이 호젓한 길을 따라가야 한다. 10미터 남짓한 이 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세속의 먼지를 떨어낸다.

광고인 박웅현이 쓴 「책은 도끼다」에 나오는 경동교회에 대한 소개다.

경동교회를 담쟁이넝쿨이 뒤덮고 있다.

경동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돌아가야 한다.

가끔 필자 역시 시끄러움을 피해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도피처로 명동성당을 찾게 되는데, 경동교회를 미리 알았다면 이곳을 더 자주 방문했을 것 같다. 경동교회의 계단은 낮아서 자신도 모르게 걷는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1945년 해방 이후 조선신학교 교장 김재준이 미군정청과 교섭하여 인수한 일본 천리교(天理敎) 건물에서 청년 30여 명이 첫 예배를 드린 것이 경동교회의 시작이다. 1976년 청계천 노동자를 위한 야학을 설립했고, 지금의 경동교회는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1980년에 완공되었다.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김수근은 경동교회 외에도 불광동성당, 올림픽주경기장을 건축했는데, 멀리서 경동교회를 보면 19개의 각기 높이가 다른 기둥들이 하나의 건물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물은 마치 기도하는 손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김수근의 또 다른 작품인 올림픽 주경기장을 보며 백자를 닮았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말에 대한 김수근의 답변이 마음을 울린다.

“나는 이조백자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없다. 다만 이조백자를 빚은 도공의 마음으로 설계했다”

4. 누군가에게 천국, 을지로 4가

마지막으로 시장에 갔던 게 2년 전이었다. 광장시장에 육회가 맛있다는 말을 듣고 간 것이다. 광장시장을 찾아가는 길에 알았다. 서울에는 시장이 정말 많다는 것을. 많고 많은 시장 중에서도 방산시장은 조금 더 특별하다. 먹을 걸 파는 곳이 아닌 인쇄 및 포장 관련 전문시장이다. 쉽게 말해,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처음에 들리는 ‘문방구’ 같은 곳이다.

방산종합시장 일대는 차와 사람이 항상 분주하다.

방산종합시장 2층, 복도에 박스가 가득 쌓여있다.

방산시장은 을지로4-5가와 청계천 사이에 있고, 청계천 쪽으로는 광장시장, 을지로 쪽으로는 중부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1976년 폐교된 방산국민학교 터에 방산종합시장이 개설됐다. 방산종합시장은 지하 1층·지상 3층의 건물 2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방산시장은 식료품 및 식품첨가물 집산지이자 각종 포장재를 비롯한 비닐, 벽지, 장판 등 시장으로 유명했으나, 1980년대 말에 이르러 식품 원재료를 취급했던 가공식품 도매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되고 이후 인쇄·포장 관련 전문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방산시장의 모습이다.

한 부부가 자재를 보러 시장을 돌고 있다.

방산시장의 점심시간은 나른함이 있다.

시장을 둘러보면 포장자재, 장판·벽지, 판촉물, 제판·출력, 종이, 인쇄물, 타월 등 다양하다. 이 외에도 제빵과 관련된 각종 기계와 도구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베이커리 골목에는 각종 시럽과 견과류, 초콜릿 등 제빵 재료와 베이커리 포장 재료를 판매하고 있다.

방산시장 오후 2시의 풍경은 나른함과 열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벽지나 베이커리 소품 등을 사러 이곳저곳을 바쁘게 방문하고 있었고, 가게 주인은 낮잠을 자거나 TV를 켜놓고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리본 공예를 하는 사람에게는 리본의 천국, 소이캔들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캔들 천국이다. 방산시장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땀을 흘리는 그런 곳이다.

5. 극장이 남아있는 곳, 종로 3가

필름2.0, 무비위크 그리고 키노까지. 이 중 두 가지 이상 알아듣는다면 단순히 영화를 좋아하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영화관 멤버십 VIP는 기본일 것이고, 살면서 영화를 1000편 이상을 봤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극장’이라는 말이다. 예전에는 극장마다 이름이 있었다. 피카디리 극장, 단성사처럼.

지금 우리는 영화관에 가거나 극장에 가기보다는 CGV에 가고 롯데시네마에 갈 뿐이다. 필자가 살던 대구에는 만경관이나 한일극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CGV타운이 되어 동성로 일대에 영화관이 죄다 몰려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그래서다. 극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 서울극장이다.

종로 서울극장 전경

서울극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합동영화주식회사’다. 1964년 회사 설립 이후 영화제작에 주력해온 이곳은 지금까지 총 247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했다. <쥐띠부인>(1972년), <경찰관>(1978년), <사람의 아들>(1980년), <애니깽>(1996년) 등… 총 6회에 걸쳐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사다.

한 시민이 옛 영화포스터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극장의 가장 큰 장점은 멤버십 혜택이 크다는 점이다. 매주 월요일은 멤버십데이로 영화가 5천원이고, 수요일은 브랜드데이로 2인 관람시 10000원이다. 또 시네마 살롱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영화전문가들의 해설을 곁들인 영화 관람이 있다. 영화 <동주>를 본 뒤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과 만남을 갖거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보고 전문가의 해설을 듣기도 한다. 1층 한 편에는 이제는 쓰지 않는 영사기가 유리벽 안에 보관되어 있었고, 조금 더 옆으로 걸어가니 지나간 영화의 포스터들이 연표순으로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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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극장 앞 풍경, 대형 멀티플렉스에선 느낄 수 없는 정겨움이 있다

극장 앞에서 오징어, 군밤, 통감자 등 간식거리를 파는 곳이 이 곳을 더 ‘극장’스럽게 만들었다. 서울극장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5호선 여행이 오후 5시쯤 끝났다. 다음 여행지는 8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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