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 '업사이클링'
환경을 지키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 '업사이클링'
환경을 지키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 '업사이클링'
2014.09.18 08:30 by 권보람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이사는 터치포굿의 박미현 (사진) 대표를 다음 인터뷰이로 지목하며 “재미있는 일을 하는 친구”라 말했다. 이 이상 그를 설명하는 데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현재 스물아홉 살인 박 대표는 우리 사회에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려 준 터치포굿(www.touch4good.com)을 2008년 창업부터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터치포굿은 처치곤란의 산업 수반  폐기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흥미로 바꾸고 있다.

  | 젊은 활동가, 사회적 경제를 만나다 
박미현대표(청춘스튜디오_김민철)
오랜 기간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고민해온 박 대표는 대학시절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동아리를 통해 처음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위즈돔 한상엽 대표,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 우주 김정헌 대표 등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이끄는 젊은 리더들 대부분이 박 대표와 같은 동아리에서 꿈을 키웠다.

“청년과 지속가능한 경제의 접점을 찾아보고자 학교 밖에서 시작된 동아리였어요. 당시 저는 한 CSO(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시민단체가 풀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었죠. 가치만을 지향하는 삶의 무력감, 사회운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 사람들의 무관심……. 이 모든 것들의 접점에 사회적 경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에 뿌리내린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NGO(비정부기구)나 NPO(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집단활동을 펼칠 수도 있고, 시위를 하거나 캠페인을 해서 의식을 개선해가는 방법도 있다. 복면을 쓰고 게릴라 활동을 펼치는 등 다소 과격하지만 충격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얼마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지 그 파장과 효과는 얼마나 오래,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에 대한 답으로 사회적 기업은 고를 가치가 충분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혹자는 기업을 세우고, 소비자를 상대하는 그에게 ‘변절자’라며 손가락질 했다. “기업에 입사하고 싶은데 취업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터치포굿이 설립된 2008년만 하더라도 공익 추구와 이윤 창출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표에게는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불씨가 무엇보다 간절했다.

“기업에게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죠. 구매라는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적 접근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긴 호흡으로 목표를 이뤄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비영리단체에서 기금 사업을 진행할 땐 정해진 기간 내에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지만 기업은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공익적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받침이 되리라 믿었어요”

  | 터치포굿, 태동부터 성장까지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기업은 어떨까. 산업화 이후 기업의 경제활동은 늘 환경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터치포굿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환경 친화적 목표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좋은 기업,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 습관은 태생적인 것이 아니다. 박 대표는 “관심을 유도하는 작은 계기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한다. 그 역시 터치포굿의 대표이지만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고 친환경 습관을 실천했던 사람은 아니다.

“대학시절 한 환경단체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분께서 ‘인터뷰를 해줬으니 너도 날 위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만한 일 하나를 하겠다고 약속해’ 라고 하시더군요. 그 때 마침 제가 쓰고 있던 볼펜이 눈에 들어왔어요. ‘책상 서랍 안에 볼펜이 한 가득 있는데, 그걸 다 쓸 때까지 새 펜을 사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6년만에 모아뒀던 펜을 모두 쓰고 새 펜을 사러가는 길이 무척 기뻤습니다. 환경을 위한 행동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걸 실천하고 난 후의 뿌듯함을 정말 특별합니다. 이 감정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죠.”

그 날의 볼펜 한 자루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박 대표는 CSO활동을 하며 버려지는 홍보용 현수막에 주목하게 됐고, 산업 수반 폐기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기업 터치포굿을 설립했다. 그는 “버려지는 자원 그 자체보다, 패션이나 완구처럼 재미있는 방법으로 환경 문제 전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업사이클링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메인_제품사진들


박 대표가 터치포굿을 설립할 때 환경이라는 테마에 대한 명확한 문제 의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선택했듯, 터치포굿 역시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광고필름을 활용해 부채를 만들고,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로고 교체로 폐기 위기에 놓인 앞치마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었다. 기계 특성상 불가결하게 제작되는 불량 양말을 활용한  ‘봉제 고양이 나비드' 키트도 인기다. 지난 해 말 첫 선을 보인 ‘허들링 텀블러'는 ‘텀블러 사용이 환경에 좋은 건 모두가 알고 있는데 왜 쓰질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1회용 종이컵 1톤을 만드는 데 20년산 나무 20그루가 필요해요. 종이컵 하나 당 11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요.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면 환경에 훨씬 도움이 되지만 막상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 터치포굿 구성원 중에도 텀블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더 본질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겁다’ ‘샐 것 같다’ ‘씻기 불편하다’처럼 우리가 텀블러를 쓰지 않는 이유를 해소한 제품을 제작했죠.”

텀블러1


업사이클링 디자인회사로 출발했지만, 터치포굿의 궁극적 목적은 ‘그린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있다. 박 대표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환경적 고민들이 터치포굿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우리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설립 6년차, 그 꿈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얼마 전 한 마라톤 대회 주최사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대회를 한 번 할 때마다 페트병 등 일회용품이 10만개 이상 버려진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이 폐기물을 수거해서 다음 행사의 기념품으로 제작하는 등 연속적인 움직임을 갖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예요. 이렇게 실무자는 알고 있지만, 대안이 없어서 고민하는 환경문제의 해법을 함께 찾는 것이 저희 터치포굿의 그린 솔루션입니다”

터치포굿의 성장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그는 더 큰 기획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박 대표가 만든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KUD)는 군용 폐기물 수급 등 개인사업자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조직적으로 풀어가며 국내 업사이클 업계의 성장과 발전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터치포굿을 운영하면서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마주칠 때가 많았어요. 이제는 업사이클링 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튼 만큼 공동 인프라를 형성해야겠다는 생각에 협회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협회가 회원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이동식 매장을 만든 이후 그간 저조했던 판매율이 다섯 배 가까이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요.”

  | 젊은 사회적 기업, 미션과 배움 잃지 말아야   

사회적 기업으로서, 업사이클링 기업으로서 터치포굿 앞에는 길이 없다. 아무도 먼저 가지 않은 곳을 밟아 나가며 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업으로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란 웬만큼 고민을 즐기지 않고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매년 수백개의 사회적 기업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1124개의 사회적 기업이 승인을 받아 활동 중이다. 박 대표는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배움의 자세’와 ‘기업의 미션’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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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청년 사회적 기업이 기존의 대안임을 자청하고 있지만 단순히 젊고 톡톡 튀는 것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어요. 부족한 경험과 현장지식으로 기성세대를 비난만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죠. 분야의 어른과 소통하며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에서 얻은 교훈이에요. 기업의 미션을 지켜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터치포굿은 '자원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자'를 미션으로 업사이클링 디자인에서 기업 컨설팅, 교육으로 영역을 확장는 중입니다. 이처럼 목표를 위해 사업을 넓혀가는 것과 사업을 위해 목표를 변경하는 것은 구분돼야 합니다. 사업을 위해 실현하고자 했던 공익적 가치를 잃는다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생명도 다하게 돼요. 본인이 평생을 걸어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고, 그걸 분석한 뒤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기업적 방법론을 대입하는 것이 진짜 사회적 기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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