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안의 또 다른 부산, 해운대
부산 안의 또 다른 부산, 해운대
2016.06.02 13:08 by 이한나

"허, 정말 아름다운 경치로구나."

때는 통일신라 말, 한 유학자가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으로 가던 길이었다. 신분의 한계로 인해 끝내 출세의 길은 열리지 않았고, 좌절과 낙심만이 그의 마음을 온통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절경,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서 있던 그는 바위에 자신의 호를 새겨 넣었고, 그 이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뜬금없이 웬 역사 이야기냐고? 이 이야기는 ‘해운’ 최치원 선생이 해운대 달맞이를 지날 때 있었던 일이다. 즉, 최치원의 호에서 '해운대'라는 지명이 탄생한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름 속에 숨겨진 모두가 알고 있지는 못한 역사 이야기. 현재의 우리는 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해운대를 찾지만, 그 이름에는 역설적이게도 삶의 고단함과 슬픔이 녹아 있었다.

(사진: Guitar photographer / Shutterstock.com)

 

| 여름의 주인공, 그 이름은 '해운대'

이러나저러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해운대란, 휴가철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는 명실상부 해수욕의 메카 되시겠다. 한여름에는 100만명도 넘게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그저 입이 떡 벌어진다. 그래서,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다수의 부산 사람들은 오히려 여름에 해운대를 찾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여름 주말의 해운대는 외지인들과 외국인, 부산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속해 있는 바다가 아닌, 오롯이 해운대 그 자체가 되는 시간.

두렵게도(?) 이미 그 시간은 시작되고 있다. 6월 1일 부로 해수욕장이 개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초여름부터 3년 연속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고, 또 한 번의 ‘가장 더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어김없이 기록적인 인파가 몰려들리라. 참고로 부산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 해운대다. 해운대에 들어서기 전 구비할 수 있는 것들은 다 구비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편이 주머니 사정과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여름에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한가한 해운대의 모습.

 

| 모래 위의 낭만

개장 전 해운대는 모래축제가 한창이다. 해운대 모래축제는 지난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 성공기원을 위해 개최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열리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필자는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축제 기간 중 토요일(28일)에 해운대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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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래축제는 각국의 조각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모래조각과 미디어 파사드, 악동 뮤지션·에픽하이 같은 유명 가수들의 축하공연 등 볼거리가 매우 풍성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낮도 좋지만 이렇게 밤에 조명과 함께 자연으로 만든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그러나 밤에 보니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 필자는 매우 겁이 많다.

표정이 괜히 무섭다.

겁이 많은 필자지만 그 매력을 포기할 수 없을 만큼 해운대의 밤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넘쳐난다. 해수욕장 주변 펍은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웨스틴 조선 호텔을 필두로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도시의 야경은 바다를 보러 온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비록 같은 부산이지만, 이색적인 정취를 느끼고 싶을 때 필자는 오후의 해운대를 찾곤 한다. 꼭 모래축제나 부산국제영화제같은 큰 행사가 없는 기간에도 괜찮다. 평소에는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간이무대에서 버스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운대에는 바다의 낭만이 살아 숨쉰다.

버스킹 존에서는 이렇게 공연을 하는 팀이 많다. 저 중 필자가 있다는 것은 함정.

 

| All Time Favorite, HAEUNDAE

가왕 조용필의 팬들은 부산을 방문하면 꼭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는다. 바로 해운대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이 노래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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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조용필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된 노래다. 뿐만 아니라 그가 대마초 파동으로 방송 활동을 할 수 없었을 때 음악활동을 이어나갔던 주 무대 역시 부산이었다. 그래서인지 조용필은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을 때에도 해운대에서 종종 공연을 했었다. 한 번 공연을 하면 이 드넓은 해운대 백사장이 가득 찰 정도의 인파가 몰리곤 했었다고.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해운대 공연 실황 영상을 한 번 보면 그 옛스러움에 웃음이 난다.

1993년 해운대 콘서트에서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때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지금까지 해운대는 꾸준히 사랑받는 해변이었다. 그래서 해운대라는 이름에는 어떤 수식어나 호칭이 붙어도 진부하다. 그 자체로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탓이다. 이미 부산을 벗어난 듯한 또 하나의 부산. 비록 여름에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자리를 내어 준 채 먼발치서 바라보아야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운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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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아 우리 함께 떠나자
사랑 가득한 해운대로 떠나자
내 사랑아 우리 함께 떠나자
내 사랑아 오! 내 사랑아!
- 권우유와 위대한 항해, ‘해운대의 밤’ 가사 중

최치원이 해운대의 절경을 바라본 곳은 다름 아닌 달맞이 고개였다. 해운대를 설명하며 달맞이 고개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 다음 화에서는 달맞이 고개, ‘문탠로드’를 함께 넘어보자.

 

TIPS!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고민이 될 때는 지금이 몇 시인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출퇴근길 러시아워라면 조금 돌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것을 추천.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1001, 1003번 등의 급행버스가 확실히 더 빠르다. 이 모든 것은 부산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해운대역은 부산에 2개가 있다. 하나는 부산지하철 2호선 역, 다른 하나는 기차역(동해남부선)이다. 2호선 해운대역에서는 바닷가까지 도보 5분이면 갈 수 있다. 원래 동해남부선 해운대역도 지하철역 가까이 있었는데, 2013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구간이 개통하면서 기차역은 해운대 신시가지 뒷편으로 옮겨졌다. 바닷가에선 3.5km정도 떨어져 거리가 꽤 되니 해운대를 찾을 땐 지하철역과 기차역을 혼동하지 말자.

 

/사진: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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