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을 아십니까?
우즈베키스탄을 아십니까?
우즈베키스탄을 아십니까?
2016.05.25 10:48 by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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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현재. 타슈켄트 국제. 공항에. 도착. 하고 있습니다.”

검은 머리에 갈색 눈, 그러나 약간은 이국적인 이목구비의 승무원이 우리말로 떠듬떠듬 타슈켄트 국제공항에 도착함을 알렸습니다.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아, 정말 나 한국을 떠나왔구나….’

우즈베키스탄은 제겐 낯선 땅이자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학창시절 세계사나 세계지리를 통해 접하긴 했지만,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실크로드의 중심 교역지, 구소련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고려인 강제 이주에 대한 역사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땅으로 저를 데려다 줄 이 비행기… 몸을 실었을 때부터 설렘과 기대가 제 마음 한 구석을 꽉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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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경, 그러나 조금은 예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창문을 통해 높이 솟은 산들과 굽이쳐 흐르는 강들, 그 곁에 밭과 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점점 마을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난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을 남기게 될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땅을 밟았습니다.

 

 

 

호텔에서 찍은 타슈켄트 시내의 모습

 

  ‘우버(Uber)도 필요 없다’, 우즈벡에선 흔한 히치하이킹

 

 

우리나라의 인천 국제공항은 타슈켄트 국제공항과 직항으로 연결되어 있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할 경우 주로 밤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저의 경우엔 평일 점심 쯤이었는데, 우즈벡 항공을 탔습니다. 우즈벡 항공은 스크린이 없어 비행이 지루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낮에 이동을 하니 비행기 창 너머 구름 사이로 보이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타슈켄트 국제공항에 도착해 깜짝 놀랐던 점은 게이트를 지나자 바로 ‘바깥’이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 온 사람들은 많이 당황한다고 하더군요. 보통은 게이트를 나가면 가족들이 기다리는 공간이 (실내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타슈켄트는 짐 검사와 달러화 검사(해외에서 달러를 가져올 때에 3000달러 이내로 가져와야 한다는 제한 때문)가 끝나면 바로 공항 밖입니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서 시내로 가면 되는데,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택시입니다.

  

타슈켄트 국제공항 (사진: Kayhan ERTUGRUL/commons.wikimedia.org)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는 굉장히 특이한 택시가 있습니다. 바로 일반 자가용입니다. 개인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이거나, 가까운 거리를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줍니다. 길거리에 나가서 손을 올리면 길을 가던 차가 와서 섭니다. 그 때, 목적지를 말하고 흥정을 해서 타면 됩니다. 물론 정식 택시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자가용 택시를 탑니다.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기에 도움을 드리자면, 타슈켄트 공항에서 우즈베키스탄 시내까지 저는 4000숨(우리돈 약 1500원) 정도에 이동했습니다. (만약 조금 더 비싸더라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다면 ‘My Taxi’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콜택시를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사의 신상이 등록되어 있기에 믿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택시 흥정에서 눈치를 채셨을지 모르지만 흥정은 이 곳에서 굉장히 중요한 삶의 수단입니다. 타슈켄트 시내의 곳곳에 있는 바자르(bazar, 시장)에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도 약간의 애교와 흥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서툴더라도 우즈벡어 몇 마디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아무래도 구 소련 국가로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외국인이 정겨운 우즈벡어를 사용하면 굉장히 좋아하고,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 하지만 이런 자가용 택시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불법이라는 사실을 밝혀 둡니다. 저는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었지만, 현지에 가신다면 선택은 여러분의 몫!

 

타슈켄트에 도착한 첫 날, 저에게는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졌던 앨리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첫 한 주간 기록했던 일기를 바탕으로 제가 우즈벡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배우게 된 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타슈켄트 시내의 모습 (사진: Atilin/commons.wikimedia.org)

 

 

우즈베키스탄에도 사계절이 있다

 

공항에 도착해 타슈켄트 땅을 딛는 순간부터 저의 편견 하나가 깨졌습니다. 실크로드의 이미지 때문인지 고온 건조의 사막 기후를 기대했는데,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 불었던 2월의 쌀쌀한 바람은 이곳에도 사계절이 존재함을 알려줬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한 달 전만 해도 눈이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겨울엔 눈도 오고, 여름엔 50도를 넘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겨울과 여름의 기온차가 크듯이 일교차 역시 매우 크기에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야 했는데요. 5월이 된 지금은 30도 정도의 아주 따뜻한(?) 봄입니다. 비가 전혀 오지 않는 건조한 기후일 것 같았지만, 바람에 촉촉함이 실리면 바로 다음 날 비가 왔고, 간혹 비가 많이 올 때는 길가에 온통 물웅덩이가 생길 만큼 오기도 합니다.

 

화창한 하늘을 배경으로 한 아무르 티무르 동상. 아무르 티무르는 우리의 광개토대왕, 이순신 장군과 같이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인, 그들의 자부심입니다. 그는 티무리드 왕조의 건설자였으며 엄청난 영토를 지배했던 지도자였습니다.
비오는 날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여기, 아시아 맞죠?

 

도시의 풍경도 제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그래도 아시아에 속해 있는 나라니까’ 라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길거리 풍경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그 옆에 곧게 선 건물들, 그리고 다르긴 하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외모 같은 것들요. 그러나 타슈켄트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 내내 저는 우즈베키스탄이 오히려 뉴질랜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길을 따라 심긴 잔디와 큰 나무들, 여유를 즐기며 공원을 걷는 사람들...제가 뉴질랜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을 때 보았던 풍경과 비슷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외모가 그런 인상을 안겨주었습니다. 금발에 갈색 눈, 금발에 푸른 눈, 갈색 머리에 갈색 눈, 검은 머리에 갈색 눈… 수많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굉장히 유사했기 때문이지요.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 유럽에서, 러시아에서,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유입된 모습이었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우즈벡, ‘그래도 외국인은 외국인!’

 

어느 날, 현지인 친구가 ‘원래 우즈벡 사람들은 없었어’ 라는 말을 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발언이었죠.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민족 자체가 타지크 민족의 혼혈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민족을 이를 만한 이름이 없었지만 지금은 ‘우즈벡인’ 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요.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도 우즈벡인을 비롯하여 타지크인, 러시아인, 고려인 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 차별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외국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은 있습니다. 이방인으로서, 그토록 많은 인종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데도 그런 시선을 보내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처음엔 고려인들과 외모가 비슷하기에 구분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옷차림새나 말투(같은 러시아어를 사용해도 고려인들은 자연스러운 현지인의 발음이겠지요) 등을 통해 바로 알아차리더군요. 지하철을 타면 저를 뚫어져라 보는 사람들과 길거리에서 ‘외국인이다!’라며 구경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요. 조금 부담스러울지언정 대부분은 외국인에게 굉장히 친절하답니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아름다운 물길
타슈켄트 중심부에 있는 아무르 티무르 박물관

 

 

“반갑습니다, 한국인”

 

한국에서 지인들에게 우즈베키스탄으로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미녀의 나라에 가는구나!” 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였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었기에 이곳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저는 그들이 가진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주위에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보았고, 택시를 타면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왔다고 할 때면 ‘Tangkem’을 아느냐고 묻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설명을 듣다 보니 이것이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 친구들과 쇼핑을 하다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우즈벡 학생이 먼저 다가와 스터디를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물어온 적도 있습니다. 그들의 한국어, 한국 문화에 대한 호의와 관심이 저로 하여금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코이카가 주최한 한국어 토론대회에서 만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첫 한 주는 소중한 배움의 시작이었습니다. 같은 아시아라서 알게 모르게 기대했던 모습, 혹은 내가 가진 편협한 정보만으로 예측하려고 했던 오류들이 있었지요. 그러나 그러한 환상이 깨지며 나타난 우즈베키스탄의 진면목은 저로 하여금 이 나라에 대해 더욱 알고 싶고, 계속 머물고 싶게 합니다.

 

저는 “우즈베키스탄을 아십니까?” 라는 질문에 “알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려합니다. 앞으로 들려드릴 이야기도 저의 알아가는 과정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여행기가 아닌 생활기, 그리고 UN 봉사단으로서 유엔 개발 계획(UNDP)에 출근하며 겪은 체험기와 같은 것들 말이지요. 이 길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에게도 하나의 ‘배움’으로 남기를 바라며 기록을 남겨봅니다.

 

/사진: 김하늘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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