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cautious!(신중하라)
Be cautious!(신중하라)
2016.05.24 18:54 by 오혜미

이 남자의 대한 설명은 고작 다섯 글자면 충분하다. ‘레미제라블’. 그렇다.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년 2월 26일 ~ 1885년 5월 22일)다.

(사진: flickr ,   wikimedia )

83세로 마감한 그의 인생은 창작의 연속이었다. 시, 희곡, 소설, 기행문을 망라한 작품 수는 100여 편에 달한다. 사랑하는 딸의 비극적인 죽음, 그로 인한 우울증과 절필 선언 등의 기구한 운명도 그의 창작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방대한 문학작품으로 자신의 아픔과 기쁨, 철학과 이상 모든 것을 표현한 빅토르 위고. 오늘 펀치라인은 그가 강조한 ‘신중함’에 대한 것이다.

Caution is the eldest child of wisdom.
(신중함은 지혜의 가장 큰 아이다.)

누구보다 극적인 삶을 살았고, 거대한 업적을 이룬 그가 왜 ‘신중’을 중시했을까? 위고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두 스타에게서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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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현정 공식홈페이지 IOKcompany.com)

고현정은 4년 전, 영화전문매거진 <씨네21>에서 ‘고현정의 쪽’이란 인터뷰 기사를 연재했다. 코너의 묘미는 고현정이 기자가 되어 동료 배우와 가수들에게 직접 질문한다는 점에 있었다. 대화 내용을 글로 옮긴 김혜리 기자는 이 연재의 특별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평범한 기자가 진행한 인터뷰가 이족의 언어로 눈치 없이 말을 걸고 있는 것이라면, 배우가 배우를 인터뷰하는 것은 우상인 동시에 무당인, 지긋지긋하게 예민한 동시에 폭력적으로 대담한 이 희귀한 ‘종족’끼리의 대화”라는 것이다. 때문에 고현정의 인터뷰에는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던 흥미로운 얘기가 많았다.

(사진: NAVER영화, ‘여배우들’)

그 코너에서 고현정과 그녀가 인터뷰한 배두나, 이미연 등의 배우들은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 했다. 대중에게 알려진 모습과 진정한 본인의 모습 사이의 괴리감에 대한 것이었다. 고현정은 여배우라는 직업에 씌어진 가면, 소문 때문에 벌어지는 오해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 노력은 바로 ‘글’을 쓰는 것이다. 고현정은 즉시 뱉어내는 말이 아닌, 한 번 더 걸러 표현하는 글로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결과물은 3권의 책으로 남아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만 3권의 책을 낸 배우가 또 있을까? SNS나 방송, 라디오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고현정은 오직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로만 열심히 자신을 드러냈다.

(사진: 고현정 공식홈페이지 IOKcompany.com)

글로써 스스로 밝힌 고현정은 어떤 사람일까? 가장 최근 출간한 여행 에세이 <현정의 곁>에는 반복해서 나오는 표현이 있다. 바로 ‘고양이 같다’는 것이다. 고현정의 여행을 함께한 에디터의 눈에 그녀는 ‘고양이처럼’ 새 것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서서히 정을 주고 곁을 내준다. 또한 ‘진지함’, ‘느림’, ‘옛 것’ 등의 어휘가 많이 등장한다. 그녀는 평범한 질문에도 필요 이상 진지해지고, 복잡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다 답을 낸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물건을 좋아하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기록하고 향을 맡고 촉감을 느끼는 것을 선호한다. 배우 아니, 인간 고현정이 글로써 전하는 정체성은 결국 ‘시간’이다. 그녀는 가까이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고, 함께한 시간을 소중히 하며, 시간을 들여 자신의 그런 모습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사진: 고현정 공식홈페이지 IOKcompany.com)

행동에 시간이 많이 드는 그녀는 그만큼 신중하다. 2.6kg으로 태어나 무척 길고 약했던 아이. 자주 쓰러져서 홀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그녀의 신중함은 어린 시절의 습관일수도 있겠다. 톱 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와 재벌가 며느리가 되었다가, 10년 만에 대중 앞에서 서서 이제는 여행 작가가 되겠다는 그녀에 대한 관심은 거대하다. 습관일지 모르는 그녀의 신중함이 없었다면, 고현정의 정체성은 권력이자 폭력이 될 수 있는 대중의 시선에 일찌감치 휘말려 사라졌을 것이다.

 

 

<모래시계>의 명장면 속 고현정

 

 

 

<모래시계>로부터 약 20년 뒤 안방 극장에서 달디단 멜로 연기를 선보이는 멋진 언니 고현정

 

그녀는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기록하고 천천히 한 걸음씩 밟아 ‘고현정’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유명세가 아닌 철학을 담은 화장품과 의류를 만들었고, 직접 발로 걷고 손으로 써서 책을 만들었으며, 누구보다 색깔 있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지금까지도 활발히 연기하고 있다. 고현정이 만들어낸 색깔은 그녀가 신중히 밟아온 시간의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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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tvN’또!오해영’ 공식홈페이지, (아래)신화컴퍼니)

데뷔 20주년을 고작 2년 정도 앞 둔 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의 리더. 그리고 tvN <또!오해영>의 남자주인공 ‘박도경’으로 유시진 대위의 왕좌를 넘보고 있는 배우. 에릭(본명: 문정혁)도 그렇다.

(사진:신화컴퍼니)

신화가 한창 인기를 얻던 시절, 에릭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잘생긴 이목구비, 적은 말수 때문에 과묵한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진 에릭의 성격은 조용함보다는 엉뚱함에 가까웠다. 그는 또한 솔직했다. ‘누가누가 사귄다’ 소문만 나도 면도칼이 들어간 편지를 받았던 그 시절에, 톱스타와의 연애담을 잡지 인터뷰에 공개했다. 그런 그가 왜 신중한 인물일까? 그건 바로 자유분방한 모습 아래 감춰져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 때문이다.

(사진: 신화컴퍼니)

그는 신화라는 배의 닻이었다. 신화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되고, 뿔뿔이 흩어질 상황에 처한 6명을 설득해 함께 소속사를 옮기자고 한 것은 에릭이었다. 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에릭은 당시 자신에게 접촉한 기획사들이 제안한 이적 금액을 다른 멤버들에게 공개하면서까지 그들을 설득했다. 결국 신화 6명은 같은 소속사로 함께 이전했었다. 현재는 서로 다른 소속사와 계약되어 있는데, 에릭과 이민우가 대표를 맡은 신화컴퍼니가 멤버들의 소속사들과 조율해 신화의 스케줄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계약이 만료되던 시점에 겨우 20대 초반의 나이였던 그가 눈앞의 큰 이익이 아닌 ‘신화’라는 테두리의 존속을 위해 앞장 섰던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연을 쉽게 버리지 않는 신중함을 보여준다.

 

 

그 옛날 드림콘서트 무대 위 신화

 

 

신화 변천사를 한 데 모은 영상, 에릭은 4분부터 나와요

 

 

신화의 가장 최근 앨범, 세련미 넘치는 에릭의 랩이 관전포인트!

 

하지만 에릭이 신화에 대한 애정을 처음부터 쉽게 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음악은 좋아했지만 가수에 큰 꿈을 품지는 않았었다. 단지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만 있었을 뿐이었다.(GQ인터뷰)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배우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불새>, <케세라세라> 같은 강렬한 작품의 주연을 맡았지만, 그 때만 해도 연기자라는 직업에 큰 애정을 품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좌)나무위키, (우)KBS공식홈페이지)

그러나 가수로 오래 활동 하면서, 그리고 연기자로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서히 품게 된 애착은 누구보다 질겼다. 해체 위기의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 다닌 사람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수가 되었다는 그 에릭이었다. <케세라세라>이후 배우 정유미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되었을 땐 연기에 대한 자세가 180도 변했다. <연애의 발견>을 위해 멤버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소중한 신화의 스케줄을 미뤄가며 배역에 몰입했다. 막연한 열망이 아닌, 경험을 통해 신중히 품은 그의 열정은 늦은 만큼 오래 타오르는 것이었다.

 

 

화제작 <또!오해영>에서 츤데레로 열연중인 에릭

 

  진정한 배우로 자리잡기 위해 아이돌 꼬리표를 떼거나, 명확한 아이돌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연기 영역에 선을 긋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에릭은 아이돌 가수의 모습도 배우로서의 모습도 모두 사랑하고 있다. 두 영역에 대한 꾸준한 애정은, 마음을 쉽게 내주지는 않았지만 또한 쉽게 거둬들이지도 않는 신중함 때문이 아닐까.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은 프랑스 어로 ‘불쌍한 사람들’을 뜻한다. 총 5권에 이르는 긴 소설에는 절망적인 가난으로 고통 받는 민중의 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결국 그가 장대한 서사 끝에 노래하는 것은 혁명의 힘이며 내일의 희망이다. 빅토르 위고는 낭만주의의 거장이면서도, 감상에 빠지기 보단 현실의 고난과 이상적인 미래를 구현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신중함’을 지혜로 꼽았던 이유는, 신중한 삶의 자세가 더 나은 내일을 가져오는 현명한 태도라고 믿었기 때문이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빅토르 위고의 명작을 영화로 구현한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으로 오늘의 펀치라인을 마친다.

 

 

I dreamed a dream 한 대목

 

 

펀치라인행운은 항상 당신 주위를 맴돈다, 다만 깨닫지 못할 뿐. ‘톱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찰나의 행운을 거머쥐면 하룻밤 새 인생이 바뀐다. 그들의 터닝포인트 속에 꼭꼭 숨겨진 ‘펀치라인(punchline‧결정적 구절)’을 명심하라. 우리에게도 곧 찾아올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실마리가 그 안에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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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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