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한 문장: 맨부커상, 한강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작품속 글귀를
이번 주 '이주의 한문장'으로 선정해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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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스트미디어 X 원센텐스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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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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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그러지마, 우리 잘못이 있다면
처음부터 결함투성이로 태어난 것뿐일걸.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설계된 것뿐일걸.
잠 못 이루지마. 악몽을 꾸지마.
누구의 비난도 믿지마.’
그러나 그 중 한마디 말도 나는 입 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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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 영원>
이따금 나는 만년필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왜?'라는 단말마의 물음을 들이댔을 때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진짜 이유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진짜를 보고 싶다면 결국,
심연 앞에 서는 일만이 남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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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무엇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져.
내가 뭔가의 뒤편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걸
이제야 갑자기 알게 된 걸까.
어두워, 모든 것이 캄캄하게 뭉개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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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이주의 한 문장 ‘이주의 한 문장’은 당신의 스마트한 독서라이프 파트너 원센텐스에서 한 주간 가장 반응이 좋았던 문장을 엄선해 여러분께 소개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