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살으리랏다
독도에 살으리랏다
독도에 살으리랏다
2016.05.17 15:38 by 한유미

천혜의 생태계를 가진 독도. ‘독도에 살고 싶다’고 한 번쯤 꿈꿔본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진: Taesik Park/Shutterstock.com)

지난 2009년, 포항항만청에서 독도 일일등대장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신혼부부를 비롯해 시민 20명이 선발되었는데, 경쟁률이 무려 10대 1이었다. 이들은 1박 2일로 독도에서 지내며 등대 점검 및 주변 순찰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독도에 사는 사람들

현재 주민등록 상 주소지를 독도에 두고 있는 사람은 총 22세대 23명(2015년 12월 31일 기준)이다. 민간인으로 김성도씨 부부가 있고, 나머지는 경비대원, 등대 관리원 등이다. 실제로 독도에는 독도경비대원 40여명, 등대 관리원 3명, 울릉군청 독도관리 사무소 직원 2명 등이 거주 하고 있다.

독도 최초의 주민 고 최종덕씨 (사진: 독도최종덕기념사업회/dokdoin.com)

독도 최초의 주민은 울릉도 출신인 어부 최종덕(1925~1987)씨다. 그는 1964년 독도에 들어갔는데, 서도 중간 분지에 독도에서 유일한 민물이 나오는 샘물을 발굴해 정착했다. 현 독도 주민 숙소 인근에 함석으로 토담집을 짓고, 23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다. 가족과 해녀 등으로 이룬 독도 부락의 촌장이기도 했다. 최종덕씨는 독도에서 전복 양식을 성공한 일로도 유명하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다시 주장하고 나오자 1981년 독도를 주소지로 하여 주민등록에 등재했다. 이후 1987년 사망 시까지 독도에 거주했다.

독도를 지키는 삽살개 (사진: 날개/hk_kim_kor.blog.me/150118995371)

독도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종인 삽살개도 4대(17년)째 살고 있다. 순수 토종인 삽살개는 일제 강점기 때 조선 견피(개가죽) 수집을 국책으로 추진하면서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복원 돼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었다. 삽살개 복원사업이 진행되던 1998년에 한 쌍이 기증되어 지금까지 4대째 독도를 지키고 있다. 1세대 ‘동돌이’와 ‘서순이’, 2세대 ‘곰이’와 ‘몽이’, 3세대 ‘독도’와 ‘지킴이’, 4세대 ‘서도’와 ‘천사’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외교부 독도 홍보영상)

독도에서 산다는 것

독도는 동도와 서도, 2개의 큰 섬과 주변의 89개 부속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서도에는 주민숙소, 물골(음용시설), 등반로 시설이 있다. 주민숙소는 373㎡ 크기로 2011년 8월 증축이 완료됐다. 김성도씨 부부는 어업을 생계로 거주하고 있으며, 울릉군청 직원도 2명씩 교대로 거주하고 있다. 주민숙소의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안용복길 3’이다.

동도에는 헬기장과 케이블을 보유한 독도경비대와 독도등대가 있다. 독도경비대가 사용하는 130㎡ 규모의 체육관에는 15종의 운동기구가 비치돼 있다. 탁구장도 있다. 독도경비대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이사부길 55’, 독도등대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이사부길 63’이다.

  독도의 주소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1번지.’ ‘독도는 우리땅’ 노래 가사에 나오는 독도의 주소다. 이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독도에 처음 부여된 것으로, 1979년 울릉군 남면이 울릉읍으로 승격되면서 독도의 주소도 ‘울릉읍 도동리’로 바뀌었다. 2000년에는 울릉군 의회에서 ‘독도리’ 신설 조례안이 의결돼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로 한 차례 바뀌었고, 2011년 도로명주소가 도입되면서 ‘독도이사부길’(동도)과 ‘독도안용복길’(서도)이라는 새 주소가 부여됐다.

독도의 도로명주소 표지판 (사진: 날개/hk_kim_kor.blog.me/150118995371)

독도에서 식수는 어떻게 마련할까? 서도 탕건봉 바위 아래에 주민들의 식수를 책임지는 물골이 있다. 앞서 소개한 최초의 주민 최종덕씨가 발굴한 것이다. 하루에 1t가량 나오며 3t까지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담수기 2기가 1일 4t가량  물을 생산해서 주민들이 마시고 사용하는 데는 넉넉하다.

한편 동도에는 자연수가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서도보다 더 큰 담수시설이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조수기가 설치돼 있어서 1일 27t의 물을 생산한다. 경비대원 등이 이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며 지내고 있다.

전기는 자체 발전시설을 통해 충당한다. 디젤 발전기와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낮에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축전기를 사용해 야간에도 사용할 수 있다. 독도의 천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디젤발전기 사용은 최소화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용량은 55kW로 약 18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독도경비대에 40kW, 등대에 15kW로 분산하며, 경비대 전력부하의 약 25%, 등대 전력부하의 100%를 책임질 수 있는 용량이다. 태양광발전소는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2008년 3000여명의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30억원을 모금해 설치되었다. 디젤 발전기는 서도 2기 50kW, 동도 2기 75kW 규모다.

통신은 ‘위성 LTE’가 담당한다. 재난, 재해 등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덕분에 몸이 아플 경우 원격진료도 받을 수 있고, 대용량 화상 전송 등의 서비스 속도도 도심과 동일한 수준. 동도 독도경비대의 내무실 앞에는 울릉우체국의 독도우체통이 위치하고 있다. 2달에 한번 운영되고 있어 아주 오래 걸리지만 편지를 보내고 받을 수도 있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은 어떻게 구할까? 동도의 해양경비대는 50일 주기로 교대 되는데 그때 같이 식자재가 들어온다. 그래서 식자재가 들어온 날 외에는 채소류를 먹기 힘들고 육류 위주로 식사를 한다.

독도경비대 (사진: 지원미송75/blog.naver.com/roohp/70178000243)

서도 주민들은 동도에 오는 배편을 통해 식자재를 받거나, 독도에서 잡은 물고기나 해조류를 식자재로 사용한다. 날씨 탓에 동도에 배가 오지 못하는 겨울철에는 생필품의 수급이 힘들다. 그래서 서도에 거주하는 김성도씨 부부는 겨울 동안에는 독도를 나가 울릉도에서 지낸다.

음식쓰레기는 발효기를 설치해 처리하고, 일반 쓰레기는 분리수거한 상태로 모아뒀다가 쓰레기 처리용 선박에 실어 육지에 주기적으로 보낸다.

독도에서는 선거도 가능하다. 지난 20대 총선 거소투표를 4월 9일 오전 독도 동도 접안지에 설치된 임시 투표소에서 진행했다. 독도경비대원 35명, 경찰관 4명, 포항지방해양항만청 독도항로표지관리소(등대) 직원 2명 등 모두 41명이 거소투표에 참여했다.

독도에 살고 싶다

이렇게 독도의 생활 조건에 대해 적다보니 실제로 독도에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상 독도에 체류하기는 어렵다. 공무원이나 연구원들만 허가 하에 체류할 수 있다. 독도경비대원이 되면 독도에 체류할 수 있긴 하지만, 매번 1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체력테스트와 전문가 심층면접, 인성검사도 통과해야 한다.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독도 관광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독도의 접안시설 (사진: 날개/hk_kim_kor.blog.me/150118995371)

울릉도에서 2시간 정도 배를 타면 독도 동도의 접안시설에 도착한다. 서도는 관람객 통제 구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 독도 접안 시설에 머루를 수 있는 시간은 30여분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접안률은 45% 정도로, 접안하지 못하는 날에는 독도를 한 바퀴 도는 순회관광으로 만족해야 한다.

우리의 섭섭한 마음을 달랠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독도로 등록기준지를 옮기거나 독도명예주민증 발급을 받는 것이다.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독도로 등록기준지(본적지)를 옮긴 국민은 3210명. 독도명예주민증을 발급 받은 사람도 2만2700여명으로, 외국인도 340명이나 된다. 독도 명예주민증 발급 대상은 독도에 입도하거나 선회관람한 자로, 울릉군 독도명예주민이 되고자 하는 자로서, 독도관리사무소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발급수수료 및 우편 발송비용은 무료다.

독도는 연평균 12도로, 1월 평균 1도, 8월 평균 23도이다. 안개가 잦고 연중 흐린 날이 약 160일 이상, 강우일수는 약 150일이다. 여름에는 불개미보다 더 작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아 독도 주민들을 그렇게 괴롭힌다는 깔따구도 있다. 겨울에는 음식 수급도 어렵다.

(사진: 외교부 독도 홍보영상)

독도에 살면 불편한 것들을 적어 보지만, 이내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에서의 일출을 떠올리자 내 가슴은 외친다.

‘독도에 살고 싶다.’

독도 다시보기‘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만으로 독도를 지킬 수 있을까. 본 시리즈에서는 분쟁 중이거나 이미 해결된 다양한 분쟁 사례를 통해 독도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분쟁의 섬이기 전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섬인 독도의 참된 가치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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