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보자, 모험과 신비의 나라 놀이공원으로
혼자 떠나보자, 모험과 신비의 나라 놀이공원으로
혼자 떠나보자, 모험과 신비의 나라 놀이공원으로
2016.05.16 14:56 by 황유영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스승의 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근로자의 날. 그리고 부처의 탄신일까지. 세상 모두를 기릴 것 같은 기념 과잉의 달, 행복하고 날씨까지 좋은 5월에 어린이도 어버이도 아닌 경계의 어른이를 위한 날은 없다. 흥.

여행주간에 임시 공휴일까지 만들어서 가족과 친구, 연인과 나들이를 떠나라고 종용하고 있지만, 혼자를 즐기는 이들을 등 떠밀어줄 손은 왜 없는가. '소파 방정환 선생님. 어른이를 위한 날도 만들어주세요.' 괜히 심통을 부리고 싶어지는 오월. 적진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기로 결심하였다.

바로 그 가족, 친구, 연인의 중심지로 간다.

분명 창피하겠지, 외로워 보이겠지. 무리수겠지.

하지만 간다. 롯데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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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롯데월드에 대한 추억팔이

어린 시절을 지방에서 보낸 내게 롯데월드는 서울의 상징이었다. 롯데월드와 비슷한 클라스의 테마파크들은 많이 있지만 서울랜드는 과천에, 에버랜드는 용인에 있지 않은가. 초딩, 중딩 시절에는 서울 공기 한번이라도 더 마셔보고 싶었다.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쫄보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달리듯 롯데월드로 들어가 귀가 울리는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여기가 서울이구나 싶었다.

막상 서울 살이를 하면서 롯데월드에 갈 일은 없었다. 친구에게 가자고 하기엔 유치해보이고, 사람 많은 그 곳에서 한 두 시간씩 기다리며 인기 놀이기구를 탈 여력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아마 혼자가 아니었다면 갈 수 없었을 것이다. 달려가서 후렌치 레볼루션을 타고, 범퍼카 타면서도 무서워서 소리 지르고, 기어이 바이킹을 한 번 더 타려다가 막차를 놓칠 뻔 했던 롯데월드에 말이다.

모험과 신비의 나라는 아직도 성행 중

롯데월드에 혼자 가기로 결심한 후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가장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여러 번 숙지했다. '개장 시간에 맞춰 가서 빠르게 인기 놀이기구들을 타고 와야지.' 설계는 완벽했다. 사실 방심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롯데월드에 가다고 말하면 백이면 백, 요즘 누가 거길 가냐고 했거든. 그래서 평일 오전에는 롯데월드가 텅텅 빌 줄 알았지.

롯데월드는 아직도 핫하다

9시 20분이 조금 지난 시각, 잠실역에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무리들이 나와 함께 이동을 시작했다. 지하철역에서 롯데월드까지 연결된 통로에 어림잡아 60~70여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롯데월드로 향하고 있었다. 아직 문도 안 연 롯데월드 앞에는 친구와 함께 한 초딩이, 중딩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롯데월드는 현재 진행형 모험과 환상의 나라였다.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청소년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느릿느릿 뒤 따라 들어갔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 애들 틈에서 뭘 할까 싶었다. 점심은 어떻게 먹지,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그렇게 터덜터덜, 내적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롯데월드에 들어갔는데… 특유의 울리는 소리가 귀를 때리자 갑자기 신이 나기 시작했다.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가 바로 이런 것인가. 내 어린 시절의 흥이 살아났다.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고 쓰고 연인들의 핫스팟이라고 읽는다
OMG. 혜성특급 선생님. 제가 왔는데 점검이라뇨.

어린이 시절에는 후렌치 레볼루션이 내 롯데월드 리드오프였으나, 매직 아일랜드로 먼저 향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날씨가 화창했다. 연인들 사이에 끼어서 인증샷을 찍었다.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내가 롯데월드를 즐기는 비법 중 하나는 가장 무서운 자이로드롭은 초반에 배치하는 것. 그러면 어지간한 놀이기구는 웃으면서 탈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간 날의 자이로드롭은 강풍으로 운행중지. 전통의 강자 혜성특급도 점검으로 중지였다. 그 촌스러운 형광 조명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고 섭섭했다.

바이킹은 천장에 닿아야 제맛 아닙니까.
나를 태운 말이 지쳐보이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엑소 백현오빠가 타셨다는 그 말은 어디있는 거죠.

다시 실내로 들어와 바이킹을 겨우겨우 타고, 신밧드의 모험까지 클리어 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11시에 가까워졌다. 사람들이 슬슬 몰리기 시작한다.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비하고, 소풍 온 학생들까지 몰려들었다. '도대체 저걸 누가 타' 라고 생각했던 모노레일 마저도 줄이 길다. 게다가 모노레일은 몇 분이 오셨냐고 묻는다. 강풍 때문에 매직아일랜드로 나가지도 않고 실내만 돈다는 김빠진 모노레일을 타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회전목마를 타러 갔는데, 아쉽게도 엑소가 탔다는 그 말은 찾지 못했다. 인증샷 찍기 좋은 회전목마 옆자리에서 유치원생 꼬마가 말을 건다. "이모 왜 혼자 왔어요?" 잔인한 어린이 같으니. 같이 회전목마를 타지 않은 꼬맹이의 엄마가 지켜보고 있기에 환히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린이, 너도 어른이 되면 혼자의 즐거움을 알게 될거야.'

회전목마를 타고 나니 슬슬 피곤이 몰려온다. 점심 대신 핫도그를 하나 베어 물고 여기저기 구경을 해보지만 어른이의 흥과 신남은 반나절이 한계치.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 전 롯데월드를 빠져나오는데, 왠지 흉물스럽게 그려진 로티와 로리가 어른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한다. 신비와 모험은 없었지만, 충분히 즐거웠다. 롯데월드.

떠나는 이들에겐 가혹한 로티 로리의 무서운 얼굴

혼자 레벨 ★★★★★

감히 최상위의 혼자 레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 그런 곳들이 있지 않은가. 연인의 상징, 소풍의 성지. 그런 곳에 혼자 가려는 마음을 먹기가 힘들다. 놀이기구를 타려고 대기하는 시간에는 딱히 영상을 보거나 노래를 듣기도 좀 외로워 보인다. 그래도 분명 혼자 오는 사람도 존재하며, 혼자가도 신나고 즐거울 때도 있다. 마치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면 다른 놀이기구는 더 재미있게 탈 수 있는 것처럼, 롯데월드를 클리어하면 혼밥, 혼술 정도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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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TIP

롯데월드는 자유이용권이다. 그 자유이용권은 비싸다. 그러나 우리에겐 카드가 있다. 카드사에 따라 혜택이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 1만원 후반대로 이용가능하다. 혼자 가는데 이왕이면 싸게 구입하자.혼자 타기 좋은 놀이기구는? 대기 시간이 짧고 좌석이 짝지어지지 않은 놀이기구일수록 혼자 타기 좋다. 1위는 회전목마. 재미는 없지만 대기줄이 거의 없고 예쁜 조명 덕분에 셀카 만 장 정도는 거뜬히 찍을 수 있다. 바이킹, 자이로드롭은 인기탓에 대기줄은 길지만 혼자타도 민망하지 않다.개장시간에 맞춰 가자. 그나마 사람이 없다. 열한시가 넘어가면 슬슬 줄도 길어지고 사람도 많아지기 시작한다. 개장 시간이 어렵다면 오후 시간을 노리자. 4시 이후에는 티켓 가격도 저렴해진다. 혼자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 무뎌져야 하지만, 굳이 인파를 견딜 필요는 없다.공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전 보다는 오후 시간을.요즘은 매직패스라는 신문물이 있다. 놀이기구 예약을 하듯, 어플로 신청하고 시간에 맞춰 가면 대기시간 없이 탈 수 있다. 혼자들에게 이보다 유용한 시스템이 있을까.

/사진: 황유영

혼자옵서예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1인 가구 수는 506만. TV에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이 등장하고, 혼밥, 혼술은 흔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가 버거운 사람들이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가능한 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한다.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즐기는 일을. 선뜻 내지 못했던 용기어린 도전이자, 대리만족이며, 불친절하지만 세심한 가이드다. 그리고 혼자서도 꿋꿋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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