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따던 청년은 왜 국제올리브 행사를 개최했나
이정석 제이오에스 농업회사법인 대표 • KIOOC 조직위원장 인터뷰
올리브 따던 청년은 왜 국제올리브 행사를 개최했나
2025.08.29 08:58 by 최태욱

“올해 행사 끝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내년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대박 아닌가요?(웃음)”

이정석 제이오에스 대표는 고무되어 있었다. 국내에선 시도된 바 없던 국제 올리브 오일 경연대회를 직접 주최하고,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는 자부심의 발로다. 지난 4년여, 농부이자 연구자, 커뮤니케이터로 올리브에 푹 빠져 살아왔지만, ‘최초’와 ‘국제’라는 타이틀이 주는 임팩트는 남다르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2025 한국 국제 올리브오일 경연대회(Korea International Olive Oil Competition, 이하 ’KIOOC‘)는 올리브를 향한 이 대표의 비전이 오롯이 구현된 무대다. K-올리브의 가능성과 국내 시장의 잠재력에 마중물을 붓기 위해 농장과 유통 현장, 그리고 관련 커뮤니티를 넘나들며 얻은 경험과 지식, 인맥을 쏟아부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올리브에 일가견이 있는 여덟 개 나라의 제품을 우리 기준으로 평가하고, 총 36개의 탁월한 올리브 오일을 선정해 영예를 안겼다는 점은 그 자체로 눈부신 성과다.

 

이정석(사진) 제이오에스 농업회사법인 대표 • KIOOC 조직위원장
이정석(사진) 제이오에스 농업회사법인 대표 • KIOOC 조직위원장

| 감귤밭 너머 올리브를 바라본 청년농부

“제주와 올리브, 이 마법 같은 단어 두 개가 합쳐진다면 진짜 마법이 펼쳐질 것 같았어요.”

이정석 대표의 비전은 유쾌한 무지에서 출발했다. 제주도도 올리브도 낯설었던 그의 구상은 겁이 없었기에 대담했다. 귀농 4년여 만에 제주도의 올리브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뽐낸 비결 역시 겁 없는 상상과 대담한 도전에 기인한다. 초심자의 야심이 적나라했던 그의 브랜드 ‘제주 올리브 스탠다드’는 이제 실제로 제주 올리브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근간은 역시 땅이다. 덤불과 잡초로 뒤덮인 땅을 갈아엎으며 손수 올리브 로드를 닦았다. 그곳에 심어진 100그루의 올리브 나무는 장사밑천이자 실험 재료였다. 올리브 스파클링 소다부터 올리브 치유농장 체험까지, 그가 지금 다루고 있는 수십 가지의 제품 및 서비스가 모두 실험의 결과물이다. 

기준을 만드는 건 고단한 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공부와 소통이다. 이정석 대표가 문자 그대로 주경야독하며 올리브 재배 기술이나 친환경 농약을 연구하고,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 과정까지 공부했던 이유다. 학습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제주올리브연구회’, ‘제주올리브영농조합법인’ 등 그가 직접 꾸린 공동체는 배움의 과정에서 얻게 된 든든한 우군이다. 이 대표는 “올리브의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협업의 범위도 커졌다”면서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 셰프, 요리 연구가, 바이어 등과 인연을 맺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현재 ‘즐거운 올리브 라이프’를 전하는 올리브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올리브 정보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이 그의 역할. 이미 신라호텔, 현대백화점, 렉서스 등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존재감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올리브의 정석’이라는 올리브 개론서를 출판했고, 올해 ‘올리브 오일의 정석’이라는 올리브 오일 전문서도 준비하고 있다.

 

올리브 농부이자 ‘올리브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인 이정석(오른쪽) 대표
올리브 농부이자 ‘올리브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인 이정석(오른쪽) 대표

|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올리브’, 백미는 ‘오일’
올리브 농사는 호흡이 긴 작업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흘러야 제대로 된 수확이 가능할 정도다. 농부에게 이 기간은 고스란히 소득 공백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이정석 대표의 ‘기업가정신’이 발휘되는 구간이다.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다양한 기획 업무와 창업 활동으로 다져졌던 기획력과 추진력이 총동원되어 ‘미생’ 올리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제주와 올리브의 조합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올리브에 제주가 가진 특색을 녹이면 고부가가치 아이템이 탄생할 것 같았죠. 올리브의 이국적이면서도 고급스런 이미지, 제주의 청정함이나 감귤의 상큼함…좋은 궁합이 기대되지 않나요?(웃음)”

올리브 스파클링 소다나 감귤맛 올리브 잼, 올리브 비누, 올리브 클렌징 오일 등은 모두 그런 발상으로 탄생한 제품군이다. 열매보다 빠르게 수확이 가능한 ‘잎’을 적극활용한 것도 묘수.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올리브 잎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고 있다”면서 “열매 못지않은 효능에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식품과 화장품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아낌없이 주는 올리브, 그중에서도 이 대표가 가장 주목했던 건 ‘오일’이다. 가치와 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은 전 세계가 인정한 건강식품이다. 국제 표준에 의해 등급을 매기는 몇 안 되는 식재료 중 하나일 정도. 최근 뜨고 있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잘 맞고, 점점 고급화되는 식문화에도 최고의 ‘핏’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다. 전체 식용유 소비량의 6%에 그치는 수준. 건강과 장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감안하면, 소위 ‘올라갈 일만 남은’ 분야라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이 대표는 “예전에 ‘올리브 오일’하면 샐러드 위에 살살 뿌리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은 지중해 식단의 인기와 더불어 다양한 볶음, 무침 요리 등에도 활용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고급 백화점에서 앞다퉈 ‘올리브 오일 전용 코너’를 신설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체험 현장 모습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체험 현장 모습

| KIOOC…전 세계에 증명한 K-올리브의 잠재력
이정석 대표가 국제 올리브 오일 이벤트를 구상하고 직접 실행에 옮긴 이유도 그래서다. 올리브 오일의 관심과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 반해, 그에 대한 정보는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리브 오일에 관해선,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과 같은 쇼핑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 종주국인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올리브 오일 경연대회를 개최해요. 대회마다 특색과 개성이 있겠지만 결국 원하는 바는 비슷하죠. 생산자에겐 판로를, 소비자에겐 정보를 주는 거예요.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가장 좋은 기회인 셈이죠.”

한국 최초의 국제 올리브 오일 대회. 포부는 거창하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다. 이제 귀농 4년 차 농부에겐 더욱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뉴욕올리브오일컴페티션(NYIOOC)’부터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인정받는 ‘올리브재팬(OLIVEJAPAN)’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하며 얼개를 잡았다. 가장 큰 과제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 이 대표는 “전문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들었고, 노골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곳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최초’가 극복해야 하는 허들인 셈. 이 대목에서 이 대표의 특유의 ‘추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다행히 ‘갈증’을 피력하는 수입업자들도 많았어요. 이런 대회를 애타게 기다렸다는 거죠. 그들의 응원 덕분에 내디딜 수 있었어요. 완벽을 추구하며 허송세월하느니, 일단 첫 단추를 꿰매보자 했던 거죠.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발 빠르게 실행하는 건 저에게 꽤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동안 구축한 올리브 네트워크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어주었다. 함께 동고동락하는 올리브 공동체의 멤버들은 물론, 올리브 오일 바이어, 소믈리에, 셰프, 요리 연구가 등 인연을 맺어왔던 동료들이 하나의 뜻을 위해 손을 보탰다. 

지난 5월 27일은 그래서 더 특별한 하루였다. 전 세계 8개국이 참여한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 올리브오일 경연대회에서 총 40종(퀄리티부문 36종‧디자인부문 4종)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시상대에 섰던 바로 그날이다.

 

‘KIOOC 2025’ 퀄리티 부문 수상작인 이탈리아의 ‘아르케 바이오(Arke Bio, 왼쪽)’와 스페이느이 아칸토 피쿠알(Acanto Picual)
‘KIOOC 2025’ 퀄리티 부문 수상작인 이탈리아의 ‘알케 바이오(Arke Bio, 왼쪽)’와 스페인의 아칸토 피쿠알(Acanto Picual)

이번 대회는 오로지 한국의 관점에서 올리브 오일을 재해석했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 출신 올리브 오일 테이스터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우리 음식과 잘 어울리는 올리브 오 일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한국 시장에 특화된 대회를 치르는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정석 대표는 “글로벌 전문가들로 심사위원진을 꾸리고, 국제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을 맞추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등대가 되어주고 싶었다는 이 대표의 바람은 나름의 결실을 맺었다. 행사 이후 수상 브랜드들과 백화점 올리브오일 바이어들의 일대일 상담이 이뤄졌고, 입점 계약도 속속 성사되고 있다는 후문. 특히 롯데백화점에서는 프리미엄 식재료를 모아 놓은 ‘고메 펜트리(Gourmet Pantry)’에 KIOOC 기획 코너가 마련되어 올리브오일이 와인이나 커피 같은 문화로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서울 잠실롯데타워에서 열린 ‘마르쉐 농부시장’을 비롯해 수상작 시음행사가 진행된 곳들도 많았다. 

                                    

행사 후 롯데백화점에 마련된 KIOOC 기획 코너
행사 후 롯데백화점에 마련된 KIOOC 기획 코너

가장 큰 수확은 제주 올리브, 나아가 우리나라 올리브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국내‧외에 증명해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의 시작과 끝을 갈무리한 이정석 대표는 이 행사가 우리 올리브의 위대한 여정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첫 대회이니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았어요. 하지만 올리브의 인식개선과 소비증진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진정성은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켜서 세계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최고의 올리브 오일 시상식으로 발돋움해야죠. 그럼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도 그리스처럼 식탁마다 올리브 향이 넘쳐나는 올리브 오일 소비국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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