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을 등지고 걷는 뱀의 길 ‘via dei serpenti’
콜로세움을 등지고 걷는 뱀의 길 ‘via dei serpenti’
콜로세움을 등지고 걷는 뱀의 길 ‘via dei serpenti’
2016.05.10 15:59 by 김보연

“분위기 좋은 동네 어디 없나요?”

많은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럴 때면 나는 ‘몬티(Monti)’ 지구를 추천하곤 한다. 이곳은 로마의 22개의 지구 중 하나로, ‘mountain’에서 연상되듯 ‘산’을 의미한다. 로마에는 여러 언덕이 있는데 그 중 ‘에스퀼리노’, ‘비미날레’, ‘첼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세 언덕 사이에 몬티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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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지구는 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는 테르미니(Termini)역에서 도보로 15분이면 찾아갈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테르미니 바로 다음 역인 카보우르(Cavour)역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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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우르 역에서 내리면 몬티지구에 닿는다. 

이곳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로마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콜로세움의 얼굴과도 마주할 수 있다. 콜로세움 곁에는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중 하나인 모세상도 있고, ‘쇠사슬 성당’에서는 성인 베드로가 로마의 감옥에 갇혀있었을 때 그의 손에 묶여 있던 쇠사슬 성물도 구경할 수 있다. 해가 어둑해질 때 몬티지구의 골목을 헤매 보자. 누구나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식당 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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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지구에는 언덕뿐 아니라 커다란 도로 두 개가 주변을 지난다. 하나는 이탈리아 은행 건물이 있는 ‘Via Nazionale’(‘via’는 ‘길’이라는 뜻), 다른 하나는 지하철 카보우르(Cavour)역과 같은 이름의 ‘Via Cavour’다. 그리고 이 커다란 두 개의 길을 잇는 작은 길이 이번에 소개할 ‘Via Dei Serpenti’다.

‘serpent’는 ‘뱀’이라는 뜻, 즉 Via Dei Serpenti는 뱀의 길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는 꼬불꼬불한 길이 연상되는데 의외로 이 길은 그냥 쭉 뻗은 길이다. 여기에서 Via Cavour쪽을 바라보면 콜로세움의 모습이 보인다. 이 길의 원래 이름은 ‘Corso Dei Monti’로, ‘몬티지구의 길’이라는 단순한 의미였다. 뱀과 관련된 이름은 1748년 지암바티스타 놀리(Giambattista Nolli)라는 건축학자의 지도 <Pianta Del Nolli>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길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성모가 뱀을 물리치는 환상 이야기, 이곳에 뱀의 둥지가 있었다는 이야기, 한 식당의 간판에 뱀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

최고의 관광 명소와 적절히 거리를 두고 있는 ‘Via Dei Serpenti’는 5월에 가장 아름답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작은 분수와 마주치게 되는데, 따뜻한 햇살에 비치는 물빛은 보기만 해도 참 시원하다. 여기서 피자 등으로 가벼운 점심식사를 뚝딱 해치우고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 학생들과 관광객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광장 건물에 늘어선 꽃처럼 자신의 색을 한껏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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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길을 찾는 이유는 여러 나라의 음식을 가장 잘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국 음식에 대한 충성도와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에선 외국 식당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성수기 시즌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이는 것과 대비된다. 서울에서는 점심은 멕시칸, 저녁엔 아이리쉬 펍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로마에선, 특히 여행객들에게는 참 어려운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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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a Dei Serpenti'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좀처럼 드문 풍경이다.

그러나 Via Dei Serpenti는 예외적으로 외국 음식을 파는 식당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도 음식점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창문에는 내부가 안 보일 만큼 많은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마치 걸스카우트 대장의 옷에 붙어 있는 수많은 배지들처럼. 그 배지들 중 아무거나 하나라도 꼭 가져보고 싶었는데 정작 나는 걸스카우트 활동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인도 음식점의 스티커들을 보니 유년기의 기억까지 머리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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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옷가게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득템'을 노려보자.

음식점들 사이사이에는 젊은 감성의 가게들이 있다. 다양한 테마의 옷 가게들도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구제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다. 이곳에 오면 서울의 동묘앞 구제 골목이 떠오른다. 잘만 고르면 그 옛날 명품 자켓을 단돈 몇 천원으로 건져 검정색 비닐봉다리에 담아 올 수 있었던 그 곳. Via Dei Serpenti에도 당신을 반기는 보물창고가 있다. 로마의 구제시장 최고의 핫 아이템은 ‘Barbour 자켓’과 ‘Dr.martens 워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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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빈티지 마켓과 더불어 남성복, 여성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도 있다. 겉보기에는 낡아 보이는 건물이지만, 그 안에 있는 옷의 가격들은 당신을 화들짝 놀라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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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게와 음식점 외에도 이 골목엔 로마 사람들의 생활용품도 판다. 이탈리아의 건물들은 대부분 1층은 상가, 2층은 주거용으로 활용된다. 바로 앞 골목에 사는 사람들이 나와서 장도 보고 각종 잡화도 구매한다. 조명가게를 보면 을지로 뒷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머플러들이 쌓인 모습을 보면 동대문 평화시장도 생각난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식료품들을 보면 마음까지 정갈해지는 기분. 요즘은 과일 철이라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이 가게에 만발한다. 로마에선 꽃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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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우산 장수가 웃지만 비가 그치면 로마의 하늘이 웃는다. 그 하늘 밑에서 관광객들이 가지각색의 젤라또를 손에 들고 걷는다. 생활과 여행이 교차하는 로마의 거리는 활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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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동묘와 종로, 을지로와 동대문을 간간이 연상케 하는 거리. 하지만 이내 빼꼼히 고개를 내민 콜로세움을 보며 ‘내가 로마에 있구나’ 확인하게 되는 곳.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은 거리, Via Dei Serpenti다.

/사진: 김보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죠'걷고 또 걷는다.' 걸작이라 불리는 도시 ‘로마’를 백 배 만끽하는 비법이다. 한때 전 유럽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드나들었던 로마의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보물. 작은 골목길이든, 큰 광장길이든 흥미로운 이야기와 사연이 즐비하다. 로마살이 1년 차 에디터가 전하는 ‘로마의 길’ 이야기를 통해, 콜로세움과 바티칸 너머의 진짜 로마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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