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주: 국경일이라 쓰고 ‘먹고 노는 날’이라 읽는다?
5월 둘째 주: 국경일이라 쓰고 ‘먹고 노는 날’이라 읽는다?
5월 둘째 주: 국경일이라 쓰고 ‘먹고 노는 날’이라 읽는다?
2016.05.09 15:06 by 써누

“황금 같은 연휴기간이 끝났어. 이젠 무슨 희망으로 살지?”

한국에 있는 친구의 넋두리다. 어린이날을 중심으로 이어진 나흘 연휴의 끝은, 일상의 시작을 의미했다. 그 친구는 “더 놀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까지 있던 연휴였지만, 어떤 이들에겐 그저 노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어린이날로 인식되는 5월 5일이지만 세계의 반대편, 멕시코에선 보다 의미 있는 날이다. 프랑스의 침략에 맞서 기적적인 승리를 이뤄낸 ‘푸에블라’ 전투를 기념하는 날로  ‘싱코 데 마요(Cinco de Mayo)’라고 불린다. ‘멕시코의 현충일’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사진:Milleflore Images/shutterstock.com)

멕시코 현지에선 전쟁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날이지만, 또 한편으로 이 날은 멕시코 문화와 음식을 즐기는 축제의 날이다. 해외거주 멕시코인들이 중심이 되어 이 날을 멕시코 문화와 음식, 그리고 축제를 즐기는 날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때문에 멕시코가 아닌 해외에서도 싱코 데 마요를 즐기는 사람들을 꽤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에서 싱코 데 마요의 열기는 무척 뜨겁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국경일, 기념일, 명절 등은 주로 노는 날 정도로 인식되기에 댓글은 주로 파티, 술, 놀 거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어떤 기념일, 명절이던 그게 무슨 상관이냐. 모두에게 술을 진탕 먹을 수 있는 변명거리를 준다면 그걸로 된거지.

: WW Point

 Get hammered  : 술을 진탕 마시다.

직역하자면 ‘망치에 얻어맞다’라는 뜻인데 망치에 얻어맞아 머리가 울릴 정도로 술을 진탕 마신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문) You will have less opportunity to get hammered, if you get married. (결혼을 하게 된다면, 술을 진탕 마실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질 것이다.)

싱코 데 마요는 그저 미국 대학생들이 테킬라를 마시고 취하기 위한 날일 뿐이다.

때문에 기념일의 역사적 의미와 유래에는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그저 이 날을 노는 날, 술 먹는 날, 혹은 멕시코 음식 먹는 날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네티즌도 보였다.

멕시코와 그 국민들은 그들의 명절을 빼앗기고 말았다. 싱코 데 마요는 멕시코 문화에서 중요한 날이지만 미국의 중산층들은 이를 그저 노는 날 정도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싱코 데 마요’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 중 아마 단 한 명도 이 날의 의미와 유래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이들이 아는 거라곤 그저 이 날이 멕시코풍 먹거리를 먹는 날이라는 것일 뿐이다. (후략)
우리 가문의 선조들은 푸에블라 전투에 실제로 참여했고 나는 사람들이 싱코 데 마요를 즐기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날을 멕시코 독립기념일로 생각하고 즐긴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술을 마시고 즐기는 것은 자유이지만 최소한 자신이 어떤 기념일을 즐기는지 그 의미는 알아야 한다.

또한 최근 테러사건, 이민자 및 난민문제, 세계경제불황 등으로 반이민주의 및 고립주의가 만연하면서 인터넷상의 여론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이민자를 대거 배출하는 멕시코의 기념일을 자국에서 축하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네티즌들이 꽤 보였다.

싱코 데 마요는 그저 멕시코 주류회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엉터리 기념일일 뿐이다.
멕시코 관련 얘기를 듣는 것에 질린 사람 나밖에 없나? 여긴 미국이다. 이런 것보다는 미국인이 어떤 것을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떤가.

어쨌든, 분위기가 조금 안 좋긴 했지만 별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넘어가는 듯 했던 이 날, 페이스 북에 하나의 게시 글이 올라오면서 인터넷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모두 싱코 데 마요 잘 보내세요! 트럼프 타워 그릴(본인 소유 레스토랑)에서는 최고의 타코볼 (멕시코 음식)을 만듭니다. 히스패닉 여러분들 사랑해요!” (출처: 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보통 사람이라면 이러한 인증샷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글을 올린 장본인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멕시코와 그 이민자들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던 미국 차기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였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게시 글이지만, 이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많은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정치인들이 싱코 데 마요를 맞아 여러가지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해)멕시코에서의 이민 때문에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대중영합의 최고봉이다.

: WW Point

At its finest (at its best)  : ~의 최고봉. 단순히 the best라는 형용사를 쓰는 것보다 더 세련된 느낌이 나기 때문에 광고나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

예문) Wall Street, the Capitalism at its finest.(월스트리트, 자본주의의 최고봉.)

트럼프 대신에 타코볼이 대통령이 되면 안될까?
(트럼프의 게시글을 비판하는 뉴스 기사에 대해) 최근 내가 본 뉴스기사 중 가장 멍청한 기사이다. 트럼프가 왜 타코볼 인증샷을 찍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사람들이 정말 거기에 신경이나 쓸 것 같은가? 트럼프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를 가지고 먹을지에 대한 자유가 있다. 이런 기사가 정말 오늘 날의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
타코 카드를 꺼내다니. (먹는걸 정치적 전략으로 삼다니.)

: WW Point

 Playing the Card  : 카드를 꺼내다.  ~를 (정치적) 전략으로 삼다. 행보를 보이다.

‘Card’라는 단어가 정치적 전략, 행동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유명 미국 정치드라마의 제목 “House of Cards”도 ‘정치적 전략과 행동의 요람’이라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여기서 ‘히든카드를 꺼내다’라는 표현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사실 ‘히든카드’는 영어권에서 주로 쓰는 표현이 아니다.

예문) Politicians will never stop playing the “military service” card. )(정치인들은 군복무문제를 정치적 전략으로 삼는 것을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WW Review

In Cinco de Mayo, college kids just get hammered and politicians play the race card at its finest while underpaid Mexican immigrants still work all day to make a living.

(싱코 데 마요가 오면 대학생들은 술을 진탕 퍼마시고 정치인들은 최고의 ‘인종화합’ 기회를 맞아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반면, 저임금의 멕시코 이민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날도 하루 종일 일한다.)

(일러스트:Lonely/shutterstock.com)

월드&워드 세상은 지금 무엇을 보고, 어떻게 말하는가? 나라 밖 이슈와 그들의 반응을 갈무리한다. 외쿡에서 요긴히 써먹을 만한 실전 영어표현은 덤이다

필자소개
써누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자본과 인력, 인지도 부족으로 애를 먹는 스타트업에게 기업공개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단숨에 대규모 자본과 주목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파트너와 고객은 물론, 내부 이...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되는 스타트업 30개 사는 어디일까?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