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하이힐의 낯선 과거
날선 하이힐의 낯선 과거
2016.04.28 14:00 by 정원우

올해 초 있었던 한 영화제작 발표회 현장. 영화배우 강동원이 8cm가 넘는 굽의 부츠를 신고 등장했다. 연예인의 스타일에 왈가왈부하는 것도 웃기지만, 하이힐을 신은 그의 모습은 실로 낯선 것이었다. 주변에선 “강동원만 아니었으면 욕 나올 뻔했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하이힐’. 이제 많이 볼 수 있는 계절이 됐다. 멋쟁이 여성들은 두툼한 외투로 봉인했던 몸매를 맘껏 뽐낼 때이고, 각선미가 부각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이 요술신발이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오죽하면 20세기 최고의 섹시 아이콘 마릴린 먼로가 “하이힐을 누가 발명는진 몰라도 여자들은 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이힐은 여성성의 완성을 위한 필수템인가 보다.

먼로의 완성은 구두! (사진: Patrizia Tilly/ shutterstock.com)

사실 개인적으론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크루셜 스타’의 노래 ‘플랫슈즈’ 가사처럼 “힐 말고 너는 플랫슈즈 신어줘~♪♬”라고 말하고 싶다. 여자 친구가 힐 신은 모습을 보면 은근 불안함마저 느낀다. 행여 넘어지지는 않을까, 발 아플 거 같은데 바꿔 신어줄 수도 없고, 사실 별 차이 없는데 저렇게까지 고집하는지… 이해불가다. 톱 모델 나오미 캠팰이 한 패션쇼에서 40cm짜리 힐을 신고 워킹을 하다 넘어졌던 일화도 유명하지 않나. 실제로 하이힐이 사람의 발에 가하는 압력은 압력밥솥의 4배란다. 발가락, 발목, 발바닥 근육, 척추, 심지어 위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쯤 되면 ‘목숨 건’ 스타일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멋’ 때문이야~ ‘멋’때문이야~ (사진: Diego Cervo/shutterstock.com)

그런데 여자만의 전유물로 알려진 이 하이힐을 남자가 먼저 신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가장 잘 알려진 유래는 오물을 피하기 위해 고안됐다는 것. 특히 베르사유 궁전에선 화장실을 불결한 장소로 여겨 궁전 내에 두지 않았고, 그로 인해 궁전 주변 정원은 사람과 동물들의 오물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걸 피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발이 바로 하이힐이란 것이다.

(사진: Laurin Rinder / shutterstock.com)

하이힐이 기원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주장도 있다. 대략 기원전 35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출처가 명확하지 않는 여러 가지 설(說)들이 돌고 있다. 여러 설들 간에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남성들만, 그것도 자신이 고위층임을 나타내기 위해 신었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아래 사람을 내려다보기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을 신었다’는 내용의 증거가 그리스 테베 고분 벽화에서도, 이집트 유적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말을 탈 때 발걸이에 쉽게 걸기 위해 사용됐다는 기록도 다수 있다.

highheels

그렇다면 여성들은? 사실 이전까지 여성들은 긴치마를 입고 다니기 때문에 하이힐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신발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17세기 무렵부터 여성들이 남성 패션을 차용하기 시작했고, 터키에서 만들어진 ‘쵸핀’(chopine‧바닥창을 두껍게 댄 여자용 높은 구두)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이는 20~75cm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굽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혼자 걷기는 불가능하고 옆에서 하인들이 거동을 도와주어야만 했다. 자신을 보필하는 하인들과 대동해 걷는다는 것은 곧 지위와 부의 상징이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시선들을 원했던 것이다.

18세기에 들어서, 왕정이 폐지되는 국가가 늘어나고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풍조가 생겨나자, 남성들의 하이힐은 점차 사라졌다. 하이힐 같은 화려한 의복은 비이성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간단한 형태의 신발들을 즐겨 신었다. 활동에 지장을 주는 하이힐은 남성들 사이에서 점차 퇴물로 전락하였고, 완벽히 여성들의 독차지가 되었다.

언제까지 바라보기만 할 건가 (사진: Kl Petro/shutterstock.com)

강동원이 하이힐을 아주 훌륭히(?) 소화한 걸 보니, 이런 풍토 또한 언젠가는 다시 바뀔지 모르겠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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