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 부른 계절의 ‘시그널’, 봄이 오는 6가지 신호
간절함이 부른 계절의 ‘시그널’, 봄이 오는 6가지 신호
간절함이 부른 계절의 ‘시그널’, 봄이 오는 6가지 신호
2016.04.06 00:50 by 최현빈

날씨라는 게 참 신기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찬 바람이 쌩쌩 분 것 같은데 어느덧 햇살이 따습다. 출근길, 화사하게 핀 개나리와 목련이 머리 위로 끝없이 지나간다. 분명 어젠 꽃봉오리였던 것들이 밤새도록 열심히 꿈틀거렸나. 어떤 거짓말에도 속지 않겠다고 다짐한 4월의 첫날이지만 이렇게 다가온 봄에는 기분 좋게 속고 싶다. 노란 봄기운에 흠뻑 취해 서울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온다는 응봉산(성동구 응봉동)으로 향했다.

응봉산은 서울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곳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등산로 초입부터 인산인해를 이룬다. 평일 오후치곤 과하다 싶을 정도. 알고 보니 이날 인근 초등학교의 백일장이 열렸다고 한다. 가슴팍에 하얀 도화지를 낀 아이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주제는 응봉산의 자랑 ‘개나리’. 아이들이 노랑 물감만 들입다 파고 있는 이유다. 인근 주민들도 제법 모였다. 유유자적 산보를 즐기는 노부부가 있는가하면, 삼각대를 세우고 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연인들도 보인다. 솜사탕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산에 울린다.

응봉산의 존재감은 조숙한 개나리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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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의 존재감은 조숙한 개나리로부터 나온다.

본래 응봉산은 한강의 야경을 담기 위한 ‘출사족’들이 자주 찾는 곳. 하지만 봄이 열리는 시기라면 얘기가 다르다. 매년 4월 1일부터 3일까지 ‘응봉산 개나리 축제’(성동구·서울문화재단 주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달력을 보지 않아도, 봄이 오는 걸 알 수 있죠. 몇 가지 신호가 있으니까요.(웃음) 저는 이렇게 꽃을 보면 가장 실감이 나요. 개나리가 피어야 비로소 봄이 온 거죠.”

개나리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학생 김이나(25·서울 성동구) 씨의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받아들이는 봄의 신호가 있는 걸까.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들이 간절히 바랐던 계절 ‘봄’.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그 신호들을 정리해봤다.

①날린다, 꽃가루가 날린다_ ‘봄꽃’

개나리가 봄의 첨병이라면, 벚꽃은 본진이다. 지난 4월 2일, 서울에도 공식적으로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본격적인 ‘봄나들이’의 때가 무르익었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의 벚꽃놀이 투톱인 진해 군항제와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를 비롯해, 주말 동안 전국 각지에서 벚꽃 감상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봄의 보스다.(사진: Nila Newsom/shutterstock.com)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벚꽃은 4월 7일과 8일 사이에 절정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연인들에겐 서로의 머리에 꽃을 꽂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한 주다. 커플들 틈에 둘러싸이는 게 부담스러운 싱글이라면, 서울의 고즈넉한 벚꽃 명소들을 추천한다. 불광천길, 장안동 벚꽃길, 양재천 같은 곳에서도 유유히 봄을 만끽할 수 있다.

혼자선 도저히 못 가겠다면? 꽃은 포기하고 나물로 눈길을 돌리자. 밥 한 공기에 봄나물을 듬뿍 담아 고추장과 참기름에 슥슥 비비면, 오롯이 봄과 하나 될 수 있다. 몸에도 좋은 건 덤.

그래, 먹는 게 남는 거다.(사진: pixabay.com)

②들린다, 봄의 선율이_ ‘봄노래’

예상했을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시즌 송이었던 머라이어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제목 몰라도 된다. 크리스마스 즈음, 거리서 들리는 여자 영어노래면 이거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절 알림곡, 벚꽃 좀비 장범준의 ‘벚꽃 엔딩’이다. 이 노래가 들린다면, 겨울도 봄이다. 그가 ‘벚꽃 엔딩’을 발표한 게 벌써 5년 전. 그동안 수많은 노래가 피고 지기를 반복했지만 그는 마치 벚꽃 나무처럼 봄이 되면 자연스레 다시 피어났다. 장범준 본인은 이 노래가 우리들의 ‘봄캐롤’이 될 것을 예상이나 했을까?

(이미지: 버스커 버스커 2집 자켓)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그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설렌다는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어쩌면 수십 년 후에도 손녀·손자와 함께 이 노래로 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진: Ivana Forgo/shutterstock.com)

③불어온다, 살랑살랑_ ‘치맛바람’

세탁소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무거운 겨울옷과 이불은 구석자리를 찾아간다. 아파트 베란다에선 봄볕에 말리는 담요가 바람에 나풀거린다. 땅에서는 따뜻한 아지랑이가 올라온다.

(사진: Masson/shutterstock.com)

본격적인 봄맞이 채비는 의상부터다. 하늘하늘한 카디건과 살랑살랑한 플레어스커트가 거리를 수놓는다. 옷차림이 바뀌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 보인다. 모두가 봄 총각, 봄 처녀가 되어 기분 좋은 분위기를 발산한다. 웨딩 사진을 찍는 예비부부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겨울잠 자던 옷들을 새로 꺼내 입는 것은 봄의 또 다른 즐거움. 바닥에서 들리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하다.

(사진: 578foot/shutterstock.com)

④시작된다. 그들의 열광이_ ‘야구개막’

겨울 끝 무렵 유독 말이 많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야구팬들이다. 이번 시즌에 우리 팀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설렘과 불안, 비관과 낙관이 뒤죽박죽 섞인다. TV가 놓인 식당이나 술집 앞에는 이제 야구팬들의 목소리로 가득 찬다. 서로가 응원하는 팀을 두고 끝없는 논쟁이 펼쳐진다. 그런 논쟁조차 그리웠다. 하늘이 화창한 날, 치킨과 맥주를 들고 갈 곳은 정해졌다.

(사진: commons.wikimedia.org)

봄은 야구 시즌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새롭게 피어나는 순간이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 출근을 하는 이들도 많다. 모두 각자의 새로운 시작에 설렌다. 새로 만난 선배 얘기, 옆자리 앉은 여학생 얘기, 약간은 괴상한 새 짝꿍 얘기, 봄에는 이런 이야기와 웃음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이런 소리들이 다시 새 봄을 재촉한다.

⑤떠나고 싶다. 훌쩍_ ‘역마살’

하늘은 왜 이렇게 파란 건지, 집에 있는 게 왠지 죄스럽다. ‘어디론가 훌쩍!’ 생각이 굴뚝이다. 즉흥적으로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유채꽃 사이에서 뛰놀고 싶기도 하고, 예정 없던 버스에 올라타 해변이든, 계곡이든 그저 달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 휴가철도 아니고, 아직 날도 쌀쌀할 터인데… 이유도 없고, 논리도 맞지 않으니 역마살 혹은, 방랑벽쯤으로 해두자. 그리고 그런 마음이 불쑥 불쑥 찾아든다면, 그때가 비로소 봄이라고 해두자.

(사진: Jaromir Chalabala/shutterstock.com)

⑥귀찮다. 모든 게_ ‘춘곤증’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일 년 내내 피곤했고, 귀찮아했다. 겨울엔 추워서, 여름엔 더워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봄날의 나른함은 더 큰 무언가가 있다. 이는 필시, 귀찮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당위성’ 같은 거다.(동곤증이나 하곤증이란 말은 없지 않나!) 몸소 축적한 경험에 의하면, 봄의 나른함은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참겠다고 이 악물고 버텨봤자 고개는 결국 꾸벅꾸벅 떨어지고 업무 효율은 제로에 수렴한다. 차라리 점심을 먹고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공원에서 짧은 낮잠을 취해보는 걸 추천한다. 봄의 기운은 잠깐의 오침으로도 달콤한 충전을 선사한다. 산책할 여유가 없다면 달달한 간식거리라도 하나 사 들고 들어가자. 나른한 일상에 소소한 기쁨이 된다.

꿈 속에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중일 것이다.(사진: Antonio Guillem/shutterstock.com)

/사진: 최현빈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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