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genius)’ 위에 ‘어스(us)’
‘지니어스(genius)’ 위에 ‘어스(us)’
2016.03.25 10:03 by 시골교사

학업성취도는 3위지만 국가경쟁력은 26위에 그치는 대한민국. 학업성취도가 13위임에도 국가경쟁력은 5위에 빛나는 독일. 두 나라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선행학습도, 방과 후 수업도, 참고서도 없다는 독일의 교육을 통해 배움의 의미를 되새긴다.

체험 위주의 방과 후 활동, 취미와 여유로 들어찬 방학생활. 독일의 학교 밖 풍경을 만나본다.

 

| “아이가 무엇이든 새로 배우려 하고, 한번 가르쳐주면 좀처럼 잊어버리질 않아요.”

우리 아이들 얘기면 좋겠지만… 니오니(Lionie)라는 큰아이 친구 얘기다. 니오니의 엄마는 아이의 남다른 학구열과 습득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 아이는 네 살에 글을 떼고, 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한 소위 ‘영재’다. 유치원 과정에서 전혀 학습을 안 시키는 것이 통례인 이곳에서, 네 살에 글을 뗀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도저히 까먹어 지지가 않아! (사진:pathdoc/shutterstock.com)

학교에 들어온 지 한 달 쯤 됐을까. 조기 입학을 했음에도, 여전히 니오니에게 수업은 무의미한 시간이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독일의 교육 속도는 거북이보다 느리다. 1학년 국어시간엔 반복적으로 철자를 익히는 게 전부인데, 이미 글을 줄줄 꿰고 있는 니오니에겐 그보다 지루한 시간이 없는 게다. 니오니의 담임선생님은 아이 부모를 학교로 불러, 아이의 ‘월반’(越班‧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상급 학년으로 진급시키는 일)을 제안 했고, 아이는 입학 한 달 만에 2학년이 됐다. 우리나라의 부모 같으면, 꽤나 자랑스러워하며 동네방네 소문도 낼 일. 하지만 니오니의 부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다시 1학년으로 내려오게 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아이의 사회성과 적응력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이유였다.

원래 천재는 외로운 거라지… (사진:Sunny studio/shutterstock.com)


| 독일 초등학교에의 월반‧낙제 제도

독일의 초등학교 1~2학년에선 주로 독일어와 수학이 학습의 주를 이루고, 거기에 자연과 사회, 종교, 미술, 음악, 체육 등을 곁들여 배운다. 3학년으로 올라가면, 여기에 영어 과목을 하나 더 추가하여 배우게 된다.

독일은 초등학교부터 월반도 할 수 있고, 반대로 ‘낙제’ 제도도 시행된다. 위에 열거된 모든 과목 평균이 1.5 이상, 우리나라로 치면 95점 이상이면 월반이 가능하고, 모든 교과 평균이 50점 이하이면 상급학년으로 진급할 수 없다. 즉 능력이 되면 올라가고, 능력이 안 되면 일 년이 늦더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낙제를 시켜 해당 학년의 내용을 익히고 가게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재수라니…(사진:Firma V/shutterstock.com)

학기말이 되면, 담임교사는 성적이 시원찮은 학생에 대해 1년의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하도록 권한다. 교사의 입장에선 아직 어린 나이에 시기를 놓쳐 못 배우고 넘어가는 것보단, 낙제를 해서라도 배울 것을 정확하게 알고 가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부모 된 입장에서야 이런 권유를 받으면 당연히 속상하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급학년에서 나타나는 학습부적응을 막기 위한 조치임을 익히 알기 때문에, 부모들 대부분은 그런 권유를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 월반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

반대로 성적이 아주 좋은 학생에게는 월반을 권한다. 학습 능력이 뛰어나게 타고난 경우는 빨리 진급시키는 것이 그 아이의 학교 적응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곳 사회의 지배적 생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독일 부모는 월반이라는 학교결정을 마냥 환영하지 않는다. 매우 고민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아이의 친구 중 또 다른 영재의 학부모는 학교 측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예 월반을 거부했다. 나는 “아이가 그만큼 뛰어나서 그런 건데, 왜 월반을 시키지 않는 거죠?”라고 물어보았다. 그 부모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나는 우리 아이가 남들 보다 빨리 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 속에서 소통하며 건강하게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지적인 부분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지성보다 사회성이 더 뛰어난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 학부모들은 남보다 빨리 가는 것에 대해 신중하고, 사회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사진: paulaphoto/shutterstock.com)


| 독일이 영재를 다루는 방법

독일 교육은 결코 억지로 만들어가지 않는다. 타고난 능력을 적절하게 자극하며 끄집어 낼 뿐이다. 그것도 학교 교육의 수업 현장에서, 교사의 관찰과 평가로 발굴된다. 담임교사와 교과교사가 지켜본 결과, 저학년의 경우 배우는 속도가 남다르거나, 고학년의 경우 성적이 아주 뛰어나면 그 아이를 영재로 인정하고, 그러한 영재성이 존중받게끔 조치한다. 영재교육이 조급하게 선행학습으로 만들어지거나, 기계적인 반복을 통해 훈련된 것을 수치로 측정하는 것이 아닌 타고난 것을 그대로 존중할 뿐이다.

가끔씩 월반 정도론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천재들도 나온다. 그런 경우에는 국가가 그들을 따로 모아 관리한다. 수업방식도, 교과 과정도 일반 학교와는 물론 다르다. 만약 국가가 이들을 적절하게 관리, 통제하지 않으면 사회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사회발전에 굉장히 기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 상상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사회에 떠안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천재와 영재교육을 두고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간다.

(사진:Halfpoint/shutterstock.com)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휴지 줍는 교장선생님 나빠요’

사실 어느 나라나 초등학교는 비슷비슷하죠. 그런데 독일 초등학교는 조금 특이한 게 있습니다. 교실, 운동장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집중력을 최대한 고려한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이죠. 아이들이 수업에 방해받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 셈이죠. 일례로, 복도 쪽에 있는 교실은 유리창 하나 없는 벽이에요. 외부에서 볼 수 없다는 뜻이죠. 교실로 드나드는 문도 하나 뿐이고요. 이런 구조 덕분에 타 반의 아이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외부인에 의해 수업을 방해받는 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땅이 넓은 나라라서 그런지, 학교마다 운동장 시설도 아주 잘 되어 있어요. 대부분 천연잔디가 깔려져 있고,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확 트이게 할 정도로 널찍합니다. 운동장의 모든 관리는 학교 집사가 맡아서 하고요. 이 운동장 역시 교실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어, 한 반의 체육활동으로 다른 반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받거나,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집중력을 잃을 일이 없습니다. 학교 시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실내 체육관인데요.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으로 되어 있는 이 시설은 각 층마다 칸막이 설치가 되어 있어 여러 반이 같은 시간에 체육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해가 쨍쨍 찌는 더운 여름이나 비바람과 눈보라가 치는 겨울에 체육수업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시설 덕분이고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청소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데요. 이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에서 청소는 학생들의 몫이 아니거든요. 학교에서 의뢰한 용역업체에서 전 교실의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어요. 사무실의 어린 여자직원이 아침 일찍 나와 컵을 닦거나 책상을 행주질 하는 모습도 볼 수 없죠. 교실이든, 사무실이든, 운동장이든, 청소는 청소부의 고유영역이거든요. 우리나라처럼 교장 선생님이 일일이 휴지를 줍고 다니는 걸 본다면? 결코 존경의 눈빛만 보내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건 청소부 역할에 대한 월권일 뿐이거든요.

(사진:gorillaimages/shutterstock.com)

 

다음이야기초등학교부터 본격적인 성교육을? 개방된 성문화에 대응하는 학교의 자세, 독일의 성교육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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