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핵실험과 경제 제재, 그리고 미생의 미래
4차 핵실험과 경제 제재, 그리고 미생의 미래
4차 핵실험과 경제 제재, 그리고 미생의 미래
2016.03.08 23:08 by 이주철

철옹성 같던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 대중들은 드라마와 영화 등 남한의 대중문화를 암암리에 접하고 있고, 평양에서는 스마트폰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식량난, 질병 퇴치 등 고질적인 과제와 함께 체제 유지라는 상반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현재 KBS 남북교류협력단 연구위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글을 통해 북한 사회를 조명해보고, ‘통일’이라는 과제를 안은 지금의 세대에 메시지를 전한다.

북한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은 모두 ‘자본주의’이고, ‘사회주의’의 탈을 쓴 것은 죽은 것이 대부분이다. 북한 사람들은 이미 자본주의에 접어들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합종연횡(合縱連橫)! 삼국지(三國志)! 미생(未生)!’

한국 남자들이라면 어린아이부터 성장과정에서 꼭 읽고 듣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이야기 중 하나가 삼국지이다. 유비, 관우, 장비의 우정과 그 놀라운 전투 무용담! 그리고 조조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한국의 아이들은 세상사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중국엔 스토리가 정말 많다. 역사가 길고 나라가 많다보니 건국과 전쟁 등 흥망성쇠의 이야기가 다양하고, 그 안에서 뛰놀던 호걸과 잡범의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또한 큰 나라의 횡포와 작은 나라가 살아남는 생존 이야기도 다양하다. 그러한 중국이 우리 역사 속 이웃으로 보여줬던 모습의 큰 그림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대응과정이었다.

그러나 전근대 시기 세계 최강의 나라였던 중국은 근대 역사에서 반식민지의 수모를 겪었고, 냉전체제 하에서 공산당의 중국은 여전히 매우 가난한 대국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공산당 시대 30년만에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었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에는 G2의 자리에 등극하였다.

가난한 공산당 시대 30년만에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었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에는 G2의 자리에 등극하였다. (사진: Iakov Kalinin/shutterstock.com)

‘도광양회(韜光養晦)! - 일부러 몸을 낮추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늦춘 뒤 몰래 힘을 기른다’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력이 생기기 전까지 몸을 낮추는 전략을 취했고, 2010년대에 마침내 G2가 되었다. 중국과 같은 대국조차도 숨을 가다듬으며 몸을 낮추고 실력을 기르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반도는 큰 땅과 인구를 가진 강력한 나라가 아니다. 남한이 역사 이래 최대의 경제력과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주변 세계 열강과 대립을 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하다. 한반도의 나머지 반쪽인 북한의 경제력은 남한의 1/38로 비교할 수도 없다(2013년 국민총소득). 지금까지도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국의 지원을 받아야 했고, 전력이 부족하여 수도인 평양조차 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가정의 조명용 전기가 부족한 상황이니, 공장 기업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고, 경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이미 수십년 째 계속되었다. 1980년대에도 전력이 부족하고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이 없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산업시설들은 전혀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아에서 벗어난 것은 외부의 원조와 작동하지 않는 계획경제의 붕괴로 인한 인민들의 시장 활동이 배경이다.

김정일정권은 남한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 회생과 체제 생존을 모색하였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끌어내왔다. 그러나 핵보유를 통한 세습체제 생존으로 정권의 생존전략이 변화하면서 4차 핵실험에 이르렀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인해 더 이상 중국의 지원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김정은정권의 경제특구 정책이 주변 국가과의 갈등 속에서 한 치의 진전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는 기존의 무역과 경제협력마저 단절되는 상황이 되었고, 북한 주민 모두가 경제적 제재의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진: MyImages - Micha/shutterstock.com)

체제의 유사성이 일부라도 남아있는 중국과 같은 대국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은 김정은정권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4차 핵실험을 통해 중국의 지원과 협력은 이제 경계를 넘어섰고, 김정은정권은 주변 강국과 대립 속에서 생존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합종연횡(合縱連橫)! - 약소국이 연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외교책’

북한과 같은 약소국은 주변국가와의 협력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체제의 유사성이 일부라도 남아있는 중국과 같은 대국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은 김정은정권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4차 핵실험을 통해 중국의 지원과 협력은 이제 경계를 넘어섰고, 김정은정권은 주변 강국과 대립 속에서 생존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6.25전쟁 때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전쟁에 승리하지 못했는데, 이제 한반도에서 북한이 전쟁을 도발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도 북한 스스로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남한과의 군사적 경쟁도 어려운 마당에 중국과 러시아 국경마저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진행된다면, 북한의 방어시스템은 이미 심하게 망가진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합종연횡’이 필요할 때에 미숙한 북한권력자의 독자적 핵보유를 통한 생존전략은 전략적 오판이 되고 말았다.

‘삼국지(三國志)!’

삼국지는 음모(陰謀)에서 시작해서 음모로 끝이 난다. 상대방의 권력을 뺏기 위해 어디서든 음모가 판친다. 더군다나 궁정권력은 음모로 모든 것이 결정난다. 음모로 권력을 뺏고 음모에 당한다. 세계 열강은 모두 음모에 능한 국가이고, 그 중에서도 삼국지의 중국은 최고봉이다. 내부에서도 점차 북한 중상층 엘리트들의 불만이 확산될 것이며, 어려운 경제 생활로 인해 주민의 정권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비서가 삼국지를 읽어 보았을까?

(사진: 조선신보)

미생(未生)!

살아는 있지만, 언제 어찌될지 알 수 없는 것이 김정은비서의 미래이다. 이미 역사의 대세는 결론이 나있다. 이제 이 세상에 김정은정권과 같은 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곳은 없다. 그리고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 정권이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즉 김정은정권의 미래는 본질적으로 발전적 전망이 없다. 아직 권력을 가진 김정은비서가 선택해야 하는 길은 한 가지이다.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것이고, 인민의 민심을 얻는 것이다. 그래야 살 길이 생길 수도 있고, 퇴진을 해도 질서 있는 퇴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수십년간의 고난의 행군 속에서 북한인민들은 이미 고난을 스스로 견뎌낸 사람들이다. 노동당이나 김정은의 통치가 그들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적으로 생존해야만 하게 됨을 알게 된 북한인민의 각성은 김정은정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혁은 시작하기 어렵다. 그리고 개혁의 성공은 더더욱 어렵다. 대부분의 개혁이 이미 심각하게 망가져야 시작되기 때문에 개혁의 성공이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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