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다른 나라에서 쉽사리 찾을 수 없는 조금은 독특한 소외계층이 있습니다. 바로 '퇴역군인' 입니다. 퇴역군인이 왜 소외계층이 되는지에 대해 우리나라 병역제도와 환경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로 대부분의 남성들이 20대 시기에 군인으로 활동하고 전역 후 자연스레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갑니다. 소수의 직업 군인은 은퇴 시기까지 군인으로 복무하거나, 일찍 전역하더라도 직업군인으로의 경험과 특색을 살려 각자 나름의 사회 활동을 하는 것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퇴역군인이 우리와 좀 다른 이유는 '실제 전쟁'에 참전 했던 퇴역군인이라는 점 입니다.
미군은 지금도 세계 각국에 파병되어있고, 포탄이 오가는 실제 전투 현장에 투입되는 군인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혹독한 전쟁이 계속되었고, 많은 군인들이 파병되었습니다. 젊은 시절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보내고, 살아 돌아와 퇴역한 젊은 퇴역군인들은 복잡한 사회에서 살아갈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생사가 오가는 전쟁의 경험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어 자살과 약물중독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당수의 퇴역군인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미국의 전체 노숙자의 26%가 퇴역군인인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이러한 퇴역군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회공헌 측면에서 그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ㅣ홈디포 - 재단을 통한 퇴역군인 주거 환경 지원
세계 최대의 가정용 건축자재 업체인 '홈디포(The Home Depot)' 에서 출연한 공익재단인 '홈디포 재단(Home Depot Foundation)' 은 퇴역군인을 지원하는 것, 특히 퇴역군인들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재단의 미션과 핵심 사업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퇴역군인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거환경 지원에는 기존의 낡은 집을 리모델링 해 주거나, 장애로 인해 출입이 어려운 퇴역군인 가정에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해 주는 활동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홈디포는 건축자재, 인테리어 물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유통업체인 만큼 '집짓기' 에 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고, 관련 기술을 가진 임직원도 봉사활동으로 참여할 수 있어 기업의 특성을 사회의 필요성에 잘 맞춘 사례로 평가됩니다.
ㅣ시스코 - 퇴역군인 직업 찾기 지원
인터넷, 네트워크 기술 전문 기업인 시스코(Cisco)는 군인들이 퇴역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퇴역군인만을 위한 일자리 포털 사이트인 'Hero2Hired' 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이미 퇴역한 군인이나, 퇴역 예정인 군인들에게 IT 기술 교육을 제공하여 퇴역 후 관련 업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시스코의 원격회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원거리에서 온라인 면접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퇴역군인 문제는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 노인 등과 같은 비교적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소외계층 문제가 아닌,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생한 사회문제입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시대적 환경이 변화할 때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소외계층과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 이슈에 대해 기업 사회공헌측면에서 기민하게 대응한다면, 기업이 차별화 되고, 선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공익적 가치도 높인다는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 사회공헌을 컨설팅하고있는 신성현 컨설턴트가 '공익'과 '비즈니스'라는 두 가지 이슈를 엮어 일 주일에 한 번씩 독자분들을 찾아 갑니다. 신 컨설턴트의 글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평소의 예의 바른 말투가 그대로 배어 있는 신 컨설턴트의 '합니다', '해요' 체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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